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소식[인사이드 시민] 제11편 _ 이영재 이사님을 소개합니다.

관리자
2025-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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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사)시민 제6기 임원분들이 구성되어 작년 6월부터 한 분 한 분 회원님들께 이사님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해야 할 본연의 역할을 상기하면서 또 새롭게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일지, 새롭게 함께 하시게 된 이사님들은 (사)시민을 어떤 마음으로 바라보고 계시는지 회원님들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인사이드 시민'은 시민의 사람(人사이드)을 소개하는 의미와 시민 속으로(inside) 좀 더 깊게 들어가보자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


열 한 번째 인터뷰이는 이영재 이사(더가능연구소 연구실장/한양대학교 공공정책대학원 시민사회학과 교수)입니다. 사단법인 시민과는 2023년 시민사회 현장지식 컨퍼런스 기획위원으로 참여하신 인연이 있었는데, 작년에 신임 이사로 결합하시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심사 혹은 회의 자리에서만 만나뵙다가 이렇게 개인의 서사를 비롯한 여러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게 되어 이영재 이사님의 새로운 점을 가까이에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합정동에 있는 더가능연구소에서 진행된 알찬 이야기들을 여러분과 함께 나눕니다. ❤

이사님이 주로 활동하시는 더가능연구소는 어떤 곳인지 소개해주세요. 홈페이지를 보면 현장기록, 분석, 컨설팅, 현장에 필요한 책을 출판하기도 하더라고요. 사단법인 시민도 지금 '시민사회 현장지식 컨퍼런스'를 준비하면서 현장의 기록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어서 더가능연구소와 맞닿는 지점이 있더라고요. 

요즘 여러가지 일을 하고 있어요. (하하) 저희 연구소는 로컬, 청년, 도시재생, 민주주의, 마을 도서관 같은 주제로 연구와 출판을 함께 하고 있어요. 최근에는 '관계인구'를 다룬 책도 냈는데, 50개 지역 사례를 모아서 다른 지역에서 참고할 수 있도록 구성했죠. 올해도 2권의 책이 나올 예정이예요. 연구소에서 올해 제가 하고 있는 것은 "경기도 주민자치 활성화 프로그램과 마을공동체 기본계획 수립 연구"예요. 사회적 임팩트처럼 '마을 임팩트'라는 개념을 만들어서 작년에 경기도 5개 마을에서 임팩트 보고서를 냈고, 올해도 4개 마을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요. 연구소는 청년기본계획 연구, 로컬랩, 현장의 청년들과 쿵짝쿵짝 하는 마을 조사도 하고 있어요. 


꼭 연구만 하시는 건 아니군요?

강의도 많이 해요, 그 중 공짜 강의도 많이 해요. (하하) 저희와 MOU를 맺은 ‘트리즈’라는 업체가 있는데, 거기가 크라우드펀딩을 잘 하는 곳이예요. 지역의 특산물에 대한 펀딩 등도 하기도 하고요. 트리즈가 교육 공간을 자체적으로 가지고 있어서 거기에서 한 달에 한두 번씩 교육강좌도 같이 하고 있어요. 저는 6월 중 마을임팩트의 측정과 실제라는 주제로 강의를 할 예정이기도 해요. 얼마 전에는 북콘서트도 했는데, 몇 시간 만에 50여명이 금방 모집이 되었어요. 제 강좌는 모집하는데 1박2일이 걸렸는데 말이죠. (하하)


▲더가능연구소가 발간한 다양한 출판물과 연구보고서


연구소에서 다루고 있는 로컬, 마을이 원래 이사님의 관심사였나요?

어렴풋하게 했어요. 제가 2018년부터 서울시 마을공동체 위원회 위원이었어요. 마을공동체 쪽과 많은 일들을 했죠. 계속 이어지게 된 계기는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시민사회학과에 마을공동체 활동가분들이 입학을 하면서 더 연결되었어요. 마을공동체 분야 강의와 심사 등을 하면서 한 발만 걸치고 있었는데, 더가능연구소가 만들어지면서 본격적으로 연결된 것 같아요. 그리고 서울시 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가 없어졌잖아요. 그 때 같이 농성도 하고 했어요. 그 무렵 경기도 마을공동체지원센터에서 마을공동체 분야 성과 지표를 만들고 싶다고 찾아왔어요. 그때가 연구소를 막 만들었던 시기였어요. 단기적으로 하지 말고 체계적으로 한번 해보자고 결의해서 방향성 도출하는데 1년, 지표 만들고 시범사업 하는데 1년, 전수조사 하는데 1년 이렇게 3년을 하고, 임팩트로 넘어오게 되었어요. 지금은 마을공동체 하면, 어디가서 '에헴'하지만(하하)  2016년~2017년부터 시작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원래 관심사는 시민사회였어요.


더가능연구소에서 계시기 전에는 한양대학교 제3섹터연구소에도 계셨던 걸로 아는데요, 그때 시민사회 관련 연구를 많이 하셨나요? 전공은 정치학이시던데, 어떻게 시민사회 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되셨어요?

