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시민] 7기 이오형 이사_"시민은 천일염같은 존재죠."

2026-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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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시민'은 시민의 사람(人사이드)을 소개하는 의미와 시민 속으로(inside) 좀 더 깊게 들어가보자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사단법인 시민의 주축 중의 한 구성원인 이사진들을 한 분 한 분 소개하면서 우리가 해야 할 본연의 역할을 상기하고, 또 새롭게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일지,  회원님들과 생각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


이번 달 <인사이드 시민>에서는 사단법인 시민의 든든한 재정 나침반이자, 날카로운 사실 확인과 따뜻한 책임감을 동시에 지닌 이오형 이사(공인회계사)를 만났습니다. 청년 시절 격동의 현대사를 관통하며 품었던 사회에 대한 감각부터, 회계사로서 바라보는 시민사회단체의 재정관리 관점까지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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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 인간 이오형의 시대 경험 | 한 사람의 시민으로 살아온 시간

Q. 회계사라는 직업 이전에, ‘이오형’이라는 사람을 어떤 키워드로 소개하고 싶으신가요? 

저는 상황이 발생하면 무엇보다 가장 먼저 사실 관계를 파악하려 노력해요. 한마디로 ‘팩트체크’를 좋아합니다. 맹목적으로 믿거나 맹신하는 태도를 경계하며, 특히 정치적인 성향에 갇혀 사실관계와 상관없이 무조건 믿어버리는 것을 싫어합니다. 주변에서는  ‘진솔하다’고 평가해 줍니다. 바로 드러날 거짓말을 하는 행위를 가장 싫어해요. 외형을 과시하거나 멋을 부리는 스타일도 아니어서 산에 갈 때도 편하게 반바지를 입고 다니다 보니, 나중에 회계사라는 직업을 밝히면 사람들이 깜짝 놀라곤 합니다. 조직 생활의 구속을 잘 견디지 못하고 자유분방한 편이라 자유를 추구하지만, 한 번 일을 맡으면 밤을 새워서라도 정해진 기한 내에 끝마치는 책임감이 있습니다. 요약하자면 ‘팩트체크’, ‘책임감’, 그리고 어지간한 일에는 흔들리지 않는 ‘강한 멘탈’이 저를 설명하는 키워드 같네요.


Q. 요즘 일상에서 중요하게 생각하거나 관심을 갖고 계신 게 있나요? 등산을 좋아하신다고 들었는데, 요즘은 어떻게 지내고 계세요?

지금도 등산을 자주 합니다. 며칠 전에도 화천 쪽 계곡에 갔는데, 물이 많더라고요. 거기서 옷을 입고 그냥 물에 들어갔어요. 물에 들어가면 정말 좋습니다.

등산 말고는 골프도 치고, 음악도 좋아해요. 노래 부르는 것도 좋아하는데, 어머니가 노래를 잘하셔서 그런 영향인 것 같아요(웃음). 요즘은 유튜브로 화성학을 공부하고 있고, AI로 작사·작곡하는 것도 해보고 있습니다. 가사는 직접 쓰고, 목소리는 AI로 지정하는 방식이에요. 작년 7월에 시험 삼아 만들어본 곡도 있습니다. 좋아서 하는 것도 있고, 잘 되면 수익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해요.

회계사 업계도 AI 때문에 달라지고 있어요. 저처럼 나이가 있는 회계사들은 그나마 괜찮은데, 이제 막 사회에 진출한 1~3년차들은 AI가 자기들이 할 일을 많이 해버리니까 어려워졌어요. 공인회계사 숫자를 너무 많이 뽑지 말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에요.


Q. 청년기를 보낸 1980년대는 한국 사회가 매우 격렬하게 변화하던 시기였는데요. 그 시절을 통과하며 지금까지도 남아 있는 사회에 대한 감각이나 질문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저는 1962년생인데, 제가 12세 때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셨어요. 5남 2녀 중 다섯째였는데 집안이 거의 무너졌죠. 중학교 때 전남 고흥에서 부산으로 전학을 갔어요. 큰형님이 부산에서 일하고 계셨고, 시골에서는 대학 진학이 쉽지 않을 것 같아서 도시로 가야겠다고 생각했던 거죠.

