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민간위탁제도의 등장과 확산
민간위탁은 공공의 역할을 민간에게 위임하여 수행하도록 하는 제도를 말한다. 사회서비스 분야에서는 이미 1950년대 이래 민간위탁에 해당하는 형태가 광범위하게 나타나 왔으나, 우리나라 행정법제상 민간위탁이 명시적으로 규정된 것은 1981년 「정부조직법」 개정에서부터이다(『우리나라 사회서비스와 민간위탁 제도연구』, 김영종, 보건사회연구 37(4), 2017).
이후 1998년 국민의 정부 출범과 함께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기조 아래 행정조직 관리의 효율화가 중요한 과제로 부상하였으며, 정부는 규제개혁과 행정의 고비용·저효율 구조 개선을 목표로 민간위탁을 적극 추진하게 되었다(『서울특별시 행정사무의 민간위탁 관리지침』, 서울특별시, 2024).

민간위탁의 유형분류 @서울시 행정사무의 민간위탁 관리지침(2022)
# 법제화의 명분과 한계
민간위탁은 민간의 전문성과 창의성을 활용하여 행정의 효율성을 높이고, 시민에게 양질의 공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제도로 평가된다. 그러나 동시에 수탁기관 선정의 투명성, 위탁계약의 적정성, 사후 평가와 감독의 부실 등 다양한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정부는 2024년 12월 「행정사무의 민간위탁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하였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이 법안은 행정사무 민간위탁제도의 무분별한 운영을 방지하고, 일관되고 체계적인 민간위탁 관리체계를 확립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주요 내용으로는 행정안전부에 ‘민간위탁심의위원회’를, 각 행정기관에 ‘민간위탁운영위원회’를 설치하도록 하고, 수탁기관을 원칙적으로 공개 모집을 통해 선정하도록 하는 한편, 수탁기관 현황정보의 공개와 관리·감독 및 평가 강화, 계약의 해제·해지 절차 등을 명문화하고 있다.
그러나 해당 법안에 대해서는 여러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무엇보다 법안의 입법 목적에서 드러나듯, 그 핵심은 ‘행정능률의 향상’과 ‘사무운영의 적정성과 책임성’에 맞춰져 있다. 문제는 이러한 방향이 민간위탁제도의 기본 원리인 공공성의 가치를 충분히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민간위탁은 단순히 행정사무의 일부를 민간에게 하도급하는 제도가 아니라, 공공의 책무를 민과 함께 수행하는 파트너십에 기반해야 한다.

혁신, 장기적 관계, 투명성 등을 통해 공공서비스를 개선하는 것이 공공-민간 파트너십의 핵심가치로 공공성과 효율성의 균형이 중요
@FourWeekMBA, “Public-Private Partnerships Model”, 2022
# 공개모집 원칙의 현실과 부작용
수탁기관의 공개 모집 원칙 역시 현실적 한계를 안고 있다. 법안은 모든 위탁사무를 원칙적으로 공개 모집을 통해 선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실제 위탁사무 중 상당수는 수익사업이 아니며, 전문성과 경험이 축적된 비영리 조직이 주로 수행해 온 영역이다.
이러한 분야까지 경쟁입찰 방식이 일률적으로 적용될 경우, 지원자가 없어 유찰이 반복되는 등 오히려 행정력과 예산이 낭비될 우려가 있다. 또한 사업의 성격을 고려하지 않은 과도한 경쟁체계는 기관 간 불필요한 가격 경쟁을 유발하여 서비스의 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최근 서울시 한강생태공원을 둘러싼 갈등은 이러한 우려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서울시가 올해 초 한강생태공원 5곳의 운영 사업자를 직원 3명으로 이루어진 전문성이 부족한 단일 업체로 선정하자, 기존 운영단체들이 선정 절차의 공정성과 고용 승계 문제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며 대응에 나셨고, 결국 법적 분쟁으로 이어졌다.
