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따라잡기 2탄] ① 코로나 이후 비영리 변화

관리자
2020-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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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글은 코로나 사태에 따른 비영리섹터와 NPO들 영향과 앞으로 변화에 대해 이재현 NPO스쿨 대표의 기고칼럼입니다. 링크를 통해 영상으로 만나실 수도 있습니다. (영상바로보기)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 이후의 비영리 영역의 변화

 

이재현 (NPO스쿨 대표)

 

 

‘바이러스 혁명’과 양극화

 

지금의 바이러스 사태는 주기적으로 찾아온다. 인간의 환경파괴와 동물들의 서식처 파괴가 불러온 개발논리는 이러한 사태를 주기적으로 초청한 것에 다름아니다. 코로나19가 종식되었다고 해서 각국 정부가 발표하고 있는 다양한 임시적 정책과 사회적 변화가 종료될 것 같지 않다. 현재의 임시적 정책은 영원한 정책이 될 수도 있다.

 

‘요 몇 달 사이에 각국 정부가 내린 결정으로 인해 앞으로 인류가 살아가게 될 세상의 모습이 정해진다. 단기적 비상조치로 시작된 많은 것들이 장기적으로 정착하게 된다. 비상사태란 본질적으로 그러하다.’(유발 하라리)

 

일반인들이 비상사태를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영역은 소비의 영역이다. 모 언론에서 조사한 최근 두어 달 간 우리 국민들의 소비패턴의 변화를 전년 동기와 비교해 보면, 스마트오더 25% 증가, 드라이브쓰루 20% 증가, 온라인 학습콘텐츠 7배 증가, 대형완구매장 온라인몰 매출 336% 증가를 기록했다고 한다. 비대면/온라인/자동화/기계화가 확장됨에 따라 사람이 하는 일은 점차 사라지고 있다. 소비문화의 변화는 경제구조의 변화를 촉진한다.

 

마트에서 코로나에 대한 대책으로 긴급히 확대 설치한 셀프계산대를 코로나가 종식되었다고 해서 다시 원상복구하지는 않을 것이다. 셀프계산대를 유지하는 대신 그 역할을 담당해왔던 기존 캐셔의 해고를 검토하는 것은 기업의 생존방식이다. 항상 그랬듯 불경기는 부의 양극화를 촉진했다. 중산층이 자신의 위치를 위협받을 때 종국의 피해자는 결국 약자로 귀결된다. 일자리가 사라진다는 말은 서민들의 일자리가 사라진다로 해석되며, 같은 맥락에서 비영리조직의 종사자 역시 마트의 논리를 대면할 순서가 올지 모른다.

 

불경기와 재난상황에서 가장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누굴까? 특정하자면 소위 취약계층일 것이다. 그들은 비영리조직의 핵심 이해관계자들이다. 대면 활동의 제약으로 인해 취약계층은 종전보다 부실한 서비스를 받고 있다. 실례로 노인복지관, 장애인복지관, 지역아동센터, 공공도서관, 평생교육원, 자원봉사센터 등이 개관 이래 최초의 휴관을 경험했고 이로 인한 주요 이용자들의 돌봄 공백은 그저 ‘기다림’으로 채워졌다.

 

정부가 민간에게 위탁하여 제공해 왔던 공공서비스의 전달체계가 뜻하지 않은 바이러스로 사회의 곳곳에서 작동을 멈추는 순간, 그와 관계된 비영리조직들은 자신의 책무성과 서비스의 혁신에 대해 고민할 수밖에 없다. 이 고민의 결론이 단순한 서비스의 성격 변화로 그친다면 다행이겠지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경험해보지 않은 세상이 시작된다는 말이란 이런 것일까. 휴관을 경험한 많은 조직들은 무엇을 시도해볼지 확신을 가질 수 없어 그저 코로나가 종식되는 시점을 기다렸다.