한양대학교 제3섹터연구소에 있을 때는 휴일이고 뭐고 없이 도시락 2개 싸들고 다니면서 연구를 했어요.  박영선 박사님(사단법인 시민 정책위원)과 같이 서울시 동남권NPO지원센터 발전방안 연구나 시민사회단체연대회 20년 활동 연구(한국 시민사회의 연대운동 진단 :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를 중심으로)도 했어요. 제 전공은 정치사상, 정치이론 쪽 전공인데요, 하버마스의 민주주의론으로 2004년에 학위를 받았어요. 이후, 민주화보상심의위원회에서 한 10년 정도 과거사 관련 일을 했어요. 전체를 10으로 둔다고 볼 때, 지금도 과거사 관련 일을 3~4 정도의 비중으로 하고 있어요. 해마다 현대사 관련 구술채록을 하고 있는데요, 2011년부터 했으니까 14~15년을 구술채록을 하고 있는 거네요. 돈은 안 되고, 힘만 들지만, 보람이 크기 때문에 과거사 관련 일은 계속 하고 있어요. 


그리고 제가 한양대 제3섹터연구소에서 일하게 된 계기는 예전에 제가 민주화보상심의위원회에서 일을 하다가 MB정부 때, 쫓겨나게 되었어요. 그 때 제가 토론회 같은 데 가서 뵌 분이 한양대 제3섹터연구소장이셨던 주성수 교수님이예요. 그때 주교수님이 제3섹터연구소에 오라고 해서 갔어요. 오갈 데 없는 저에게 책상도 준다고 하니 좋잖아요. (하하) 그리고 제3섹터연구소가 제 연구방향과도 잘 맞았어요. 시민사회, 민주주의 분야였거든요. 2009년에 제3섹터연구소에 가서 지금까지도 거기 소속으로 있어요. 연구소를 통해서 자원봉사, 시민사회, 중간지원조직 분야를 알게 되었어요. 지금도 주교수님에게 고마운 점은 중간지원조직이 우리나라에 낯설었던 때, 중간지원조직에 대해 알게 된 점이예요. MB정부 말기 때,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실에서 우리나라도 중간지원조직을 만들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 달라는 요구로 미국, 일본 쪽 형식을 놓고, 한국의 중간지원조직 방향을 같이 고민했어요. 시민사회의 청사진을 그려보고 싶다는게 중간지원조직의 방향이었어요. 당시 민 주도, 관 주도, 민관협치 주도 등을 놓고 고민했는데, 위탁형은 세번째였거든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지자체들이 전부 민간위탁 형태의 관 주도로 싹 바꾸면서 손댈 수 없을 정도의 속도로 일괄적으로 바꾸었죠. 


원래 어릴 때 부터 이런 분야에 관심이 있으셨어요?

원래는 다른 꿈을 꾸었어요. 외무고시를 보려고 시험 준비를 한 적도 있었어요. 외무고시가 신원조회가 까다롭잖아요. 대학 재학 중에 구속이 되었다가 나온 이력이 있어서 다들 저에게 외무고시는 안 될 거라고 하더라고요. 그러면 행정고시는 되냐고 물으니 그것도 안 될 거라고 하더라고요. 취직도 안 될 거라고 했어요. (하하) 그러면 대학원에 가야겠다고 마음먹고 아무 고민 없이 갔어요. 군대도 미루고, 대학 졸업 후, 바로 대학원 석사 밟고, 박사과정 다 끝내고 나서 군대를 갔어요. 엄청 늦은 나이에 간 거죠. 


원래는 연구자가 되겠다고 시작을 하신 건 아니지만 연구라는 활동이 잘 맞으셔서 연구를 계속 하시게 되는 게 아닐까 해요. 연구를 계속하게 되는 원동력이나 매력이 뭔가요? 호기심이 많으신 편인가요?

연구의 매력은 생산 비용이 별로 들지 않아요. 입만 달고 있으면 되고요, 원가가 안 들고 지속가능해요. 본인만 성실하다면요.(하하) 그리고 제가 호기심이 좀 있는 것 같긴 해요. 다른 사람들이 볼 때는 제가 호기심이 많지 않게 생겼다고는 하지만요. 현장을 가면 꼬치꼬치 별거별거 다 물어봐요. 주변을 보면서 계속 연구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연구 소재가 떨어지는 편은 아닌 것 같아요. 


"사회적인 이슈이지만 정작 사회에서 주목받지 못한 이들의 삶을 기록하고, 전하는 일에 책임을 느끼고 있어요. 이런 현장의 경험들이 결국 연구로 연결되고, 그 현장 연구가 또 강의 내용과도 연결되더라고요."


연구를 오래 하다보면 매너리즘에 빠지게 되는 경우는 없으신가요? 