기존 단체가 제기한 입찰절차금지 가처분은 기각되었으나, 입찰 무효를 주장하는 본안 소송이 진행 중이다. 절차의 적법성 여부와 무관하게, 이러한 갈등으로 인해 공원 운영이 지연되고 시민의 이용 편의가 저하되는 등 그 피해가 결국 시민에게 돌아가고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여의샛강생태공원 민간위탁운영 과정에서 생태조사와 시민참여 기반의 관리 활동을 담은 자료 @사회적협동조합 한강
# 지속가능성의 부재와 공공성 회복의 과제
지속가능성의 부재도 중요한 문제로 지적된다. 법안은 위탁기간을 3년 이내로 제한하고, 법정위탁의 경우 5년마다 재검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행정의 관리 편의성을 높이는 대신, 공익사업의 장기성과 축적성을 저해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단기계약 중심 구조는 수탁기관의 안정적 운영을 어렵게 할 뿐 아니라, 눈에 보이는 단기성과 중심의 사업으로 쏠리게 해 궁극적으로 시민에게 제공되는 서비스의 질과 다양성이 저해될 수 있다.
실제 한국지방행정학회 등 관련 여러 연구에서도, 무조건적인 경쟁 도입보다는 성과를 입증한 기존 수탁기관과의 재계약이 공공서비스 품질과 행정효율을 모두 높이는 대안이 될 수 있음을 지적한 바 있다.
이처럼 법안은 효율성이라는 명분 아래 행정의 통제와 관리 기능을 강화하고 있지만, 서비스 제공 현장의 실제 모습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측면이 존재한다. 공익성과 투명성을 조화롭게 확보할 때, 비로소 민간위탁제도가 본래의 목적에 부합하여 작동할 것이다.
공공-민간 파트너십은 제도협력, 장기인프라 계약, 시민사회 협력 등 다층적 거버넌스 구조를 통해 지속가능성과 공공성 유지 가능
@Baxter et al., “Sustainability”, Vol. 12, No. 5097, 2020, Figure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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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규 해
사단법인 시민 정책위원
사단법인 온율 변호사
# 민간위탁제도의 등장과 확산
민간위탁은 공공의 역할을 민간에게 위임하여 수행하도록 하는 제도를 말한다. 사회서비스 분야에서는 이미 1950년대 이래 민간위탁에 해당하는 형태가 광범위하게 나타나 왔으나, 우리나라 행정법제상 민간위탁이 명시적으로 규정된 것은 1981년 「정부조직법」 개정에서부터이다(『우리나라 사회서비스와 민간위탁 제도연구』, 김영종, 보건사회연구 37(4), 2017).
이후 1998년 국민의 정부 출범과 함께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기조 아래 행정조직 관리의 효율화가 중요한 과제로 부상하였으며, 정부는 규제개혁과 행정의 고비용·저효율 구조 개선을 목표로 민간위탁을 적극 추진하게 되었다(『서울특별시 행정사무의 민간위탁 관리지침』, 서울특별시, 2024).
민간위탁의 유형분류 @서울시 행정사무의 민간위탁 관리지침(2022)
# 법제화의 명분과 한계
민간위탁은 민간의 전문성과 창의성을 활용하여 행정의 효율성을 높이고, 시민에게 양질의 공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제도로 평가된다. 그러나 동시에 수탁기관 선정의 투명성, 위탁계약의 적정성, 사후 평가와 감독의 부실 등 다양한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정부는 2024년 12월 「행정사무의 민간위탁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하였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이 법안은 행정사무 민간위탁제도의 무분별한 운영을 방지하고, 일관되고 체계적인 민간위탁 관리체계를 확립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주요 내용으로는 행정안전부에 ‘민간위탁심의위원회’를, 각 행정기관에 ‘민간위탁운영위원회’를 설치하도록 하고, 수탁기관을 원칙적으로 공개 모집을 통해 선정하도록 하는 한편, 수탁기관 현황정보의 공개와 관리·감독 및 평가 강화, 계약의 해제·해지 절차 등을 명문화하고 있다.