 

공공서비스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정부 역시 이번 사태에 변화된 역할로 대응할 것이다. 민간중심의 전달체계가 작동을 멈출 때 정부가 쉽게 선택했던 방법은 개입을 강화하는 방향이다. 이 선택은 비영리조직과 정부가 만나는 지점에서 민관파트너십의 조정을 예고한다. 정부/지자체의 위수탁사업, 보조금사업 등에 있어 관주도의 흐름이 더욱 거세질 가능성은 자명해진다. 건강과 위생이라는 프레임을 독점하고 있는 정부의 영향력이 더 커진 셈이다.

 

결론적으로 재난으로 인한 불경기의 지속은 사회 자체의 침체를 불러오는데, 우리가 살고있는 비영리 영역도 그 큰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최근 TV 등의 미디어에서 전혀 보이지 않는 존재는 NGO, NPO 등의 비영리조직이다. 민간의 영역이 이번의 사태로 더 위축된다면 비영리 영역 본연의 견제와 자율이 사라진, 정부의 에이전시로 전락할 것이라는 비관론도 거세어질 것이다. 코로나로 인한 비영리 영역의 정체성과 역할 고민은 향후 몇 년간 동안에도 여전히 논쟁적인 주제로 거론될 것이다.

 

비대면과 온라인의 시대

 

언론에 의하면 매장형 업종은 이번 코로나 사태의 가장 큰 피해자로 언급되고 있다. 비영리 영역도 마찬가지다. 채러티 매장, 공간대여 사업, 사회적경제의 매장 등이 리스트에 올라있다. 전통 비영리조직이야 매장을 운영하고 있지 않지만 팝업스토어에 비유할만한 형태는 있다. 자선행사와 후원행사 등이 그것이다. 조직력을 통해 후원금을 확보하던 전통적인 수입모델에 일정 부분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쉬운 예측은 회비 수입, 기부금이 감소하는 상황이다.

 

재난상황이라 일시적 후원금의 수혜를 경험하는 모금기관도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불리하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사람들을 직접 만나며 감동을 전해주는 일에 장애물이 생겼기 때문이다. 향후 직접 감동에서 간접 감동으로의 낯선 변화가 이행될 때 ‘얼마나 진정성을 전달하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미디어 도구를 잘 다루는가’라는 역량은 성패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그동안 비영리조직에서 비핵심역량으로 구분되었던 역량이 핵심역량으로 전환되는 시대의 단면이다. 물론 단순한 일각의 변화가 지금의 변화를 전부 상징할 수 없다.

 

자선의 영역에서는 여전히 진정성뿐 아니라 기금목적의 명료함, 전달방식의 감동스러움, 결과보고와 재정투명성 등이 여전히 유효하다. 하지만 코로나로 인해 화폐의 입지가 다시 도전받고 있는 현상은 또 다른 숙제다. 사람들이 돈이라고 생각하는 대상이 화폐가 아닌 코드로 변화할 가능성은 커졌고 이에 따라 자선업계는 사람들이 언제 지갑을 여는가가 아니라 언제 어플을 누르는가에 대해 새로운 고민을 해야 한다.

 

비영리조직들의 교육사업도 고민이 많아졌다. 공간을 떠난 채 성립이 불가능한 사업이라는 점에서 매장형 업종의 고민과 유사한 측면이 발견된다. 사람과 사회의 변화는 학습으로부터 시작하기에 비영리조직에게 교육사업이란 수익사업의 차원을 넘는, 모든 것의 전제다. 더이상 밀폐된 실내공간에서의 활발한 소통을 권유할 수 없게 된다면 교육내용과 교육방법론 등 모든 측면에서 새로운 대안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코로나 사태를 통해 비대면은 어느 순간 일상의 한 부분이 되고 있다. 시간이 흐르며 어느 순간부터 온라인이 기본값이 되고 오프라인이 특별함이 되는 티핑 포인트에 들어설 수도 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제품을 경험한 후 온라인에서 구매주문을 하는 경험구매의 패턴이 증가되는 세계적 흐름은 이미 뉴노멀(New Normal)을 예고하고 있는 듯하다. 코로나는 이를 가속할 뿐이다.