아마 한 우물을 계속 팠으면 그랬을 것 같은데, 저는 아직도 빚에 쪼들리는 마음으로 사는 것 같아요. 기억에 남는 성과물 중에서 제가 민주화운동보상심의위원회에 있을 때, 70년대 여성노동자들을 본 적이 있어요. 알려진 동일방직, YH 이외에 알려지지 않은 곳들의 사례도 많았어요. 해태, 롯데, 대일 등과 같은 사례들이 있어요. 해고를 입증해야 하는데, 회사에서 회사를 다녔다는 것을 입증해주지 않는 거예요. 그 분들과 방법을 찾았더니, 사내 야유회를 간 회사 사진이 남아있더라고요. 그걸로 재직 사실을 입증하기도 했어요. 그런 일들을 하면서 정이 들고, 라포가 형성되었어요. 학생운동이나 노동운동이나 다 유명한 분들 중심이 많잖아요. 그런데 고생은 고생대로 했는데, 유명하지 않은 이런 분들의 이야기를 남겨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 세 군데 업체를 중심으로 <공장과 신화>라는 책을 썼어요. 박정희가 경제를 성장시킨게 아니라 1970년대 여성노동자들이 우리 경제를 성장시킨거다라는 것을 전하고 싶었어요. 2016년 책을 낼 당시, 삼성 반올림 농성을 하고 있었는데, 그 농성장 옆에서 몇몇 여성 노동자들과 그 책 이야기를 나눴던 게 기억에 남아요. 하필, 책을 낸 날이 10.26.(박정희 서거일)이었는데, 그 책의 인세는 모두 기부를 했어요. 


또 2011년에 <자유, 희망, 진보를 향한 교육민주화>라는 책을 냈어요. 그 책은 교육민주화와 관련한 영구 보존문서이거나 권위주의 정부 통치 시기의 비리문서에 관한 이야기예요. 민주화보상심의위원회에서 심사할 때도, 그런 문서들을 심사 자료로 활용했는데, 그 기록이 사라지면 안 되겠더라고요. 그래서 그 기록들을 묶어서 낸 거예요. 저는 그 책을 낼 당시, 선생님들이 소중하게 간직할 줄 알았는데, 별 반응이 없어서 조금 서운했어요. 이후 3~4년 전부터 진실화해위원회에서 교육민주화운동의 참고자료로 제 책을 많이 쓰더라고요. 조사관들이 제 책으로 공부하고, 찾아오기도 해서 과외도 해주고 했어요. 그래서 연구보다는 이 책들이 기억에 많이 남아요.


강의도 많이 하시지 않으세요?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시민사회학과에서 시민사회이론, 사회혁신과 시민사회 두 과목을 가르치고 있어요. 활동가들도 오고, 공무원도 오고, 기업 사회공헌담당자도 오는데, 현장을 주로 다루어요. 한양대는 특수대학원 특성에 맞게 과목 개설도 자유로운 편이어서 좋아요. 사회적 임팩트, 사회혁신과 시민사회, 시민사회사 등 현장의 문제의식과 맞닿은 내용에 대해 강의하고 있어요. 강의가 연구하고 거의 같이 돌아가요. 프로젝트 결과물을 수업 교재로 쓰기도 하고, 연결되더라고요. 또 서울교대에서는 초등학교 교사를 하려고 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현대사회사상의 이해'라는 과목을 가르치고 있어요. 


가르치는 일과 내가 공부를 직접 하는 건 되게 다르기도 하잖아요, 어떤 게 더 잘 맞으세요?

제가 현장에서 연구를 해야 가르치는 것도 잘 되더라고요. 그래서 두 개가 같이 가는 것 같아요. 2018년부터 서울시민대학에서도 강의를 해요. 시민대학은 보수를 따로 받는 것은 아니지만 교육과정 설계를 같이 했어요. 시민대학에서도 제가 현장의 문제의식들을 가지고 강의하면 강의 들으시는 분들이 좋아하시더라고요.


대학원에서 활동가들을 주로 많이 만나시기도 하고, 현장연구도 많이 하시는데, 요즘 시민사회의 가장 큰 고민은 뭐라고 보세요?

‘전망’인 것 같아요. 내가 여기에서 이 일을 계속 해도 되나? 이 일을 계속 할 수 있을까? 이게 이중적인 것 같아요. 단체의 지향과 활동에 대한 전망이 보이는 건가도 한 축으로 있고, 여기에서 내가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하는 생계와 관련된 부분도 있는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정치권력이 바뀌고 나서 시민사회담론들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축소되고, 정책이 퇴행되면서 도루묵이 되는 모습을 보면서 자괴감들도 좀 드는 것 같고요.  활동이 보람도 주고, 생계도 보장해줘야 되는데, 둘 다 불안정한거죠. 그리고 시민사회도 세대 교체기인데, 선배세대들이 다음세대들이 갈 수 있는 꽃길을 만들어주지는 못한 것 같아요. 오히려 선배들을 보면서 다음 활동들을 이어받아야 할 세대들은 더 고민이 많아지고, 저렇게 살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하니까요. 저는 활동가들이 정치권에 가는 것을 나쁘다고 보지는 않는 입장인데, 본받을 만한 분들은 몇 안 되고, 시민사회에 남아 있는 분들은 꼰대가 되어 잔소리만 하고, 옛날 얘기만 하니, 그런 자괴감이 같이 오는 것 같아요. 하루 빨리 희망직업 중에 시민사회 활동이 올라오면 좋겠어요. 이래야 우리 사회가 좀 나아지는 게 아닌가 싶어요.


