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소 연 | 사단법인 시민 정책위원장
지난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시민사회는 정책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는 △국민이 직접 참여해 정부 정책을 논의하는 ‘국민공회’ △시민사회의 공익활동을 지원할 ‘시민사회위원회’와 ‘시민사회기본법’ △주권 의식과 시민성을 높이기 위한 ‘민주시민교육지원법’ 제정 등이 담겼다.1) 윤석열 정부에서 무너진 제도적 기반을 복원하고, 한국 민주주의의 기틀을 다시 세우겠다는 다짐이었다.
그러나 지난 8월 13일 국정기획위원회가 국민보고대회에서 발표한 123개 국정과제 어디에서도 그 약속은 찾아볼 수 없었다.2) 시민사회기본법도, 시민사회위원회도 빠져 있었다. “세부 실천과제 564개에 포함돼 있다”는 말이 있지만, 그 과제들은 비공개였다. 실제로 반영됐는지, 어떤 수준인지 확인할 방법조차 없다. 발표 직전, 인쇄된 책자가 회수·폐기됐다는 보도도 있었다.3)

8월 13일 국민보고대회에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안)이 발표되었다. @국정기획위원회 발표자료
국정기획위의 구상, 기대와 우려
알려진 바에 따르면 국정기획위에서는 ‘국민주권과 민주주의 확립’ 전략과제 아래 국무총리 소속 합의제 행정위원회로서 ‘국가시민참여위원회’ 설치를 검토했다.4) 시민참여·공론화·민주시민교육·시민사회활성화 정책을 통합적으로 추진하고, ‘시민참여기본법’을 제정해 그 위상을 뒷받침하는 구상이었다.
우리가 흔히 아는 자문기구가 아니라 국가인권위원회처럼 합의제 행정위원회로 두어 독립성과 집행력을 갖춘다는 계획이다. 정권 교체 때마다 흔들려온 시민사회 정책에 안정성을 부여하고, 부처별로 흩어진 업무의 중복과 비효율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실제로 시민사회 정책은 정권 교체 때마다 크게 흔들렸다. 법적 기반이 약해 안정적 실행체계를 마련하지 못했고, 업무는 40여 개 부처에 흩어져 중복과 사각지대를 낳았다. 전담 위원회가 설치된다면 이러한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호주의 자선·비영리위원회(ACNC)처럼 “한 번 보고, 여러 번 활용(report once, use often)”하는 체계도 가능하다.5)
그러나 우려도 있다. ‘국가시민참여위원회’라는 이름은 자칫 국가가 시민사회를 관리하는 듯한 인상을 줄 수 있다. 참여·공론화·교육·활성화를 병렬적으로 묶는 것이 적절한지, 지방정부와 지역 지원센터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 여전히 알 수 없다. 지금 가진 정보만으로는 충분한 토론을 이어가기 어렵다.
경청과 소통이 빠진 정책 설계
정책 설계 과정은 사실상 비공개로 진행됐다. 정책협약을 체결했던 시민사회는 “약속이 반영되고 있는지”, “왜 이런 구상을 하는지” 묻고 싶었지만 공식 간담회는 거의 없었다.
유일하다시피 했던 8월 5일 ‘시민참여 현장 당사자 간담회’에서도 국정기획위는 국정과제 설계과정과 쟁점, 주요 내용에 대한 충분한 자료를 제공하지 않았다.6) “대통령 보고 전이라 공개가 어렵다”는 말을 반복했고, 자료마저 회수했다. 보름 뒤 국민보고대회에서도 공개된 것은 123개 과제뿐, 564개 세부 실천과제는 여전히 비공개였다. 뒤늦게 8월 20일 공개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안)에 '국가시민참여위원회 설치'가 포함됐지만, 대통령은 국민보고대회에서 "이후 변경될 수 있다"는 말을 네 차례나 반복했다. 구상이 사라지거나, 이행될 수 있을지 걱정이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국정기획위 운영 과정에서 흘러나온 전언들이다. “대통령이 시민사회 활성화 관련 정책을 직접 언급한 적이 없다”, “시민사회와의 협약은 당과의 협약이지 국정과제 반영을 위한 공약의 우선순위는 아니었다”, “시민사회 정책이란 시민단체 돈 준다는 오해가 있다”는 이유로 과제를 넣기 어렵다는 이야기가 들려왔었다. 물론 대통령의 의지가 중요하다. 모든 협약을 국정과제에 그대로 반영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협약은 그 자체로 공적 약속이다. 배제할 수밖에 없다면 이유를 설명하고, 어떤 대안을 준비할지 논의하는 것이 책임 있는 태도다.
타인과 공동체에 시간과 헌신을 바친 시민사회
지난 7월 17일, 영국 정부는 「시민사회 협약(Civil Society Covenant 2025)」을 발표하며 이렇게 선언했다.7)
“We respect the civil society that dedicates time and commitment to others and to communities.
타인과 공동체에 시간과 헌신을 바친 시민사회를 존중한다.”