 

이 흐름을 비영리 영역에서도 상상해볼 수 있다. 오프라인에서는 ‘좋은 경험’을 제공하고 중요한 의사결정은 오히려 온라인에서 내리는 역전현상이다. 사람들의 관계양상이 변화된다는 개념은 온라인의 비중이 양적으로 증가함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온라인이 얼마나 많이 오프라인을 대체하는가’는 전혀 중요한 주제가 아니다. ‘그 변화의 의미가 무엇인가’라는 질적 변화를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활동형태의 변화와 노동 이슈

 

재난으로 인한 불황이 장기화될 때, 즉 비상이 일상이 될 때 작은 단체들의 해산이 우려된다. 상근자들의 고용을 사수하는 일도 대단히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조직이 망한다면 고용도 설 자리를 잃게 된다. 만일 조직의 해산이 불가피한 상황까지 도달했는데도, 상근자들의 고용을 유지하라는 메시지를 반복한다면 메아리 없는 외침이 될 것이다. 이때 우리가 함께 고민해야 하는 무거운 주제는 비영리조직의 생존모델과 해산모델을 동시적으로 고민하는 일이다.

 

두 가지를 충족하는 방안은 발전적인 해산이라는 상상력에서 시작한다. 가령 (고사 직전의 조직이라면) 법인의 청산을 결정하는 것보다는 거버넌스 조직으로의 변화를 선택하는 것이 차선책이 될 수 있다. 비영리조직의 존재는 가시적 실체의 유무가 아니라 가치의 유무로써 판단하므로 공간과 상근자가 없다고 해서 조직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상근자와 사무실이 없는 거버넌스 조직(혹은 네트워크 조직/볼런티어 조직)으로의 변환은 해산을 앞둔 단체들에게 현실적 출구가 될 수 있다.

 

상근자의 임금을 고정급여제가 아닌 성과급제로 전환하거나 기존의 상근인력을 자원봉사자로 대체하는 등의 상상력이 여러 단체들 내에서 논의된다고 해도 놀랄 일이 아니다. 혹은 이러한 급격한 변화가 아닐지라도, 매월 지출되는 급여와 임대료 등의 절약방안에 대한 근원적 고민은 이사회의 안건지 위의 단골메뉴가 될 것이다. 안타깝게도 우리가 그동안 설계했던 조직운영의 모델은 ‘세상에 아무런 재난이 일어나지 않았을 때’를 전제로 하고 있다.

 

업무방식에 대한 변화도 고민이다. 예컨대 상근제도에서 재택근무로, 출퇴근 방식에서 자율근무 방식으로, 공간 중심에서 개인 중심으로의 변화는 이미 현재진행형이다. 서로가 얼굴보기 힘든 상황에서 한 팀으로 일해야 하는 상황은 필연적으로 ‘정확한 자기 업무의 이해’와 그 결과인 ‘성과 평가’에 대한 구체적 고민으로 이어진다. 보상이 없는 평가란 정착이 어려우므로 성과에 따른 보상문제는 관리자들을 골치 아프게 만드는 이슈가 될 것이다.

 

당근이 더 이상 매력적인 접근법이 아니라고 판단한 관리자는 채찍을 꺼내들 수도 있다. 재택근무/자율근무를 허락하되 더 엄격한 관리 차원에서 수시보고나 위치파악 보고를 요청할 수 있다. 출퇴근의 경계가 사라져 워라밸의 기준이 무용화될 가능성도 있다. 어쨌거나 인간의 노동을 시간으로 계산하여 매월 정해진 급여를 주는 노동의 가치측정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어떤 양상으로든지 조직 내에서 촉발될 것만은 분명하다.

 

정리하자면, 조직의 운영방식부터 사람들의 근무형태까지 새로운 모델의 변화를 외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를 아우르는 생존모델을 이제부터 함께 고민해야 하지 않는다면 코로나의 종식을 그저 기다리는 행위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가오는 시대에서 비영리조직은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는지, 혹시 해산할 처지라면 무엇을 중심으로 고민해야 하는지, 새로운 환경에서의 활동과 사업의 형태는 어떻게 변화되어야 하며, 조직과 개인이 서로 준수할 것은 무엇인지, 지금까지 우리가 배우고 당연시 해왔던 신념에 대해 전반의 점검이 필요하다.