해외에는 그런 사례들이 있을까요?

우리보다는 훨씬 사회적 인정이 넓은 것 같아요. 우리나라 단체들은 회비 의존도가 높은데, 해외 단체들은 기업이나 정부 지원들이 굉장히 많거든요. 활동의 인건비로 연결되기도 해요. 그런데 우리는 인건비에 박해요. 인건비에 대한 인식 자체가 박해요. 예전에 저항하는 운동쪽으로 시민사회를 인식하면서 그 인식이 그대로 넘어와서 자원봉사는 무보수성만 강조하고, 시민사회는 돈 안줘도 으쌰으쌰 잘 하니까 그렇게 해도 된다는 인식이 있는 것 같은데, 그러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이제는 공익적 가치를 만드는 직업으로 존중을 해줘야 하죠. 우리나라는 그게 제일 안 되고 있는 것 같아요.


"정치환경에 휘둘리지 않도록 시민사회 생태계를 확장하고 단단한 기반을 만들기 위한 제3의 목적기금을 만들 수 있는 새로운 상상력의 전환이 필요해요."


그런 구조와 인식을 전환할 수 있는 획기적인 방법이 있을까요?

우리가 시민 없는 시민운동을 많이 이야기 하곤 하지만, 실제 회비 의존도가 높고 회원이 많다는 거는 시민이 있다는 거잖아요. 다만, 정부 재원이 들어오는 방식이 아주 치사한 방식인거죠. 기업 재원은 거의 못 들어오는 상황이기도 하고요. 저는 꿈인지는 모르겠지만, 제3지대에 정부 것도 아니고, 기업 것도 아닌 목적 기금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만약 기후 분야를 생각한다면 기후환경정의기금을 기업도 내고, 정부도 출연하고 하는 형태로 만들어서, 기후정의활동을 하는 단체에게 지원하는 역할을 하는 데 쓰이게 하면 좋겠어요. 정치권력이 바뀌어도 기금은 못 건드리게 해야 하죠. 이런 기금이 요소요소에 사회기둥처럼 만들어져서 중간지원조직보다 훨씬 강한 힘을 가지고 역할을 하면 좋겠어요. 이 생각을 하게 된 이유가 우리가 특별법으로 지원받고 있는 소위 국민운동단체인 BIG 3단체들(바르게살기운동협의회, 새마을운동협의회, 한국자유총연맹)이 있잖아요. 특별법으로 인건비도 지원되고, 사업비도 지원되잖아요. 이 패러다임을 바꾸어서 제3의 영역의 기금을 조성해서 목적에 맞게 지원하는 틀로 바꿔가면 어떨까 해요. 지금 정부 쪽의 지원예산 중 약 60~70%는 고정비로 특별법에 의한 단체들을 지원하고, 나머지 예산으로 시민사회단체들을 지원하고 있는 거거든요. 해당 구까지 예산을 보면 거의 그렇게 되어 있어요.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무얼 하면 좋을까요? 과거에도 공론화 과정이든 입법 과정이든 안 했던 것은 아닐텐데요.

저는 비영리민간단체지원법이 잘 만들어졌다고 생각을 해요. 그런데 막상 이 법에 의한 지원사업의 한계가 있어요. 내년이 보장되지 않는 단기 사업이고, 활동가를 안정적으로 고용해서 일하기도 어려운 구조예요. 이런 생각을 하던 차에 전경력 백서를 보다가 자기들의 손을 잡아줄 시민사회단체가 필요하다고 써 있는 것을 보았어요. 본인들을 감시해주고, 응원해주는 시민사회단체들이 필요하다는 거예요. 그래서 실제 제가 소비자단체 등 몇 군데를 소개해 주기도 했어요. 그런데 시민사회단체가 기업하고 일하는 것 자체를 부담스러원 하더라고요. 제가 예전에 여성부에서 잠시 일한 적이 있었는데, 여성발전기금이 있었어요. 종잣돈은 두고 이자로 공모지원사업을 해도 충분할 만큼 규모가 컸어요. 이 기금을 정부가 운영하는데, 중소기업도 이 기금이 있어요. 이 기금을 행정부에 두기보다는 외부로 내놓고 기업들이 사회공헌활동을 폼나게 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해요. 이 재원을 통해 시민사회 활동을 포괄적으로 영역별로 지원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면 좋지 않을까 해요. 누가 세금 세탁을 한다거나 횡령을 한다거나 하는 오해도 피할 수 있도록 투명하게 운영하는 거죠. 정치권력의 변화와 상관없이 필요한 영역에 기금이 모이고, 10년 단위로 재평가하며 기금의 목적을 조정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면 더 나을 거라고 생각해요.