그러다 1979년, 고등학교 1학년 때 부산에서 부마항쟁을 겪었어요. 집에 가려면 부산대 앞을 지나가야 했는데, 그 앞에 장갑차와 군인들이 있었습니다. '이게 뭐지?' 하는 생각을 했고, 그런 경험에서 의식이 싹튼 것 같아요. 그러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10·26이 일어났고, 12·12 쿠데타가 났습니다. 너무 충격이었어요. 1980년 5월에는 부산에 있어서 광주에 직접 갈 수가 없었는데, 신문에는 전혀 다른 이야기가 실려 있었습니다. 그게 맞나 하는 의문이 있었고, 나중에 진실을 알게 되면서 더 큰 충격을 받았어요.

이후에 서울로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중앙대 경영학과에 입학했습니다. 주변에서 경영학과 가서 회계사가 되면 돈을 잘 번다고 했거든요. 너무 가난했으니까, 일단 돈 버는 게 목적이었어요. 장학금을 받고 들어갔는데, 그 제도가 없었으면 대학에 못 갔을 겁니다.


Q. 대학 시절 학생운동도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당시의 경험을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1982년에 대학에 들어가니 학교에서 매일 최루탄을 쏘고, 수업 중에도 최루탄 냄새가 났어요. 동국대에서 5·18 당시 참상 사진을 보고 너무 놀랐습니다. 돌도 던지고 시위에 참여하기도 했어요. 조금만 더 있었으면 선배들이 운동권으로 끌어들였을 것 같은데, 집안에 아무도 돈 버는 사람이 없으니까 생계를 위해 1983년에 공군에 지원해서 입대했어요. 있어봐야 뭘 할 수 없는 상황이었거든요.

1986년 8월에 제대하고 87년에 복학해서 회계사 공부를 했는데, 그때 대한민국 정치 상황이 보통이 아니었어요.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이 있었고, 이한열 열사가 쓰러졌습니다. 7월 9일 장례식에도 참여했어요. 시청에서 연세대까지, 넥타이 부대도 있었고 정말 많은 사람들이 함께했습니다.

그런 시절을 살면서 미안한 마음도 있었어요. 집안 형편만 괜찮았다면 학생운동에 더 깊이 들어갔을 것 같거든요. 그런 부채의식이 조금 있습니다. 1987년 대선 이후 '그래도 공부하고 뭔가를 갖춰야 사회를 변화시키든, 작은 밀알이 되든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회계사 시험을 봤고, 1차를 두 번 붙고 2차에서 떨어진 뒤 세 번째에 합격해서 1989년에 회계사가 됐습니다.


Part 2. 숫자 너머의 신뢰를 다루는 일 | 회계사로서의 활동

Q. 회계사라는 직업을 선택하게 된 계기가 있으셨나요? 회계사로서 "이 길을 잘 걸어왔다"고 느끼는 순간이 있다면 언제일까요?

처음부터 회계사를 뚜렷한 소명으로 정했다기보다, 집안을 일으켜야 했고 먹고살아야 했어요. 그런데 하다 보니 제 성향과 잘 맞는 부분이 있었어요. 저는 사실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회계사가 하는 일이 기업에 가서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일이거든요. 회계처리가 맞는지, 돈 지출이 실제 맞는지, 증빙과 거래가 맞는지 보는 일입니다. 그런 점에서 제 기질과 직업이 맞았어요.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기업에 가서 문제를 지적하거나 적절한 솔루션을 제시했을 때, 그 사람들이 고마워할 때입니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회계감사도 몇 년 했었어요. 장학재단 같은 공익법인도 했고,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지원 단체에도 관여한 적이 있습니다. 비영리 쪽은 돈은 안 되지만 의미 있는 일이에요.

기억에 남는 건 재건축 조합 감사입니다. 의견거절을 내야 했는데, 대표는 한 장만 써서 보내라고 했어요. 그런데 저는 그럴 수가 없었습니다. 거절 이유를 50페이지로 정리해서 보냈어요. 경찰이 교통사고를 보고 모른 척 지나갈 수 없듯이, 회계사도 문제가 보이면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일로 결국 그 회계법인에서 나오게 됐고, 나중에 검찰에서 참고인으로 연락이 오기도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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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재무제표나 회계자료를 통해 조직의 어떤 면들이 보이나요? 특별히 주목하는 지점이 있을까요?