 

가속화되는 조직의 위기

 

향후 사람들은 더욱 개별화되고, 실내 공간에서 모이기를 꺼려하며, 대규모 군중집회에 대해 조심스러워할 것이다. 단순히 ‘사회적 거리가 멀어질 것’이란 예측은 섬세하지 못하다. 실내에서의 소규모 모임과 통풍이 좋은 야외 활동에 대해서 사람들은 사례별로 선별적 판단을 할 것이다. 다만 사람들이 가장 비선호하는 상황은 ‘인구밀도가 높은 실내의 장기적 활동’이다. 이 까다로운 욕구를 잘 헤아려 충족시킨다면 우리는 아직 대면을 누릴 수 있다.

 

모임의 변화가 예견되는 것처럼 온라인에서도 미세한 변화가 감지된다. 광장에 대규모의 사람들이 밀도 높게 집결하는 일이 주저되듯이 페이스북 등의 SNS가 젊은 층에게는 마치 실제 광장에서 사람들이 빽빽하게 모여있는 것과 같이 불유쾌한 느낌이라는 것이다. Global Web Index의 2019 자료에 의하면 젊은 층일수록 폐쇄적이고 소규모의 온라인 모임 활동이 늘어났고 큰 광장에 사람들과 뒤섞이는 SNS의 활동은 줄어들었다.

 

같은 유튜브 동영상을 보더라도 자신이 좋아하는 유튜버의 채널을 찾아 가입(구독이 아닌)하고 소소한 팬덤을 형성하는 식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디지털 캠프파이어족’이라 칭한다. 캠프파이어 앞에 3~5명이 소소하게 모이는 것에 비유한 말이다. 이런 마이크로 커뮤니티 문화는 단체들에게 또 하나의 새로운 고민거리다. 작은 모임을 관장하는 일이란 효과성은 있을지 몰라도 효율성은 떨어지는 일이다. 품이 많이 들기에 그렇다.

 

개별화된 사회, 대규모의 모임을 꺼리는 사회분위기는 많은 비영리조직에게 불리한 상황이다. 물론 전통적인 조직의 위기는 코로나 사태 이전부터 감지되었다. 사람들은 조직에 지쳤고, 조직을 최고의 대안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줄어들고 있다. 조직이 필요하면 자신이 직접 만들거나 혹은 ‘가볍게’ 연결되어 있기만을 바라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을 더욱 가속화시키는 것은 이번 코로나 사태일 것이다. 그야말로 전통적 조직의 메커니즘은 본격적으로 도전받고 있다.

 

비영리조직은 그동안 전통적 조직의 문법을 잘 따라 성공한 조직이었다. 비전을 선포하여 재원을 구하여 공간을 마련했으며 상근자를 채용했다. 예산이 늘어나고 공간이 넓어지며 상근자의 숫자가 늘어나는 것을 우리는 조직의 ‘성장’이라 정의했다. 이 법칙이 조정되는 시대가 지금이다.

 

개인 활동을 편리하게 돕는 IT기술은 너무나 많다. 다잡러, 프리랜서와 같은 새로운 직군의 양적 확장은 이러한 IT기술로 탄력을 받고 있다. 시민운동가, 마을활동가가 개인 활동가로 독립하거나 현장을 기반으로 한 전문가/사업자로 전환할 기회가 많아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시민사회의 역동성이 다양화되는 시대에서 이러한 현장의 역동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대비해왔을까?

 

