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사)시민 제6기 임원분들이 구성되어 작년 6월부터 한 분 한 분 회원님들께 이사님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해야 할 본연의 역할을 상기하면서 또 새롭게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일지, 새롭게 함께 하시게 된 이사님들은 (사)시민을 어떤 마음으로 바라보고 계시는지 회원님들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인사이드 시민'은 시민의 사람(人사이드)을 소개하는 의미와 시민 속으로(inside) 좀 더 깊게 들어가보자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
이번 인터뷰이는 김소연 이사(사단법인 시민 정책위원장)입니다. 올해로 사단법인 시민과 8년째 인연을 이어온 김소연 이사는 '환경정의'에서의 먹거리 운동부터 현재 '사단법인 시민'과 함께 하고 있는 시민사회 연구까지, 시민사회 안에서 다양한 길을 걸어왔습니다. 최근에는 강릉과 서울을 오가며 농사와 연구, 현장과 제도를 넘나들며 시민사회에 대한 여러 고민을 하며 지내고 계시는데요. 이번 인터뷰에서는 김소연 이사가 지나온 활동, 사단법인 시민과 함께하는 지금, 그리고 앞으로의 시민사회 지식생태계에 대한 비전을 들어보았습니다. ❤

# 최근 강릉에서 농사를 짓고, 서울에서는 시민사회 연구와 활동을 이어가며 두 가지 삶을 동시에 살아가고 있다. 강릉 농장에서 포도를 가꾸는 일상으로, 서울에서는 '사단법인 시민 이사’로 역할을 하는 독특한 여정을 이어가고 있다.
Q. 요즘 강릉에서의 생활은 어떠세요?
강릉의 동네 사람들은 제가 어떤 일을 하는지 전혀 모르죠. 그냥 꽃을 심고 잡초 뽑고, 주말이면 농장에서 포도를 가꾸고 지내니까요. 3년 전부터 유럽 품종 포도 줄기를 심어 키웠는데, 올해 처음으로 열매가 달렸어요. 비가 안 와서 이틀에 한 번씩 물을 주고, 새들이 열매를 먹지 않도록 봉지를 씌우느라 여념이 없죠.
그렇게 강릉에서 시간을 보내다 기차를 타고 서울에 올라오면 갑자기 ‘사단법인 시민 이사’ 모드로 변신합니다. 긴장하고, 메모하고, 화장도 하고요. 기차를 타고 오는 과정이 마법처럼 느껴져요. 신데렐라가 된 기분이라고 할까요.
Q. 사단법인 시민은 어떻게 알게 되었나요?
시민운동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서 시작했어요. 그때 함께 활동했던 동료들과는 이후에도 여러 단체에서 계속 인연을 이어갔는데요. 저는 '환경정의'에서 활동했고, 정란아 이사는 ‘함께하는시민행동’에서 활동했어요. 두 단체는 사무실 이사를 같이 다닐 만큼 가까웠고, 동지적 관계였죠. 이후 10년 미국 유학생활을 마치고 들어와서 ‘사회에 쓰이는 연구자’가 되고 싶었지만, 공부했던 관광과 관련한 연구들이 주민들의 목소리는 담지 못하고, 관련 정책의 긍정적인 효과만 강조되는 경우가 많아 회의감을 느꼈어요.
이런 경험을 겪으면서 나의 전공을 살려 연구를 이어가는 것이 어렵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정란아 이사가 '시민사회에는 연구자가 없어서 힘들다, 이쪽에 기여해 보라'는 말을 해주었어요. 그렇게 사단법인 시민을 알게 되었습니다.
Q. ‘실천 현장’이라는 말을 자주 쓰시는 걸로 알고 있어요.
누군가를 가르치는 게 아니라, 사람마다 품고 있는 ‘선한 의지’를 끄집어내는 것이 시민사회의 역할이라고 믿어요. 환경정의에서 했던 먹거리 운동도 단순히 ‘먹거리가 중요하다’는 관념이 아니라, 시민이 직접 참여하고 주체가 될 수 있는 의제를 찾다 보니 선택했던 거 같아요. 사람들이 자기 언어로 문제를 이야기할 때 폭발적인 힘이 생긴다고 생각해요. 당시에도 회원들과 공부 모임을 통해 나온 「차라리 아이를 굶겨라」라는 책이 큰 반향을 일으켰었는데, 어느 회원이 공원에서 자기 아이에게 무가당 주스를 주는 사람을 보고, '차라리 굶기는 게 낫겠다' 라고 말한 것에서 시작된 거였어요.
# 환경정의에서의 먹거리 운동을 했던 김소연 이사의 활동은 미국 유학 시절의 ‘푸드 저스티스(Food Justice, 먹거리 정의)’ 연구로 확장되었다. 그러나 한국에 돌아와서는 농민운동 중심의 먹거리 운동이 지닌 한계를 체감했고, 이를 계기로 자연스럽게 시민사회 활성화와 제도 연구로 관심을 넓혀갔다.