정책위원회에서도 공유한 바와 같이 시민사회활성화전국네트워크를 통해 대선 후보 캠프와 시민사회 활성화 정책협약식도 진행했는데요. 시민사회에서 계속 이야기하고 있는 건 시민사회기본법 제정이예요. 기본법 안에 위원회, 행정 조직, 그리고 기금 조성과 같은 내용도 포함되어 있긴 한데, 지금 같은 시기에 어떤 정책 제안이 가장 시급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시민사회 활성화를 위한 전담기구에 대한 논의도 많았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사실 제안된 것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보지는 않았지만, 이번에 '녹서'를 보면 자치와 공동체 영역에 정부가 관여하지 않고 지원해야 할 이유들을 계속 이야기하고 있거든요. 하지만 공약을 보니 자치, 공동체, 시민사회 관련해서는 한마디도 언급되지 않았더라고요. 아마 시민사회를 내걸면 좌파로 몰릴까 봐 그랬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저는 이것이 본질이라고 봐요. 민주당이 집권을 하든, 국민의힘이 집권을 하든, 시민사회에 대한 지원을 제대로 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촛불 이후 문재인 정부도 사회혁신 렉토릭만 있었고, 1년 뒤 문을 내렸죠. 총리실에 시민사회위원회를 두었지만 법안 하나도 만들지 못했죠. 그래서 기왕 할 거면 청이나 처 단위를 넘어 국가인권위 정도의 독립적인 위상을 갖는 장관급 부서가 필요하다고 봐요. 지원과 기금 관리 뿐만 아니라 실행 업무도 해야 합니다. 시민 참여와 관련된 실행들을 광역의 시군 단위까지 모두 할 수 있는 기구가 필요해요. 현장에서는 민관 거버넌스 모델을 넘어 시민 참여 모델이 다양하게 시도되고 있는데, 이러한 모델들을 세팅해주고 교육시키는 역할도 필요해요. 인권위나 선관위처럼 시민 교육을 진행해야 해요. 시민성, 참여 민주주의, 시민의 기본권과 같은 교육은 이 기구에서 이루어져야 해요. 국민통합위원회가 아니라 사실 시민사회와 민주주의의 통합위원회가 필요한 것이 아닌가 생각해요. 그래서 그런 형태의 기구가 필요하고, 기본법에 의해 유지되는 것이 필요해요.


최근 몇 년 사이 조례도 너무 쉽게 없어져서 회의감이 들기도 하는데요, 시민사회기본법의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많지만, 한편으로는 법도 쉽게 바뀌거나 폐지될 수 있다는 생각도 들어요.

기본법이 만능 열쇠는 아니지만, 기본법이 만들어지고 기본 계획이 수립되면 최소한 10년을 갈 수 있는 기반을 다질 수 있을 겁니다. 최소한 선거 뒤에 매번 센터가 생기니 안 생기니 하는 고민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기본법이 필요할 수 있어요. 마을 공동체나 주민자치도 단체장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사회에 필요한 영역을 명확히 할 수 있도록 고정된 틀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앞서 이야기나눌 때, 중간지원조직과 관련해서 관설민영 형태의 한계를 말씀해주셨는데, 앞으로 중간지원조직의 운영 모델이 다변화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시나요?

다변화되어야 할 것 같아요. 특히 기업들이 지역에서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용인에 클러스터가 만들어진다면 삼성이 용인의 시민사회 지원과 사회안전망 중간지원조직을 책임지고, 포스코는 포항 일대를 책임지는 식으로요. 예전에 대전은 완전히 풀뿌리조직들이 연합하여 민주화 운동 리더들이 시민사회로 넘어오며 중간지원조직 역할을 자임하기도 했거든요. 사회운동이 시민운동으로 넘어오는 전환기의 중간지원조직 역할을 하였죠. 강릉 같은 경우는 카페 공간을 회의 장소로 내놓는 느슨한 형태의 중간지원조직이라고도 볼 수 있고요. 예를 들면, 인권 관련해서 민변이나 홍보를 잘하는 출판사, 관련 의제를 연구하는 곳들이 연합하여 지원조직을 만드는 형태도 도움이 될 것 같아요. 단체들이 공통적으로 필요로 하는 변호사, 세무사 같은 전문 인력을 공유하고 비용을 최소화하는 방식이죠. 테마형 중간지원조직이나 종합형, 타겟형 중간지원조직도 고려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런 형태들이 꼭 민관위탁형으로만 만들어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돈 많은 법인들이 이런 사례들을 좀 만들어봤으면 좋겠어요. (하하)


시민사회 전반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는 연구자들이 많지 않다는 의견들도 있는데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어떤 연구자들이 필요할까요?