그동안 ‘조직’이라고 정의했던 유기체가 구성될 때, 그것이 성립되기 위해서 반드시 포함되어야 하는 핵심요소가 존재하지 않는 형태의 모임을 앞으로는 조직이라고 불러야 할지도 모른다. 이를 받아들이면 ‘조직’은 살고, 그렇지 않다면 쇠퇴의 길로 갈 것이다. 이런 가정이 현실에서 펼쳐질 때 개인이 추구하는 역량은 조직이 개인에게 요구했던 역량 사이에 균열로 드러난다. 예컨대 비영리 영역에서 비대면 소통이 활성화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실시간 쌍방향 웨비나, 무관중 토론회, 온라인 공론장, 비대면 모금행사, 원격 컨설팅, 온라인 심사/자문 등이 앞으로 우리가 익숙해져야 할 개념이다. 그렇다면 비영리 영역에서 필요역량이란 대면 소통력보다는 온라인 감수성, 호소력보다는 팩트 기반의 소통력, 투쟁력/활동력보다는 정보 획득과 분석의 기술, 카리스마보다 센스, 문서작성능력보다는 온라인글쓰기와 미디어 제작하기 등으로 이행됨을 상상해 볼 수 있다. 이러한 새로운 역량을 사람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차 받아들일 것이다. 문제는 개인이 아니라 조직이다. 특히 비영리조직이 이러한 변화를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다시 중요해지는 플랫폼

 

비영리조직들이 변화를 수용할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상황은 대개 이런 것이다. 시민단체, 마을조직, 자원봉사센터, 사회복지기관의 활동과 서비스는 대면을 통해 이루어지는데 지금처럼 대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책무성 높은 집단에서 상황이 호전될 때까지 마냥 기다릴 수는 없다. 비대면 활동과 비대면 서비스를 지금부터 개발하지 않고서는 이 문제의 해결은 어렵다. 그렇다면 사업의 기획부터 수행방식, 성과측정 등 일련의 과정이 재조정의 대상이 된다.

 

이 정도의 변화라면 조직의 비전과 전략의 재검토에도 일부분 영향을 미칠 것이다. 다시 말해 비전과 미션의 수정이다. 조직이 추구하는 청사진의 수정, 조직이 존재하는 이유에 대한 재고다. 그럼에도 자원봉사센터나 사회복지기관의 경우 대면이 반드시 필요한 서비스가 존재하므로 거리두기와 방역계획을 기존 활동에 포함하게 되는데 이때 서비스의 비용은 증가하니 재원의 조달계획과 분배계획도 재조정도 불가피하다.

 

특히 시민단체, 마을조직은 비대면 소통 역량이 충분히 준비되어 있지 않을 때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가령 온라인 공론장이나 온라인 토론회를 개최할 때 숙의/토론 과정에서 치밀한 계획을 준비하지 못한 경우 사람들은 불편함을 피력할 것이다. 이는 단순히 기술적 불편함을 호소하는 것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자신의 의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중대한 문제제기다. 시민/주민을 대변하는 시민단체와 마을조직의 정체성을 감안한다면 이 문제는 조직의 책무성에 대한 불신, 조직의 존재이유에 대한 회의로 확장될 수 있다. 이를 묵과하는 단체회원과 후원자가 존재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이렇게 총체적인 난국 속에서 더욱 역할이 중요해지는 조직이 있다면 어디일까. 사람들이 개별화될수록 더욱 중요해지는 존재는 서로 만나서 교류하는 플랫폼이다. 비영리 영역에서는 이들을 중간지원조직이라 부른다. 모두가 파편화되는 시대에 사람들이 교류하는 플랫폼은 중요한 관계망의 거점이자 사회적 자본이 형성되는 토대이다. 나아가 온라인에서의 거점은 지금까지 믿어왔던 오프라인의 물리적 거점보다 더욱 중요한 역할을 요구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많은 중간지원조직 중 온오프믹스의 전략을 적절히 구사하는 조직, 비대면의 대안 역량을 갖춘 조직이 사람들에게 사랑받을 것이 분명하다. 그 전략과 역량이 단순히 ‘교육과 회의를 온라인으로 제공할 수 있다’에서 그쳐서는 안 된다. 재난상황에서도 단체를 운영할 수 있는 모델을 현장의 단체들에게 제시하여 미리 대비할 수 있도록 돕는, 구체적인 변화와 새로운 지향점의 임팩트를 포함하는 근원적인 접근이어야 한다.