Q. 미국 유학 시절, 어떤 주제를 공부하셨나요?
미국에서 약 10년 정도 있으면서 박사 과정을 했는데, 전공은 일종의 융합사회학으로 교수님들이 사회학, 농촌사회학, 관광경영, 인류학 등 다양한 분야로 구성되어 있어서 여러 시각으로 공부할 수 있었어요. 지도교수님이 ‘푸드 소시올로지(Food Sociology)’를 만든 분이셨고, 저 역시 ‘푸드 저스티스(Food Justice, 먹거리 정의)’를 주제로 공부했어요. 먹거리를 통해 사회 불평등이나 권력 관계, 문화적·인종적·계급적 문제까지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죠.
한국에 돌아와서도 당연히 환경정의에서의 경험을 이어 먹거리 관련 활동을 했어요. 그런데, 한국의 먹거리 운동은 주로 농민운동의 연장선에서 이루어지고 있었고, 정부 지원금이나 사업 논리와 얽혀 있다 보니, ‘사회적 불평등과 구조적 문제를 드러내는 시민운동으로서의 먹거리 운동’과는 거리가 있었어요. 시민들의 삶과 연결된 주제로 접근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느꼈죠. 학회 등 여전히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부분도 있지만, 스스로도 그 흐름을 바꿀 힘이 없다고 생각하면서 점점 멀어진 측면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시민사회 활성화, 제도와 정책 연구 쪽으로 관심을 가지게 되었어요.
Q. 박사과정으로 공부하신 내용과 사단법인 시민의 활동은 다소 차이가 있는데, 시민사회 연구에 관심을 가진 계기가 있으셨나요?
유학을 떠날 때만 해도 시민사회가 존중받는 분위기였는데, 돌아와 보니 박근혜 정권 시절을 거치며 많이 위축돼 있었어요. 특히 놀랐던 건 시민단체에서 활동하다가 다른 영역으로 간 사람들이 시민사회의 역할을 축소하거나 부정적으로 이야기하는 경우 였어요. '단체의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개인 참여의 시대다'라는 식이었죠. 저는 '개인이 고립된 채로 무엇을, 얼마나 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이 있어요. 결사체가 필요하고, 단체와 활동가의 역할은 여전히 중요하다고 믿었습니다. 그래서 시민사회 연구에 참여하게 된 것 같아요.
돌이켜보면 제가 공부를 한 이유도 학자가 되고 싶어서라기 보다 사회운동에 기여하고 싶었기 때문이었어요. 먹거리 공부도 이론에 대한 욕심보다는, 문제의식을 사회적으로 풀어내고 싶었던 거였죠. 연구라는 것은 결국 한 발짝 떨어져서 사안을 객관적으로 보고, 논리와 근거를 마련해 설득하는 훈련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지금하고 있는 시민사회 활성화 연구는 제가 가진 문제의식을 사회적 맥락으로 연결할 수 있어, 재미를 느끼고 있어요.
Q. 환경정의의 먹거리 운동이 시민사회 활성화 제도 연구와 다른 지점이 있을 것 같은데요.
환경정의의 먹거리 운동은 의제가 뚜렷하고, 시민들과 직접 만날 수 있었어요. 맥도날드 불매운동이나 먹거리 캠페인은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많았고 명확했죠. 그런데 사단법인 시민의 활동은 조금 다릅니다. 우리는 개별 의제를 직접 다루기보다, 시민사회단체들이 더 잘 활동할 수 있도록 제도적·환경적 기반을 만드는 역할을 하죠. 그래서 우리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또 누구에게 말을 걸어야 할 지가 늘 고민 됩니다. 말걸 대상이 예전에는 정부나 지자체였다면, 요즘은 오히려 활동가와 단체들이 아닐까 싶기도 해요.
Q. 고민이라고 하셨지만, 사단법인 시민을 어떻게 설명하시나요?
얼마 전 영국의 ‘시민사회 협약(Civil Society Covenant)’에서 '타인과 공동체에 시간과 헌신을 바친 시민사회를 존중한다' 는 문구를 보며 뭉클했었는데, 바로 그런 문화적·제도적 환경을 만드는 것이 시민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타인과 공동체를 위해 시간과 에너지를 쓰는 사람들이 존중받을 수 있는 문화적·제도적 환경을 만드는 일”이 바로 시민의 역할인거죠. 문제는 우리의 활동을 대중적으로 쉽게 전달할 수 있는 언어로 아직 충분히 정제하지 못했다는 점이에요. 정체성은 분명하지만, 누구나 쉽게 설명할 수 있는 언어로 정리되지 않아 스스로도 어렵게 느끼는 것 같아요. 반면에, 그렇기 때문에 끊임없이 연구와 근거를 쌓아 우리 활동의 가치를 설명하고, 공기처럼 당연하지만 설명하기 어려운 시민사회의 존재 이유를 계속 드러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시민사회가 없는 사회, 즉 정부와 시장만 있고, 결사체가 없는 사회는 유지될 수 없다고 봐요. 그만큼 사단법인 시민의 역할은 중요한 일입니다.