문제의식이 비슷한 연구자를 만나는 것은 학술적 영역에서도 어려워요. 시민사회는 매우 다양해서 각자 관심 있는 분야가 다르죠. 다만, 공통의 언어로 소통할 수 있는 장이 부족한 것 같아요. 컨설팅이나 자문회의, 프로젝트 방식으로 만나는 정도인 것 같아요. 하지만 돌아다녀 보면 재야의 숨은 고수들이 항상 있더라고요. 훨씬 더 깊이 고민하는 분들도 계시고요. 공통의 고민을 나눌 만큼 시민사회가 작지 않기 때문에 다양하므로 실망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시민사회의 유형을 구분하는 것도 합의가 안 될 만큼 다양하죠. 이는 한계라기보다는 소통의 장을 마련하지 못한 구조의 문제일 수도 있어요. 시민사회 연구자는 적지 않지만, 각자의 영역에서 하고 있는 연구가 대부분 시민사회로 묶일 수 있는 연구들인데, 우리가 바운더리를 너무 좁게 생각하는 거 아닌가 싶어요.


그런 맥락에서 올해 사단법인 시민이 '시민사회 현장지식 컨퍼런스'를 재개하려고 준비 중인데요, 기획위원으로서 이사님의 기대나 바람이 있으신가요?

방향은 만들어 주시는 대로 전적으로 따르겠고요. (하하) 참여하시는 분들이 뭔가를 하나씩 얻어갈 수 있는 자리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상 받는 분들은 보람을 느끼고, 오셨던 분들은 자리만 채우고 가는 것이 아니라 문제의식을 공유하거나 인사이트를 얻어갈 수 있는 자리여야 할 것 같아요. 식당에서 손님의 취향을 묻는 것처럼, 시민사회 행사도 조금 더 섬세하고 친절해져야 할 것 같아요. 우리가 가서 무엇을 하는지, 궁금증을 제안할 수 있는 자리가 있는지, 발표자와 토론할 시간이 있는지 등 궁금해하지만 묻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이러한 부분들을 조금 더 열어줄 필요가 있죠. '몇 명이 올 것이냐' 보다는 '요즘 무슨 고민을 하냐', '여기 와서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으냐' 등을 물어보고, 함께 행사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중요해요. 비록 품이 많이 드는 일이지만, 오는 분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많은 것을 줄 수 없는 상황이라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을 드리는 작업이 필요하죠. 그렇게 함께 만들어가는 경험을 한 분들은 다음번 행사에서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사님께서는 사단법인 시민을 어떻게 알게 되셨나요?

박영선 박사님과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20주년 연구를 하면서 사단법인 시민과 동행이 만들어지는 배경을 알게 되었어요. 그래서 연대회의와 시민, 동행이 같은 공간에 있는 이유도 알게 되었어요. 그 전에는 사단법인 시민에 대해 시민사회의 어른들, 혹은 빅마우스, 느슨한 큰 우산 정도로 생각했어요. 단체들을 위해 목소리를 먼저 내고, 단체들이 움직일 수 있게 하는 그런 조직으로 느껴졌어요.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지만 시민사회에서 잔뼈 굵은 분들이 많이 활동하고 계시다는 느낌을 받아요.


작년에 사단법인 시민 이사님으로 모신다고 연락드렸을 때 어떤 마음이셨어요?

류홍번 이사님이 연락을 주셔서 거절할 수도 없었어요. (하하) 또 이사 회비를 월 10만 원을 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우리 연구소 차원에서 기업 이사 형태로 참여하는 것도 괜찮겠다 싶어서 구성원들에게 동의를 구했는데, 다들 흔쾌히 동의를 했어요. 


이사 이외에도 정책위원, 2025 시민사회 현장지식 컨퍼런스 기획위원으로도 참여하시고, 현장지식X좋은연구 공모전 심사위원장도 맡아주시고 계신데요. 참여해보시니 어떠신가요?

정책이나 다른 부분은 워낙 고민하는 분들이 많아서 조금 참여가 소홀한 편이예요. 이사회는 더 소홀하고요. 하지만 컨퍼런스 같은 경우는 누군가는 해야 하는데, 제가 재작년에 해봤으니 가서 거들까 하는 마음으로 참여하고 있어요. 


작년에 조직 리빌딩 과정을 통해 기존 이사회 운영방식과는 다르게 자주 모이기도 했고, 이사님들을 위한 OT도 진행했어요. 이러한 과정들을 어떻게 느끼셨는지 궁금해요.

그래도 사단법인 시민이 상당히 체계적으로 돌아간다는 생각을 했어요. 한편으로는 이렇게 체계적으로 잘 돌아가고 있는데, 좀 더 힘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는데요, 정권 탓이려나요? (하하)


"시민사회에 마당을 깔고, 시민사회의 전체적인 구조를 그려내는 고민을 하는 사단법인 시민 만의 그런 자신감이 좋은 것 같아요."


사단법인 시민에 대해 외부에 설명하기 어렵다고 말씀하시는 이사님들도 계신데요, 사무처도 후원조직을 만들기 위해 우리를 조금 더 쉽게 설명하기가 여느 단체와는 다르게 쉽지는 않긴 해요.

