사회적가치가 목적인 회사, “공익목적회사”라는 새로운 선택지

2026-09-28
조회수 147


b40a4fd9a0de5.png


지난 8월 차규근 의원이 「공익목적회사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공익증진을 주된 목적으로 하면서도 주식회사 형태로 자유롭게 사업할 수 있는 새로운 회사 제도를 만들자는 내용이다. 공익을 추구하는 조직이라면 이미 비영리법인,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소셜벤처 등이 있는데 새로운 제도가 또 필요한 것일까.


과거에는 공익활동이라고 하면 기부금을 모아 복지·장학·문화사업 등을 하는 비영리단체를 주로 떠올렸다. 

그러나 이제는 사업 자체를 통해 사회문제를 해결하려는 조직이 늘고 있다. 저렴한 주택을 공급하고,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며, 장애인용 제품을 만들거나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식이다. 이들에게 상품과 서비스를 판매해 얻는 수익은 부수적인 재원조달이 아니라 공익을 실현하는 방법 그 자체다.

 

문제는 우리 법의 조직 형태가 이러한 변화를 충분히 담아내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우리 법은 전통적으로 영리와 비영리를 구분해 왔다. 사업을 하고 이익을 분배하려면 상법상 회사를, 이익을 분배하지 않고 공익활동을 하려면 비영리법인을 선택하는 것이 전형적이었다. 그러나 공익을 주된 목적으로 사업하면서 투자도 받고 일정한 수익을 돌려주되, 공익적 성격은 지속적으로 유지하려는 조직은 어느 한쪽에 온전히 들어맞지 않는다.


비영리법인도 수익사업을 할 수 있지만 그 한계가 명확하지 않고 목적사업 변경이나 기본재산 처분 등에 주무관청의 허가가 필요하다. 건설업처럼 비영리법인의 진입이 제한된 업종도 있다.

사회적기업은 사회적 목적과 영업활동을 결합했지만 별도의 법인격이 아니라 기존 법인 등이 일정한 요건을 갖추어 취득하는 인증상의 지위다. 유급근로자를 고용해 영업활동을 하고 일정 수준 이상의 영업수입을 확보해야 하는 등 인증요건이 있어, 사회적 목적을 충실히 수행하는 것만으로 사회적기업의 지위를 얻고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또한 정관을 변경해 일반 회사로 돌아갈 수 있다. 즉, 회사의 생애 전반에 걸쳐 공익성을 고정하는 법인격은 아니다. 

소셜벤처 역시 별도의 법인격이 아니어서 성장 이후까지 공익목적을 계속 유지하도록 하는 법적 장치가 충분하지 않다.


협동조합은 자유로운 영업과 민주적 운영이 가능하지만 기본적으로 조합원의 권익 향상을 위한 조직이다. 출자액과 관계없이 1인 1표의 의결권을 가지고 지분 양도에도 제약이 있어 외부 투자자본을 적극적으로 유치하는 데 한계가 있다.


결국 기존 제도 사이에는 빈 공간이 존재한다. 비영리법인이나 사회적협동조합처럼 공익성이 지속되면서도, 주식회사처럼 자유롭게 영업하고 투자받아 성장할 수 있는 조직의 부재다. 특히 창업자의 의지가 변하거나 주주가 교체되더라도 공익목적 자체는 유지되도록 하려면 개인의 선의가 아니라 회사의 법적 구조에 공익성을 담을 필요가 있다.

 

해외에서는 이러한 수요에 대응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영국의 공동체이익회사(Community Interest Company, CIC)는 일반 회사의 방식을 활용하되 공동체 이익 여부에 대한 심사와 연간 보고를 거치고, 특히 ‘자산잠금(asset lock)’을 통해 축적된 자산이 계속 공동체를 위해 사용되도록 한다. 2024년 기준 등록된 CIC는 3만 1,500개가 넘는다.

미국의 공익회사(Public Benefit Corporation, PBC)는 보다 유연하다. 일반 회사와 마찬가지로 투자와 배당이 가능하지만 정관에 공익목적을 명시하고, 이사가 주주의 금전적 이익뿐 아니라 이해관계자의 이익과 회사의 공익목적을 함께 고려하도록 한다. 영국 CIC가 배당과 자산 처분을 제한하여 공익성을 강하게 보호하는 방식이라면, 미국 PBC는 이사의 의무와 공익보고 등 지배구조를 통해 공익목적을 회사에 내재화하는 방식이다.

 

이번에 발의된 공익목적회사 법안은 이러한 해외 입법례를 바탕으로 공익성의 지속성과 기업활동의 자율성을 결합하려는 시도다. 법안상 공익목적회사는 비영리법인이 아닌 주식회사로, 일반 회사처럼 영업하고 투자를 받을 수 있다. 다만 공익목적사업이 전체 사업량의 60% 이상이어야 하고, 이익배당은 허용하되 배당가능이익의 3분의 1로 제한한다. 회사가 창출한 이익의 상당 부분을 공익목적에 다시 사용하도록 하면서 투자 가능성도 열어둔 것이다.


공익성을 지속시키는 장치도 둔다. 해산 후 남은 재산을 주주에게 나누는 대신 유사한 공익목적회사나 비영리법인·공익법인 또는 국고에 귀속시킨다. 정관과 결산보고서, 주주총회·이사회 활동, 사업결과 등도 공시한다. 회사가 성장하거나 주주가 바뀐 뒤에도 공익적 성격을 벗어나지 못하도록 하는 안전장치다.

 

공익목적회사는 기존 제도를 대체하기보다 기존 조직형태로 충분히 담기 어려운 영역을 보완하려는 제도 구상이다. 기부를 기반으로 공익활동을 한다면 비영리법인을, 조합원의 참여와 민주적 운영을 중시한다면 협동조합을 선택할 수 있다. 

반면 사업 자체로 사회문제를 해결하면서 투자받고 성장하되, 창업자나 주주가 바뀌더라도 공익목적을 지속하고자 하는 조직에는 공익목적회사가 새로운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러한 조직 형태가 도입되면 사회적 자본의 활용 폭이 넓어지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공익성을 법적으로 담보하면서 투자가 가능한 회사가 생기면 공익법인의 공익목적투자나 임팩트투자가 선택할 수 있는 대상도 다양해질 수 있다. 사회적가치기본법안 등 사회적 가치를 확대하기 위한 입법 논의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이제는 사회적 가치를 어떻게 지원하고 평가할 것인지뿐 아니라 그 가치를 실현하려는 민간 주체에게 목적과 사업방식에 맞는 조직형태를 어떻게 제공할 것인지도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다.


이번 공익목적회사 법안은 이러한 논의를 구체화하는 하나의 제안이다. 

다만 공익성과 기업활동의 자율성을 어떻게 조화시킬지, 배당과 자산 처분에 어느 정도의 제한을 둘지, 설립과 감독을 어떻게 설계할지 등은 앞으로 입법 과정에서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 공익을 실현하는 방식이 다양해진 현실에 맞추어 이를 담아낼 법적 조직의 범위도 넓혀갈 수 있을지, 이번 법안을 계기로 본격적인 논의가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