# 서울시 시민사회 활성화 기본조례 연구, 코로나 시기의 시민사회 역할에 대한 연구, 그리고 ‘강한시민사회포럼’까지, 사단법인 시민과 함께 한 활동은 시민사회의 역할을 확인하고 기록하는 과정이었다. 또 시민사회 현장연구자 모임 ‘들파’를 통해 동료 연구자들과 고립을 넘어서는 연대의 경험을 쌓았으며, 지금은 사단법인 시민 안에서 고민을 이어가고 있다.
Q. 그동안 사단법인 시민과 여러 활동을 함께 했는데,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요?
처음했던 연구가 「서울시 시민사회 활성화 기본조례와 기본계획 수립 연구」였어요. 시민사회 연구를 처음 접한 거라 많이 낯설고 어려웠지만, 오히려 몰랐기 때문에 더 열심히 공부했고, 그래서 도움이 된 경험이었죠. 기본개념부터 정의하고 정리하는 과정이 필요했는데, 저에게는 새로운 학습이었고, 그게 지금까지도 다른 연구의 기초가 되고 있어요. 그때 함께 연구했던 이강준, 조철민, 오현순 같은 분들과의 인연도 사단법인 시민 안에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고요.
이후 코로나 시기에 진행한 「재난위기 극복을 위한 시민사회의 역할과 민관협력방안 연구」와 「강한시민사회포럼」이 기억에 남아요. 연구는 위기 상황에서 시민사회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정리해보자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는데, 연구를 통해 다섯 가지 핵심적인 시민사회의 역할을 정리할 수 있었어요. 스스로도 ‘우리가 그때 무엇을 했나’ 잘 몰랐는데, 자료를 모으고 토론하면서 시민사회의 역할이 또렷하게 드러났고, 그 결과는 지금도 많이 인용되고 있어요. 강한시민사회포럼도 많이 애정하는데, 포럼을 통해 이야기 나누면서 단순히 연구를 넘어, 우리 스스로 무엇을 해왔는지 확인하고 기록할 수 있었던 소중한 계기였다고 생각해요.
Q. 올해 2년 만에 열리는 ‘2025 시민사회 현장지식 컨퍼런스’에 대한 기대가 있으시다면요?
연구자로 처음 사회에 다시 나왔을 때 저는 막막했던 것 같아요. 서울시 시민사회 활성화 기본조례 연구를 할 때 함께 했던 사람들과 편의점 앞 탁자에 모여 시민사회 현장연구자 모임 ‘들파’를 만들었고, 그 모임이 저에게 큰 힘이 되었죠. 지금은 당시 멤버들이 모두 사단법인 시민에서 활동하고 있어 별도의 모임으로 운영되지는 않지만, 시민사회 안에서 연구자가 함께 기여할 수 있는 장을 만들고자 했던 그 때의 고민들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죠.
그래서 이번 컨퍼런스도 '너 혼자가 아니다, 네 연구를 알아봐 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메시지를 주는 자리가 되었으면 해요. 사회를 변화시키고 싶지만 지치고 외로운 연구자들, 학계 성과 만을 요구받으며 자신이 하고 싶은 연구를 포기해야 했던 사람들에게 이 공간이 버팀목이 되길 바라는 거죠. 특히 '연구가 꼭 학문적 성과로만 드러나지 않아도, 현장과 소통하며 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이번 컨퍼런스는 바로 그런 경험을 공유하는 자리이자, 시민사회 지식생태계의 구체적인 모습이 드러나는 장이 될 거라 기대합니다.
Q. ‘시민사회 지식생태계’는 어떤 걸까요? 관련해서 사단법인 시민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저는 연구라는 게 본질적으로 사회에 기여하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현실에서는 학교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면 연구를 이어갈 기회가 거의 주어지지 않아요. 저 역시 활동가 경험이 있었기에 그나마 연결고리가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연구자들은 금방 고립감을 느끼게 됩니다. 저는 시민사회 지식생태계가 이 지점에서 역할해야 한다고 봅니다. 정책·제도 연구뿐 아니라 청년, 여성 등 다양한 의제를 다루는 연구자들이 사회에 기여하는 연구를 계속할 수 있도록 버팀목이 되어주는 것 말이죠. 시민은 그런 연구자들이 포기하지 않고, 그 길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켜주고, 그 연구가 사회적으로 의미를 발휘할 수 있게 매개하는 역할을 하면 좋겠어요.
Q. 사단법인 시민의 정책위원장이시기도 한데요. 정책위원회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요?
정책위원회는 좋은 분들이 함께해주셔서 감사한 마음이에요. 매달 진행하는 회의에도 계속 와주시고, 정책칼럼도 흔쾌히 써주시는 등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어서 큰 힘이 되고 있죠. 다만, 제 숙제는 시민의 '연구' 기능을 어떻게 할 것인가예요. 단순히 위원회 형태보다는 ‘연구소’라는 틀을 만들어 고립된 연구자들을 모으고, 꿈꾸는 이야기들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장으로 발전시키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Q. 앞으로 사단법인 시민이 연구나 정책 활동에서 다루어야 할 주제가 있다면요?