 

중간지원조직은 작금의 달라진 지형에 대해 현실적으로 진단하여 새로운 생존모델을 고민해야 한다. 코로나 사태가 종식되었다고 해서 이 고민을 후순위로 미뤄놓는다면, 다음의 또 다른 바이러스 사태가 발발할 때 단체의 면역력은 지금만도 못할 것이 뻔하다. 중간지원조직들 간의 긴밀한 협력, 민간네트워크와의 공동대응체계를 통해 극복 노하우를 공유하고 생존의 적정기술과 모델을 개발하여 현장의 조직과 활동가/상근자들이 미래를 대비할 수 있도록 돕는 플랫폼으로 거듭나기를 희망한다.

 

새로운 기회를 찾아

 

최근 코로나 사태로 인해 비영리단체들이 십 수년간 애써왔던 성과들이 물거품이 되는 것 같아 씁쓸하다. 1회용 사용은 급증했고, 자가운전이 많아져 에너지 절약은 뒷전이 되었다. 난민들은 더욱 높아진 벽을 걱정해야 하고 노숙인들은 더 차가운 시선을 받을 수도 있다. 방역을 이유로 개인정보를 국가가 관찰하는데 익숙해지니 인권은 건강의 하위개념이 될지도 모르겠다. 많은 것이 비관적인 이야기들이다. 코로나가 불러오는 생소함과 혼란함 사이에 혹시 기회로 볼만한 요소는 없을까.

 

행여 다음과 같은 기대가 헛된 희망이 아니기를 바란다. 소규모 혹은 비대면 교육 등에서 익명과 거리두기가 주는 심리적 안도감으로 인해 참석자들의 적극적 참여를 기대해 볼 수 있다거나, 온라인 행사로 인해 장애인의 보행권이 해소되어 폭넓은 참여를 기대해 볼 수 있다거나, 비대면으로 인해 탈코르셋 운동이 확산의 계기가 되거나, 페이퍼리스 사무실 구현과 재택근무로 인한 통한 탄소배출의 감소를 기대해 보는 일이 그것이다.

 

지금은 비대면 소통이 불편하다고 하지만 더 편하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늘어날 수 있다. 지금은 비대면 온라인 교육에 효과가 없다고 말하지만 더 효과적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수도 있다. 지금은 온라인 토론이 제한적이라고 말하지만 더 합리적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생겨날 수 있다. 피할 수 없는 변화로 시작된 낯선 세상이지만 실제 겪어보니 의외로 좋은 면이 있을 것이란 낙관론이다. 무엇이 어찌 되든, 비관론과 낙관론에 대한 예측보다 중요한 것은 변화에 대응하는 일일 것이다.

 

온라인 서비스 중에 ‘미로’, ‘비캔버스’같은 곳은 온라인에서 포스트잇을 활용하는 분임토론을 현실과 거의 동일하게 구현하는 기능까지 지원하고 있다. 불편할 것 같지만 경험해 본 사람들은 곧 적응해 재미있다고 말한다. 게임 요소가 개입되기 때문이다. 예상치 못했던 측면이다. 낯선 경험이란 아마도 이러한 것이리라.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시선에 따라 다양한 예측이 가능하나 다음의 세 가지의 시각으로 생각을 정리해 볼 수 있다.

 

첫 번째, 전자책이 나와도 책이 존재하고 스마트폰이 있어도 신문이 사라지지 않았듯이, 오프라인의 비중이 다소 감소하고 온라인이 비중이 늘어날 것이라는 보수적 시각

 

두 번째, 오프라인에서 하던 활동을 온라인에서 대단히 흡사하게 혹은 거의 동일하게 할 수 있는 수준의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중도적 시각

 

세 번째, 온라인은 오프라인의 보조적 기재가 아니라 오프라인의 완벽한 대안이 되거나 혹은 더욱 능가하는 효과를 창출하는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적극적 시각

 

코로나는 언젠가 종식된다. 그러나 코로나가 종식되었다고 해서 바이러스가 종식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준비해야 한다. 시민사회의 면역력은 노력을 통해 가능하다. 가만히 기다리는 것은 시민사회의 치사율을 높일 뿐이다. 시민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다양한 비영리 영역에서 지금부터 다양한 시각을 고민하며 활발한 토론이 일어나기를 기대한다. 좋을 것도, 나쁠 것도 없다. 우연한 기회로 세상이 변하고 있고 우리는 그 현장에 서있다. 방법을 찾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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