그러나 해당 법안에 대해서는 여러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무엇보다 법안의 입법 목적에서 드러나듯, 그 핵심은 ‘행정능률의 향상’과 ‘사무운영의 적정성과 책임성’에 맞춰져 있다. 문제는 이러한 방향이 민간위탁제도의 기본 원리인 공공성의 가치를 충분히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민간위탁은 단순히 행정사무의 일부를 민간에게 하도급하는 제도가 아니라, 공공의 책무를 민과 함께 수행하는 파트너십에 기반해야 한다.
혁신, 장기적 관계, 투명성 등을 통해 공공서비스를 개선하는 것이 공공-민간 파트너십의 핵심가치로 공공성과 효율성의 균형이 중요
@FourWeekMBA, “Public-Private Partnerships Model”, 2022
# 공개모집 원칙의 현실과 부작용
수탁기관의 공개 모집 원칙 역시 현실적 한계를 안고 있다. 법안은 모든 위탁사무를 원칙적으로 공개 모집을 통해 선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실제 위탁사무 중 상당수는 수익사업이 아니며, 전문성과 경험이 축적된 비영리 조직이 주로 수행해 온 영역이다.
이러한 분야까지 경쟁입찰 방식이 일률적으로 적용될 경우, 지원자가 없어 유찰이 반복되는 등 오히려 행정력과 예산이 낭비될 우려가 있다. 또한 사업의 성격을 고려하지 않은 과도한 경쟁체계는 기관 간 불필요한 가격 경쟁을 유발하여 서비스의 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최근 서울시 한강생태공원을 둘러싼 갈등은 이러한 우려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서울시가 올해 초 한강생태공원 5곳의 운영 사업자를 직원 3명으로 이루어진 전문성이 부족한 단일 업체로 선정하자, 기존 운영단체들이 선정 절차의 공정성과 고용 승계 문제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며 대응에 나셨고, 결국 법적 분쟁으로 이어졌다.
기존 단체가 제기한 입찰절차금지 가처분은 기각되었으나, 입찰 무효를 주장하는 본안 소송이 진행 중이다. 절차의 적법성 여부와 무관하게, 이러한 갈등으로 인해 공원 운영이 지연되고 시민의 이용 편의가 저하되는 등 그 피해가 결국 시민에게 돌아가고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여의샛강생태공원 민간위탁운영 과정에서 생태조사와 시민참여 기반의 관리 활동을 담은 자료 @사회적협동조합 한강
# 지속가능성의 부재와 공공성 회복의 과제
지속가능성의 부재도 중요한 문제로 지적된다. 법안은 위탁기간을 3년 이내로 제한하고, 법정위탁의 경우 5년마다 재검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행정의 관리 편의성을 높이는 대신, 공익사업의 장기성과 축적성을 저해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단기계약 중심 구조는 수탁기관의 안정적 운영을 어렵게 할 뿐 아니라, 눈에 보이는 단기성과 중심의 사업으로 쏠리게 해 궁극적으로 시민에게 제공되는 서비스의 질과 다양성이 저해될 수 있다.
실제 한국지방행정학회 등 관련 여러 연구에서도, 무조건적인 경쟁 도입보다는 성과를 입증한 기존 수탁기관과의 재계약이 공공서비스 품질과 행정효율을 모두 높이는 대안이 될 수 있음을 지적한 바 있다.
이처럼 법안은 효율성이라는 명분 아래 행정의 통제와 관리 기능을 강화하고 있지만, 서비스 제공 현장의 실제 모습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측면이 존재한다. 공익성과 투명성을 조화롭게 확보할 때, 비로소 민간위탁제도가 본래의 목적에 부합하여 작동할 것이다.
공공-민간 파트너십은 제도협력, 장기인프라 계약, 시민사회 협력 등 다층적 거버넌스 구조를 통해 지속가능성과 공공성 유지 가능
@Baxter et al., “Sustainability”, Vol. 12, No. 5097, 2020, Figure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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