시민사회 활성화와 관련해 우리에게 맞는 지표를 개발하고 매년 발표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법제도, 신뢰도, 영향력, 참여도 등 다양한 요소를 기존 자료와 질적 인터뷰를 결합해 체계적으로 진단한다면, 우리 스스로 시민사회의 현주소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을 거예요. 특히, 이 작업은 단발성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쌓아야 의미가 있으니까, 기빙코리아처럼 장기적으로 데이터를 축적해 공론화하고, 다른 연구자들이 활용할 수 있는 로데이터 하우스를 만들어도 좋겠습니다. 결국 시민은 연구와 정책 기능을 강화하고, 공익활동가 주간 같은 공론장과 연결해 결과를 사회적으로 발화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교육이나 역량 강화도 중요하지만, 한정된 자원을 고려할 때 연구·정책 기능에 집중하는 것이 시민의 정체성에 맞는 길이라고 생각해요.

# 사단법인 시민이 시민사회의 터전을 지키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중요하고, 동시에 작은 규모의 사무국과 재정 기반은 여전히 고민이라고 한다. 다만, 시민이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큰 자산이고 성과이니, 더 힘 있게 역할을 펼치기 위해서는 재미있게 활동하자고 제안한다.
Q. 최근 사단법인 시민의 활동에서 주목하고 계신 것은 무엇인가요?
시민이 ‘시민사회 제도’ 관련 이슈가 있을 때마다 성명서를 내는 걸 인상 깊게 보고 있어요. 환경·노동 등 개별 의제가 아니라 ‘시민사회 자체’를 지키기 위해 목소리를 내는 곳은 시민이 유일해요. 시민사회라는 터전 자체를 지키기 위해 목소리를 내는 역할을 시민이 자임한거고, 이게 시민의 존재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또 한 가지 주목하고 있는 건, 시민에 모인 사람들이 ‘시민사회와 활동가 자체’에 대한 애정을 갖고 있다는 건데요. 과거에는 변화를 만들기 위해 정치권이나 행정으로 가는 경우가 있었다면, 지금은 그런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시민에 모여 있다고 생각해요. 재정은 넉넉하지 않지만, 이런 사람들이 모여 있다는 것 자체가 시민의 가장 큰 자산이고, 앞으로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힘이 될 거라 믿습니다.
Q. 오랫동안 사단법인 시민과 함께해 오신 입장에서, 지난 12년 동안 가장 큰 성과는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서울시NPO지원센터를 운영했던 경험과 그 운영이 끝난 뒤에도 법인이 문 닫지 않고 활동을 이어왔는데요. 어려운 시간을 버티며 그 경험과 자산을 지켜냈죠. 그래서 현 시점에 시민이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가 성과라고 생각해요. 만약 시민이 사라졌다면 누가 그 역할을 했을까요? 아마 아무도 하지 않았을 것이고, 그 자리는 공백으로 남았을 거예요. 지난 2년만 보더라도 그냥 흩어지고 끊어졌을 많은 일들이 시민이 있었기에 계속되어 왔어요. 문제의식을 놓지 않고 이어온 것 자체가 시민의 가장 큰 자산이자 성과입니다.
시민이 지금까지 존재하고 활동을 이어왔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자랑스러워요. 앞으로는 더 많은 역할을 해야 하고, 잘할 수 있는 사람들도 모여 있으니 기대도 큽니다. 다만 어떻게 그 역량을 더 펼칠 수 있을지는 늘 고민이자 과제입니다. 가능성은 크다고 보기 때문에, 시민이 지금보다 더 힘 있게 일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만들어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Q. 걱정이나 우려 지점도 있으시겠죠?
정체성과 역할은 더 분명해지고 있어, 앞으로 할 일도 더 많아질 거라고 생각해요. 딱 하나, 걱정은 재정 기반이에요. 사무국이 2~3명 규모로 버텨오고 있는데, 활동은 늘어나는 반면 인력과 재정은 충분히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죠. 사무국이 지치지 않고 지속가능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토대를 만드는 게 무엇보다 중요할 것 같아요.
사무국 규모가 적어서 활동가 개인의 에너지와 상황에 따라 조직 전체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측면도 있겠지만,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시민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고 이사들은 느낄 거라 생각해요. 그런 점에서 ‘우리가 계속 살아 있고, 발언하고, 역할을 하고 있다’는 활력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Q. 끝으로 지난 해부터 새로 함께하게 된 신임 이사님들께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저는 시민에서 함께 활동하는 게 ‘인연’이라고 생각합니다. 시민과 함께 활동하기로 마음먹은 분들은 모두 각자의 분야에서 충분히 경험을 쌓은 분들이고, 정말 ‘고수’들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런 분들이 모여 시민사회의 터전을 지키는 일을 함께할 수 있다는 게 든든하고, 또 재미있게 해나갈 수 있을 거라고 믿어요.