초도 감사를 나가면 우선 사장님을 봅니다. 경영자 마인드가 가장 중요해요. 그리고 화장실을 봐요. 화장실이 엉망이면 조직 내부 통제가 안 되거나 사장이 현장을 신경 쓰지 않는다는 신호입니다. 관리자들이 있는데도 아무도 신경을 안 쓴다는 뜻이거든요.

재무제표에서는 가지급금이 많은지를 봅니다. 가지급금이 많다는 건 사장이 회사 돈을 가져간 경우가 많아요. 투자유가증권도 유심히 봅니다. 회사와 시너지가 있는 곳에 투자하는 건 괜찮은데, 전혀 다른 곳에 돈을 넣다가 문제가 생기는 경우도 있어요. 돌다리를 두드려보고 가야 하는데 그러지 않다가 회생신청까지 가는 기업도 있습니다.

회계사 중에도 회장님 마음에 맞는 이야기만 해주는 사람이 있어요. 그런 사람은 일감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저는 그렇게는 못해요. 안 했으면 안 했지, 그렇게는 못합니다.


Q. 이사님이 생각하시는 비영리에 맞는 재정 관리는 어떤 모습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회계 투명성은 기본입니다. 들어온 돈을 정당하게 지출해야 해요. 신뢰 자체가 무너지면 지속가능성이 없습니다. 다만 시스템의 문제도 있어요. 국세청 홈택스 공시 항목에 적을 칸이 충분하지 않아 기타로 처리되는 경우가 있는데, 그 결과 행사 대관비가 전혀 다른 내용으로 보도되면서 흑색선전이 되는 상황도 있었습니다. 맥락을 봐야 해요.

사단법인 시민 결산서를 보면서도 그런 생각을 했어요. 과연 이 재정 구조로 미션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인가, 지속가능할 것인가. 기부금이 적고, 고정적으로 들어오는 구조도 약하고, 용역 의존도도 높습니다.

비용을 세세하게 캐물을 게 아니라, 공익활동이 지속가능하려면 비용을 투자 개념으로 봐야 합니다. 인건비와 역량강화는 비용이 아니라 투자예요. 그래야 좋은 사람이 오고 조직이 지속가능해집니다. 현금흐름도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봐야 하고요. 내년에 쓸 돈이 얼마나 남아 있는지, 일반재원으로 몇 개월을 버틸 수 있는지를 봐야 합니다. 결국 재정 확충과 체력 비축이 가장 중요합니다.

 

Part 3. 공익활동이 지속되기 위한 기반 | 사단법인 시민 이사로서 

Q. 올해 초까지 사단법인 시민 이사로 오래 활동하셨던 이정희 전 이사님의 소개로 사단법인 시민을 처음 아시게 된 것으로 아는데요. 이정희 이사님과는 어떻게 연을 맺으셨나요?

이정희 회계사님과는 1991년 안건회계법인에서 같이 일하면서 알게 됐어요. 30년 넘은 인연입니다. 사회 현안에 대해 비슷한 문제의식을 갖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분이었어요.

그렇게 연을 오래 맺고 있다가 2024년 12월 계엄 이후, 너무 답답해서 이정희 회계사님께 전화를 했어요. 술이나 한잔하자고요. 주변 사람들 중에 계엄을 지지하거나, 민주당이 오죽 했으면 그러겠느냐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었거든요. 정치적 성향이 다를 수는 있어도, 법 위반은 다른 문제입니다. 이건 다름의 문제가 아니라 원칙의 문제예요. 그런 이야기를 터놓고 할 사람이 많지 않을 때, 이정희 회계사님도 비슷한 답답함이 있었고 그 대화 속에서 사단법인 시민을 소개받았습니다.

저는 라이온스, 로타리, JC 활동도 해왔어요. 봉사활동이죠. 그런데 사단법인 시민은 그런 봉사와는 조금 다른 느낌이었어요. 사회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삶의 문제로 바라보는 곳이라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Q. 처음 사단법인 시민을 알게 됐을 때 어떤 인상이었나요?