"시민사회에 마당을 까는 역할" 아닌가요? 의제를 만드는 역할을 하는 것 같아요. 만약 시민사회기본법을 어느 한 단체가 나서서 한다고 하면 그 단체가 그걸 왜 하지?라는 생각을 할 수 있지만, 사단법인 시민이 그걸 한다고 하면, '그런 거 하는 곳이지'라고 생각하지 않나요? 제가 사단법인 시민을 좋게 보는 것 중에 하나가 시민사회를 대표하는 곳이 사단법인 시민이라고 단체들이 합의한 적이 없잖아요. 그런데 사단법인 시민은 스스로  대표한다고 생각해요. 대표 선수라는 생각을 하고 일을 스스로 만들어요.


그러게요, 우리는 무슨 자신감인거죠? (하하)

그런데 전 그게 좋더라고요. 누군가는 그런 계획을 짜는 역할을 해야하는데, 그런 역할을 사단법인 시민이 빠뜨리지 않고 잘하고, 자임을 잘 한다는 점이 좋아요. 누가 맡긴 적도 없는데 '이건 우리 일이구나' 하고 자임하는 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은 사단법인 시민의 역량이라고 생각해요. 일이 되고 안 되고를 떠나 매우 잘 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각기 생각과 방향이 다른 시민사회단체가 사단법인 시민이 나설 때, 뭐라고 하지 않고, '아, 저기는 시민사회 전반적인 고민을 해주고 구조를 만들려고 하는 데구나' 하고 생각할 것 같아요.


이사님께서 사단법인 시민에서 관심 있게 보고 있는 활동이 있을까요?

정책 제안도 적극적으로 하고 있잖아요. 가장 좋은 것은 시민사회 컨택포인트로 '사단법인 시민'을 콕 집어서 들어오는 구조가 되면 좋겠고,  동시에 사단법인 시민이 컨택포인트가 되면 단체들과 그만큼 소통이 많아져야 할 거예요. 저는 이번 정부가 들어서 제안했던 정책과제들과 하고 싶었던 일들을 어떻게 협의해나갈지 유심히 관찰하려고 합니다. 잘 되었으면 좋겠어요. 사단법인 시민은 어떻게 대처해 나갈까. 제가 보기에 체제가 좀 정비된 것 같고, 일을 할 수 있는 분들도 많고, 전문가들이고, 역량도 다 뛰어나기 때문에 이번에 일을 도모하지 않으면 한참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지금 말씀하신 역할을 잘하는 것이 사단법인 시민의 미션인 "공익활동 활성화를 위한 정책 플랫폼"과도 맞닿아 있는 것 같은데요, 이러한 역할을 잘하기 위해 좀 더 신경 써야 할 부분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사단법인 시민이 정책플랫폼 역할을 자임할 수도 있고, 정책플랫폼 그 자체일 수도 있지만, 그 정책을 사단법인 시민이 다 생산하려고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분야별 베스트 정책들이 논의되고 있는지를 부지런히 확인하고, 그 정책과 제안들이 모이는 장을 고민하는 것이 사단법인 시민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다양한 정책들이 경합할 수 있고, 논의되고 있는 핵심들이 이 안에 다 모여 있으면 좋겠어요. 정책들을 많이 취합하고 밖으로 알려질 수 있도록, '거기 가면 자료 있어' 하는 정도가 되면 어떨까 합니다. 사단법인 시민 구성원들이 연구를 통해 정책을 리딩한다고 하면 굉장한 부담이고요, 시민사회가 위축되었다고 하지만 그래도 영역별 고수들이 많기 때문에 그런 정책들을 한 군데 모으는 역할이 필요해요. 처음엔 힘들겠지만, 점차 사단법인 시민의 정책플랫폼에 올라갔다는것으로 공신력까지 생기면 그때는 품을 덜 팔고도 자료가 모일 수 있을 것 같아요.


화제를 바꾸어서 다른 궁금한 점이 있는데요, 컨퍼런스 기획위원회 회의 때도 거론하신적이 있었는데, 아직 우리에게 낯선 '공감장'이라는 표현을 언급하신 적이 계세요. 공감장이 기존의 공론장과는 어떻게 다른지, 우리 사회에 공론장이 아닌 공감장이 더 필요한 이유는 뭘까요?

공론장은 여러 형태가 있는데요. 채팅창이든 타운홀미팅이든, 무형의 여론조사 내용을 기반으로 공론장을 만들기도 하고요. 공감장도 굉장히 다양하게 존재해요. 공감장을 구성하는 사람들은 가깝고 공통점이 많은 분들끼리 형성되는 경우가 많아요. 70년대 여성 노동자들의 기숙사처럼, 말하지 않아도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그런 밀도 높은 공감장들이 곳곳에 있어요. 공감장은 선하기도 하고 악하기도 해요. 태극기 부대도 공감장이 있을 것이고요. 어떤 공감장이 좋다고 딱 잘라 말하기는 어렵지만 큰 틀에서 아우르는 공감장은 공통 분모가 있습니다. 인권이나 생명, '사람이 저러면 안 되지' 하는 것에는 다수의 다른 공감장들도 동의하는 부분이 있을 것입니다. 어떤 도덕적 잣대 같은 것들이 큰 틀의 국민적 공감장을 이룬다면, 그 안에 군소 규모의 공감장들이 있는 것이죠. 공감장을 식민화하거나 훼손시키면 후유증이 오래가요. 일제시대 독립운동가들의 고통을 보고 자식들이 민주화 운동에 앞장서지 못하게 하는 것처럼, 공감장의 경험치가 축적되는 것입니다. 국가가 공감장을 훼손할 수 있으며, 가장 큰 가해 주체가 될 수 있습니다. 공감장이 제대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걸리고 경험과 학습을 통해 만들어집니다. 다행히 우리는 많은 격변을 겪었지만 치명타를 입지 않은 것 같아요. 한국의 공감장은 대단히 강한 힘을 가지고 있어요. 논리적으로 따지기보다는 감각적으로 '이건 아니지'를 쉽게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그 사회의 질을 좌우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차원에서 공감장이라는 문제를 좀 더 연구해야 하지 않나 싶어요.