강릉에서 ‘와될농장(내일은 와이너리가 될 거야)’을 가꾸며 포도를 키우고, 소규모 내추럴 와인을 담아 찾아오는 지인들과 나누는 삶의 이야기에는 행복이 묻어나는 듯했습니다. 농장은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와서 쉬고 연구자들이 머물 수 있는 공간으로 느껴졌습니다. 연구와 농사, 시민사회 활동 사이를 오가고, '이렇게도, 저렇게도' 고민하며 지내는 요즘을 '신데렐라 같은 삶'이라고 표현하는 김소연 이사님께 하반기 진행될 사단법인 시민 후원행사에 직접 담근 와인을 경매로 내놓아 달라고 부탁드리며 인터뷰를 마쳤습니다. ❤
📢 인터뷰어 : 사무처 김유리, 김승순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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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사)시민 제6기 임원분들이 구성되어 작년 6월부터 한 분 한 분 회원님들께 이사님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해야 할 본연의 역할을 상기하면서 또 새롭게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일지, 새롭게 함께 하시게 된 이사님들은 (사)시민을 어떤 마음으로 바라보고 계시는지 회원님들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인사이드 시민'은 시민의 사람(人사이드)을 소개하는 의미와 시민 속으로(inside) 좀 더 깊게 들어가보자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
# 최근 강릉에서 농사를 짓고, 서울에서는 시민사회 연구와 활동을 이어가며 두 가지 삶을 동시에 살아가고 있다. 강릉 농장에서 포도를 가꾸는 일상으로, 서울에서는 '사단법인 시민 이사’로 역할을 하는 독특한 여정을 이어가고 있다.
Q. 요즘 강릉에서의 생활은 어떠세요?
강릉의 동네 사람들은 제가 어떤 일을 하는지 전혀 모르죠. 그냥 꽃을 심고 잡초 뽑고, 주말이면 농장에서 포도를 가꾸고 지내니까요. 3년 전부터 유럽 품종 포도 줄기를 심어 키웠는데, 올해 처음으로 열매가 달렸어요. 비가 안 와서 이틀에 한 번씩 물을 주고, 새들이 열매를 먹지 않도록 봉지를 씌우느라 여념이 없죠.
그렇게 강릉에서 시간을 보내다 기차를 타고 서울에 올라오면 갑자기 ‘사단법인 시민 이사’ 모드로 변신합니다. 긴장하고, 메모하고, 화장도 하고요. 기차를 타고 오는 과정이 마법처럼 느껴져요. 신데렐라가 된 기분이라고 할까요.
Q. 사단법인 시민은 어떻게 알게 되었나요?
시민운동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서 시작했어요. 그때 함께 활동했던 동료들과는 이후에도 여러 단체에서 계속 인연을 이어갔는데요. 저는 '환경정의'에서 활동했고, 정란아 이사는 ‘함께하는시민행동’에서 활동했어요. 두 단체는 사무실 이사를 같이 다닐 만큼 가까웠고, 동지적 관계였죠. 이후 10년 미국 유학생활을 마치고 들어와서 ‘사회에 쓰이는 연구자’가 되고 싶었지만, 공부했던 관광과 관련한 연구들이 주민들의 목소리는 담지 못하고, 관련 정책의 긍정적인 효과만 강조되는 경우가 많아 회의감을 느꼈어요.
이런 경험을 겪으면서 나의 전공을 살려 연구를 이어가는 것이 어렵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정란아 이사가 '시민사회에는 연구자가 없어서 힘들다, 이쪽에 기여해 보라'는 말을 해주었어요. 그렇게 사단법인 시민을 알게 되었습니다.
Q. ‘실천 현장’이라는 말을 자주 쓰시는 걸로 알고 있어요.
누군가를 가르치는 게 아니라, 사람마다 품고 있는 ‘선한 의지’를 끄집어내는 것이 시민사회의 역할이라고 믿어요. 환경정의에서 했던 먹거리 운동도 단순히 ‘먹거리가 중요하다’는 관념이 아니라, 시민이 직접 참여하고 주체가 될 수 있는 의제를 찾다 보니 선택했던 거 같아요. 사람들이 자기 언어로 문제를 이야기할 때 폭발적인 힘이 생긴다고 생각해요. 당시에도 회원들과 공부 모임을 통해 나온 「차라리 아이를 굶겨라」라는 책이 큰 반향을 일으켰었는데, 어느 회원이 공원에서 자기 아이에게 무가당 주스를 주는 사람을 보고, '차라리 굶기는 게 낫겠다' 라고 말한 것에서 시작된 거였어요.
# 환경정의에서의 먹거리 운동을 했던 김소연 이사의 활동은 미국 유학 시절의 ‘푸드 저스티스(Food Justice, 먹거리 정의)’ 연구로 확장되었다. 그러나 한국에 돌아와서는 농민운동 중심의 먹거리 운동이 지닌 한계를 체감했고, 이를 계기로 자연스럽게 시민사회 활성화와 제도 연구로 관심을 넓혀갔다.