저는 '정치 이야기 하지 말자'는 말을 제일 싫어합니다. 정치가 아니라 우리 삶의 문제거든요. 정치가 잘 돼야 국민의 삶이 편안해집니다. 물론 성향이 다를 수는 있어요. 다르다는 건 인정합니다. 그런데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고 무조건 싫다고 하는 건 받아들이기 어려워요. 팩트체크를 해보고 그래도 안 된다고 하면, 그건 그 사람 생각이라고 인정할 수 있습니다.

저는 그런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하고 싶었어요. 성향이 달라도 진솔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관계가 필요했습니다. 사단법인 시민 구성원들 속에서는 내 생각을 편하게 나눌 수 있겠다는 느낌이 있었어요.


Q. 사단법인 시민의 비전과 미션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계신가요?

미션은 중요합니다. 그런데 아직 조금 추상적으로 느껴져요. 친구들에게 사단법인 시민을 설명하려고 하면 쉽지 않습니다. 경실련이나 참여연대 같은 곳이라고 말하게 되는데, 사실 그것과는 다르잖아요. 시민은 공익활동 단체와 활동가들이 더 잘 활동할 수 있도록 제도와 정책 환경을 만드는 곳이라고 알고 있어요. 그렇다면 그 점이 더 선명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어떤 안건을 다뤘고, 어떤 정책화나 입법화를 추진했는지, 실제로 된 것은 무엇이고 안 된 것은 무엇인지 정리되어 있어야 합니다. 안 됐더라도 '이런 걸 추진했지만 아직 안 됐다. 앞으로 다시 할 수 있다'는 기록이 있어야 해요. 과거를 봐야 현재와 미래를 알 수 있거든요. 홈페이지에 전략목표가 딱 보이고, 두세 단어로 '우리는 이것을 한다'는 것이 잡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회계사라는 전문직의 강점을 살려 사단법인 시민에서 기여하고 싶은 활동이 있으신가요?

일단 재정관리에 대한 자문을 할 수 있을 것 같고요. 단순히 재무제표를 보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조직 운영의 투명성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지, 이사회에 어떤 자료를 어떻게 보고하면 좋을지 함께 볼 수 있어요. 이사회 자료도 미리 보면 질문이 생깁니다. 갑자기 회의장에서 재무 자료를 보면 할 말이 떠오르기 어렵거든요.

핵심은 투명성과 신뢰성을 높이는 것입니다. 의구심이 없어야 해요. 모든 세부 명세를 다 공개하자는 게 아니라, 큰 흐름이 보이도록 하는 방식이 필요합니다.


Q. 마지막으로, "사단법인 시민은 OOO이다"라고 한마디로 표현해 주실 수 있을까요?

많이 고민했습니다. 남들이 다 말했을 텐데 나는 뭐라고 해야 하나 싶었어요. 저는 '천일염'이라고 하고 싶습니다.

정제된 일반 소금과 달리 천일염은 아픈 사람에게도 온전히 필요한 귀한 소금입니다. 우리가 등산을 할 때 물만 계속 마시면 몸의 염분이 빠져나가 결국 탈진하게 되는데, 이때 염분과 마그네슘이 풍부한 소금을 섭취해 주어야만 쓰러지지 않고 다시 걸어 나갈 수 있습니다. 우리 사회의 수많은 공익 단체와 활동가들이 지치지 않고 공익활동을 지속할 수 있도록 리스크를 막아주고 체력을 채워주는 존재, 사회의 탈진을 막아주는 꼭 필요한 ‘천일염’ 같은 역할을 사단법인 시민이 묵묵히 해내고 있다고 믿습니다. 저 역시 이사회 안에서 실질적인 재정 대안을 함께 고민하며 시민의 지속가능한 걸음에 보탬이 되겠습니다 


이오형 이사님과 이야기를 나누는 내내, 숫자를 다루는 사람이 가진 팩트체크의 감각이 회계사라는 직업을 넘어 삶 전체를 관통하고 있다는 것이 인상 깊었습니다. 재정을 '감시'가 아닌 '체력'으로, 비용을 '지출'이 아닌 '투자'로 바라보는 시선이 사단법인 시민에게 꼭 필요한 언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천일염처럼,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어주실 것 같아 든든한 마음입니다 :)


📢 인터뷰어 : 사무처 김유리 활동가, 김승순 활동가, 박희선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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