공감장이 해외에도 있는 개념인가요?

크게 보면 감정사회학과도 관련이 있는데요, 이성 중심의 합리적 연구가 아닌, 감정이나 공감에 대한 연구이죠. 20세기에는 크게 각광받지 못했지만, 나눔이나 돌봄, GDP로 잡히지 않는 가치들이 이야기되면서 공감장 관련 선행 연구자들이 많이 인용되기 시작했어요. 공론장과는 다른, 조금 더 지속가능하고 오래 유지되면서 잔잔하지만, 분노했을 때는 사회적 공분이 일어났을 때 파도처럼 역할을 하는 것이 공감장이거든요. 우리 사회에서도 몇 번 발동되었죠. 세월호 사태 때 슬픔과 분노가 동시에 폭발했을 때처럼요.


"10년 뒤에도 계속 연구하는 사람이나 글을 쓰는 사람으로 남아 있을 것 같아요. 다만, 후배들을 위해 답을 줄 수 있는 선배가 되고 싶어요."

올해 이사님께서 꼭 이루고 싶은 목표나 계획이 있으신가요?

연구소가 일단 잘 되어야 합니다. (하하) 연구소가 현재 여러 실험 중이예요. 운영도 그렇고, 이 공간들을 어떻게 잘 활용할지 고민 중이예요. 잘 벌어야 잘 나누기도 하니까요. 연구소 고민이 제일 커요. 개인적으로는 책도 두 권 정도 계획하고 있어요.


일상이 다 글 쓰는 일이신가봐요. (하하) 개인적으로 하고 싶으신 일도 책을 쓰는 것이고요. 

가끔 취미가 뭐냐고 물어보는 분들이 있는데, 어느 순간 노는 것을 잊어버린 거예요. 유일하게 노는 것은 맥주 한 잔 마시는 것 정도인데요. (하하) 요즘에는 취미생활을 한 적이 없어요. 예전에는 낚시도 했었는데, 요즘은 강의 준비만 하고 있어요. (하하)


10년 뒤에도 여전히 취미 없이 글만 쓰실까요?

10년 후에는 취미가 있을 것 같아요. 그때는 일을 너무 디테일하게 개입하지 않고, 크게 방향 잡아주고 요청하면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그때도 아마 연구소에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세대를 넘겨주는 역할을 할 것 같아요. 콘텐츠는 있되 구체적으로 시집살이 시키지 않으면서, 물을 때마다 답을 해 줄 수 있는 선배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마지막 질문이 될 것 같습니다. 이사님이 스스로 이사님 자신에게 하시고 싶은 질문이 있으신가요? 아니면 인터뷰를 통해 다른 사람에게 알리고 싶은 생각이 있으신가요?

간혹 그런 생각을 해요. 외부와 차단해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 너무 많은 정보들이 들어오잖아요. 내가 나로 살고 있는 건지, 주변의 일정에 내가 따라가고 있는건지, 그러면서 혼자 답을 내리죠. 일단 중요한 것부터 일정을 치자, 마감부터 치자하고요. (하하)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으신 말씀이 있으시다면요?

고생이 많으십니다. 맛있는 것도 사드리고 싶고 그런데, 드시고 싶은 것 있을 때마다 수첩에 적어 놓고 계시면 제가 언젠가 몇 개씩 해결하고 오겠습니다. (하하)


이영재 이사님이 예전에 계셨던 민주화운동심의보상위원회에서의 활동이 이영재 이사님의 삶에 많은 영향을 주었겠다 싶은 인터뷰였습니다. 사회의 그림자처럼 가려졌던 사람들에 대한 기록과 아카이빙이 우리 사회를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단단하게 받쳐주는 힘임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영재 이사님이 현재 하고 계시는 다양한 연구, 강의, 프로젝트 분야를 들으면서 그 다양성 속에서 시민사회라는 중심축이 있음을 다시 느낄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올해 사단법인 시민과의 여러 프로젝트도 함께 하시고 계신 만큼, 그 고민과 도전들이 함께 잘 녹아내고, 스며들 수 있길 고대합니다. ❤ 

📢 인터뷰어 : 사무처 김승순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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