Q. 미국 유학 시절, 어떤 주제를 공부하셨나요?
미국에서 약 10년 정도 있으면서 박사 과정을 했는데, 전공은 일종의 융합사회학으로 교수님들이 사회학, 농촌사회학, 관광경영, 인류학 등 다양한 분야로 구성되어 있어서 여러 시각으로 공부할 수 있었어요. 지도교수님이 ‘푸드 소시올로지(Food Sociology)’를 만든 분이셨고, 저 역시 ‘푸드 저스티스(Food Justice, 먹거리 정의)’를 주제로 공부했어요. 먹거리를 통해 사회 불평등이나 권력 관계, 문화적·인종적·계급적 문제까지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죠.
한국에 돌아와서도 당연히 환경정의에서의 경험을 이어 먹거리 관련 활동을 했어요. 그런데, 한국의 먹거리 운동은 주로 농민운동의 연장선에서 이루어지고 있었고, 정부 지원금이나 사업 논리와 얽혀 있다 보니, ‘사회적 불평등과 구조적 문제를 드러내는 시민운동으로서의 먹거리 운동’과는 거리가 있었어요. 시민들의 삶과 연결된 주제로 접근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느꼈죠. 학회 등 여전히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부분도 있지만, 스스로도 그 흐름을 바꿀 힘이 없다고 생각하면서 점점 멀어진 측면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시민사회 활성화, 제도와 정책 연구 쪽으로 관심을 가지게 되었어요.
Q. 박사과정으로 공부하신 내용과 사단법인 시민의 활동은 다소 차이가 있는데, 시민사회 연구에 관심을 가진 계기가 있으셨나요?
유학을 떠날 때만 해도 시민사회가 존중받는 분위기였는데, 돌아와 보니 박근혜 정권 시절을 거치며 많이 위축돼 있었어요. 특히 놀랐던 건 시민단체에서 활동하다가 다른 영역으로 간 사람들이 시민사회의 역할을 축소하거나 부정적으로 이야기하는 경우 였어요. '단체의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개인 참여의 시대다'라는 식이었죠. 저는 '개인이 고립된 채로 무엇을, 얼마나 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이 있어요. 결사체가 필요하고, 단체와 활동가의 역할은 여전히 중요하다고 믿었습니다. 그래서 시민사회 연구에 참여하게 된 것 같아요.
돌이켜보면 제가 공부를 한 이유도 학자가 되고 싶어서라기 보다 사회운동에 기여하고 싶었기 때문이었어요. 먹거리 공부도 이론에 대한 욕심보다는, 문제의식을 사회적으로 풀어내고 싶었던 거였죠. 연구라는 것은 결국 한 발짝 떨어져서 사안을 객관적으로 보고, 논리와 근거를 마련해 설득하는 훈련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지금하고 있는 시민사회 활성화 연구는 제가 가진 문제의식을 사회적 맥락으로 연결할 수 있어, 재미를 느끼고 있어요.
Q. 환경정의의 먹거리 운동이 시민사회 활성화 제도 연구와 다른 지점이 있을 것 같은데요.
환경정의의 먹거리 운동은 의제가 뚜렷하고, 시민들과 직접 만날 수 있었어요. 맥도날드 불매운동이나 먹거리 캠페인은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많았고 명확했죠. 그런데 사단법인 시민의 활동은 조금 다릅니다. 우리는 개별 의제를 직접 다루기보다, 시민사회단체들이 더 잘 활동할 수 있도록 제도적·환경적 기반을 만드는 역할을 하죠. 그래서 우리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또 누구에게 말을 걸어야 할 지가 늘 고민 됩니다. 말걸 대상이 예전에는 정부나 지자체였다면, 요즘은 오히려 활동가와 단체들이 아닐까 싶기도 해요.
Q. 고민이라고 하셨지만, 사단법인 시민을 어떻게 설명하시나요?
얼마 전 영국의 ‘시민사회 협약(Civil Society Covenant)’에서 '타인과 공동체에 시간과 헌신을 바친 시민사회를 존중한다' 는 문구를 보며 뭉클했었는데, 바로 그런 문화적·제도적 환경을 만드는 것이 시민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타인과 공동체를 위해 시간과 에너지를 쓰는 사람들이 존중받을 수 있는 문화적·제도적 환경을 만드는 일”이 바로 시민의 역할인거죠. 문제는 우리의 활동을 대중적으로 쉽게 전달할 수 있는 언어로 아직 충분히 정제하지 못했다는 점이에요. 정체성은 분명하지만, 누구나 쉽게 설명할 수 있는 언어로 정리되지 않아 스스로도 어렵게 느끼는 것 같아요. 반면에, 그렇기 때문에 끊임없이 연구와 근거를 쌓아 우리 활동의 가치를 설명하고, 공기처럼 당연하지만 설명하기 어려운 시민사회의 존재 이유를 계속 드러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시민사회가 없는 사회, 즉 정부와 시장만 있고, 결사체가 없는 사회는 유지될 수 없다고 봐요. 그만큼 사단법인 시민의 역할은 중요한 일입니다.
# 서울시 시민사회 활성화 기본조례 연구, 코로나 시기의 시민사회 역할에 대한 연구, 그리고 ‘강한시민사회포럼’까지, 사단법인 시민과 함께 한 활동은 시민사회의 역할을 확인하고 기록하는 과정이었다. 또 시민사회 현장연구자 모임 ‘들파’를 통해 동료 연구자들과 고립을 넘어서는 연대의 경험을 쌓았으며, 지금은 사단법인 시민 안에서 고민을 이어가고 있다.
Q. 그동안 사단법인 시민과 여러 활동을 함께 했는데,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요?
처음했던 연구가 「서울시 시민사회 활성화 기본조례와 기본계획 수립 연구」였어요. 시민사회 연구를 처음 접한 거라 많이 낯설고 어려웠지만, 오히려 몰랐기 때문에 더 열심히 공부했고, 그래서 도움이 된 경험이었죠. 기본개념부터 정의하고 정리하는 과정이 필요했는데, 저에게는 새로운 학습이었고, 그게 지금까지도 다른 연구의 기초가 되고 있어요. 그때 함께 연구했던 이강준, 조철민, 오현순 같은 분들과의 인연도 사단법인 시민 안에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고요.
이후 코로나 시기에 진행한 「재난위기 극복을 위한 시민사회의 역할과 민관협력방안 연구」와 「강한시민사회포럼」이 기억에 남아요. 연구는 위기 상황에서 시민사회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정리해보자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는데, 연구를 통해 다섯 가지 핵심적인 시민사회의 역할을 정리할 수 있었어요. 스스로도 ‘우리가 그때 무엇을 했나’ 잘 몰랐는데, 자료를 모으고 토론하면서 시민사회의 역할이 또렷하게 드러났고, 그 결과는 지금도 많이 인용되고 있어요. 강한시민사회포럼도 많이 애정하는데, 포럼을 통해 이야기 나누면서 단순히 연구를 넘어, 우리 스스로 무엇을 해왔는지 확인하고 기록할 수 있었던 소중한 계기였다고 생각해요.
Q. 올해 2년 만에 열리는 ‘2025 시민사회 현장지식 컨퍼런스’에 대한 기대가 있으시다면요?
연구자로 처음 사회에 다시 나왔을 때 저는 막막했던 것 같아요. 서울시 시민사회 활성화 기본조례 연구를 할 때 함께 했던 사람들과 편의점 앞 탁자에 모여 시민사회 현장연구자 모임 ‘들파’를 만들었고, 그 모임이 저에게 큰 힘이 되었죠. 지금은 당시 멤버들이 모두 사단법인 시민에서 활동하고 있어 별도의 모임으로 운영되지는 않지만, 시민사회 안에서 연구자가 함께 기여할 수 있는 장을 만들고자 했던 그 때의 고민들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죠.
그래서 이번 컨퍼런스도 '너 혼자가 아니다, 네 연구를 알아봐 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메시지를 주는 자리가 되었으면 해요. 사회를 변화시키고 싶지만 지치고 외로운 연구자들, 학계 성과 만을 요구받으며 자신이 하고 싶은 연구를 포기해야 했던 사람들에게 이 공간이 버팀목이 되길 바라는 거죠. 특히 '연구가 꼭 학문적 성과로만 드러나지 않아도, 현장과 소통하며 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이번 컨퍼런스는 바로 그런 경험을 공유하는 자리이자, 시민사회 지식생태계의 구체적인 모습이 드러나는 장이 될 거라 기대합니다.
Q. ‘시민사회 지식생태계’는 어떤 걸까요? 관련해서 사단법인 시민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저는 연구라는 게 본질적으로 사회에 기여하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현실에서는 학교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면 연구를 이어갈 기회가 거의 주어지지 않아요. 저 역시 활동가 경험이 있었기에 그나마 연결고리가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연구자들은 금방 고립감을 느끼게 됩니다. 저는 시민사회 지식생태계가 이 지점에서 역할해야 한다고 봅니다. 정책·제도 연구뿐 아니라 청년, 여성 등 다양한 의제를 다루는 연구자들이 사회에 기여하는 연구를 계속할 수 있도록 버팀목이 되어주는 것 말이죠. 시민은 그런 연구자들이 포기하지 않고, 그 길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켜주고, 그 연구가 사회적으로 의미를 발휘할 수 있게 매개하는 역할을 하면 좋겠어요.
Q. 사단법인 시민의 정책위원장이시기도 한데요. 정책위원회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요?
정책위원회는 좋은 분들이 함께해주셔서 감사한 마음이에요. 매달 진행하는 회의에도 계속 와주시고, 정책칼럼도 흔쾌히 써주시는 등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어서 큰 힘이 되고 있죠. 다만, 제 숙제는 시민의 '연구' 기능을 어떻게 할 것인가예요. 단순히 위원회 형태보다는 ‘연구소’라는 틀을 만들어 고립된 연구자들을 모으고, 꿈꾸는 이야기들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장으로 발전시키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Q. 앞으로 사단법인 시민이 연구나 정책 활동에서 다루어야 할 주제가 있다면요?
시민사회 활성화와 관련해 우리에게 맞는 지표를 개발하고 매년 발표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법제도, 신뢰도, 영향력, 참여도 등 다양한 요소를 기존 자료와 질적 인터뷰를 결합해 체계적으로 진단한다면, 우리 스스로 시민사회의 현주소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을 거예요. 특히, 이 작업은 단발성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쌓아야 의미가 있으니까, 기빙코리아처럼 장기적으로 데이터를 축적해 공론화하고, 다른 연구자들이 활용할 수 있는 로데이터 하우스를 만들어도 좋겠습니다. 결국 시민은 연구와 정책 기능을 강화하고, 공익활동가 주간 같은 공론장과 연결해 결과를 사회적으로 발화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교육이나 역량 강화도 중요하지만, 한정된 자원을 고려할 때 연구·정책 기능에 집중하는 것이 시민의 정체성에 맞는 길이라고 생각해요.
# 사단법인 시민이 시민사회의 터전을 지키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중요하고, 동시에 작은 규모의 사무국과 재정 기반은 여전히 고민이라고 한다. 다만, 시민이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큰 자산이고 성과이니, 더 힘 있게 역할을 펼치기 위해서는 재미있게 활동하자고 제안한다.
Q. 최근 사단법인 시민의 활동에서 주목하고 계신 것은 무엇인가요?
시민이 ‘시민사회 제도’ 관련 이슈가 있을 때마다 성명서를 내는 걸 인상 깊게 보고 있어요. 환경·노동 등 개별 의제가 아니라 ‘시민사회 자체’를 지키기 위해 목소리를 내는 곳은 시민이 유일해요. 시민사회라는 터전 자체를 지키기 위해 목소리를 내는 역할을 시민이 자임한거고, 이게 시민의 존재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또 한 가지 주목하고 있는 건, 시민에 모인 사람들이 ‘시민사회와 활동가 자체’에 대한 애정을 갖고 있다는 건데요. 과거에는 변화를 만들기 위해 정치권이나 행정으로 가는 경우가 있었다면, 지금은 그런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시민에 모여 있다고 생각해요. 재정은 넉넉하지 않지만, 이런 사람들이 모여 있다는 것 자체가 시민의 가장 큰 자산이고, 앞으로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힘이 될 거라 믿습니다.
Q. 오랫동안 사단법인 시민과 함께해 오신 입장에서, 지난 12년 동안 가장 큰 성과는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서울시NPO지원센터를 운영했던 경험과 그 운영이 끝난 뒤에도 법인이 문 닫지 않고 활동을 이어왔는데요. 어려운 시간을 버티며 그 경험과 자산을 지켜냈죠. 그래서 현 시점에 시민이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가 성과라고 생각해요. 만약 시민이 사라졌다면 누가 그 역할을 했을까요? 아마 아무도 하지 않았을 것이고, 그 자리는 공백으로 남았을 거예요. 지난 2년만 보더라도 그냥 흩어지고 끊어졌을 많은 일들이 시민이 있었기에 계속되어 왔어요. 문제의식을 놓지 않고 이어온 것 자체가 시민의 가장 큰 자산이자 성과입니다.
시민이 지금까지 존재하고 활동을 이어왔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자랑스러워요. 앞으로는 더 많은 역할을 해야 하고, 잘할 수 있는 사람들도 모여 있으니 기대도 큽니다. 다만 어떻게 그 역량을 더 펼칠 수 있을지는 늘 고민이자 과제입니다. 가능성은 크다고 보기 때문에, 시민이 지금보다 더 힘 있게 일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만들어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Q. 걱정이나 우려 지점도 있으시겠죠?
정체성과 역할은 더 분명해지고 있어, 앞으로 할 일도 더 많아질 거라고 생각해요. 딱 하나, 걱정은 재정 기반이에요. 사무국이 2~3명 규모로 버텨오고 있는데, 활동은 늘어나는 반면 인력과 재정은 충분히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죠. 사무국이 지치지 않고 지속가능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토대를 만드는 게 무엇보다 중요할 것 같아요.
사무국 규모가 적어서 활동가 개인의 에너지와 상황에 따라 조직 전체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측면도 있겠지만,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시민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고 이사들은 느낄 거라 생각해요. 그런 점에서 ‘우리가 계속 살아 있고, 발언하고, 역할을 하고 있다’는 활력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Q. 끝으로 지난 해부터 새로 함께하게 된 신임 이사님들께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저는 시민에서 함께 활동하는 게 ‘인연’이라고 생각합니다. 시민과 함께 활동하기로 마음먹은 분들은 모두 각자의 분야에서 충분히 경험을 쌓은 분들이고, 정말 ‘고수’들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런 분들이 모여 시민사회의 터전을 지키는 일을 함께할 수 있다는 게 든든하고, 또 재미있게 해나갈 수 있을 거라고 믿어요.
📢 인터뷰어 : 사무처 김유리, 김승순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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