2025년 발표된 영국 시민사회 협약을 설명하는 온라인 페이지 @www.gov.uk
짧지만 울림이 크다. 시민사회를 관리 대상이 아닌 민주주의의 동반자로 존중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영국 시민사회도 보수당 집권기 동안 무너진 신뢰를 복원하기 위해 새 협약을 맺었다.
윤석열 정권은 시민단체를 ‘부패 카르텔’, ‘괴담 유포자’, ‘불법시위 주체’로 낙인찍었다. 6월 설문조사(응답자 615명)에서 시민사회 활동가들은 예산 삭감보다 이러한 낙인이 더 큰 타격이었다고 말했다.8) "공익 활동에 정치적 색깔을 덧씌워 왜곡하는 것을 정부가 앞장서 한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는 현장의 분노는 깊었다.
제도적 기반도 무너졌다. 「시민사회 활성화와 공익활동 증진에 관한 규정」은 2022년 10월 폐지됐고, 노무현 정부 때부터 존립해온 시민사회위원회는 해산됐다. 지방정부로도 퇴행이 번졌다. 조례는 폐지됐고, 예산은 삭감됐으며, 지원조직은 문을 닫았다.9) 지난달에도 시민사회 관련 조례 3건이 시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폐지됐다.10)
활동가들이 공격받고, 공익 활동의 터전이 이렇게 사라지는 현실 속에서 “타인과 공동체에 헌신한 시민사회를 존중한다”는 영국 협약의 문장은 더 절실하게 다가온다.
더 부러운 점: 공개와 참여
영국 협약이 부러운 것은 정부의 태도만이 아니다. 그들은 협약의 초안을 먼저 공개하고 대규모 의견수렴을 거쳤다. 1,200여 개 기관이 참여한 설문과 라운드테이블, 인터뷰를 통해 목소리를 모았다.11) 이후 정부와 시민사회가 함께 운영하는 공동위원회를 설립해 실행을 감독하는 구조까지 마련했다.
우리는 “아직 미완이라서” 감추지만, 그들은 “아직 미완이라서” 드러낸다. 우리는 정보가 없지만, 그들에게는 참여의 경로가 있다. 물론 공개한다고 해서 언제나 합의가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반대가 더 거세질 수도 있다. 그러나 합의의 실패보다 더 위험한 것은, 논의 자체가 없는 상황이다.
지금 필요한 것: 시민사회 활동가들의 목소리를 경청할 때
대통령은 국민보고대회에서 말했다.
“국정기획위의 기획안은 확정된 정책안이 아니다. 앞으로도 의견을 수렴해 얼마든지 수정될 수 있다.”
그 말이 진심이라면, 지금 필요한 것은 공개와 논의의 시작이다. 조각난 정보만 던져주는 정책은 국민의 것이 될 수 없고, 논의 없는 정책은 민주주의의 힘을 얻을 수 없다.
시민사회기본법 제정은 30년 넘게 후보들이 반복해온 약속이지만, 집권 후에는 “합의 부족”을 이유로 번번이 미뤄졌다. 그 사이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책은 뒤집혔고, 활동가들이 쌓아온 기반은 쉽게 무너졌다. 기대와 자부심보다 자괴감과 분노가 쌓이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이제는 더 미룰 수 없다. 합의든 이견이든, 공론의 장을 여는 것 자체가 민주주의의 출발점이다.
정부가 내세운 기조가 ‘경청과 통합’이라면, 그 시작은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듣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국정기획위의 논의 결과를 상세히 공개하고, 어떻게 더 정교하게 이행할 것인지, 제외된 부분이 있다면 왜 제외됐는지 설명해야 한다. 그리고 현장의 요구를 어떤 방식으로 반영할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
활동가들은 시민사회기본법 제정을 정부와 시민사회 간 무너진 신뢰를 복원하는 첫걸음으로 보고 있다. 그 신뢰를 되살리지 못한다면, ‘국민이 주인인 나라’라는 말은 끝내 공허한 수사로만 남게 될 것이다.
1) 더불어민주당, 시민사회와 정책협약 체결...‘시민사회기본법’ 입법화 추진. 오마이뉴스 2025.05.18.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3131808
2) 5대 국정목표 123대 국정과제 추진. 대한민국정책브리핑. 2025.08.19. https://www.korea.kr/news/policyNewsView.do?newsId=148947749
3) 국정과제 세부계획 담긴 책자, 국정위 공개 직전 폐기. 조선일보, 2025.08.18. https://www.chosun.com/politics/blue_house/2025/08/15/QCTZA6LIF5HYLB6MQCZOCPHR7M/
4) 윤정부가 없앴던 총리 산하 ‘시민사회위원회’ 다시 만든다. 한국일보. 2025.08.03.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80115440005014
5) Australian Charities and Not-for-profits Commission (ACNC), Official Website, https://www.acnc.gov.au
6) ‘새로운 민주주의를 위해’ 국정위, 시민참여 현장당사자 간담회 개최 https://n.news.naver.com/article/629/0000413846?sid=102
7) UK Government, Civil Society Covenant – UK Government Official Publication, GOV.UK, https://www.gov.uk/government/publications/civil-society-covenant
8) 김소연(2025). 새 정부에 대한 시민사회 현장의 요구. 2025공익활동가주간 기념 심포지엄 자료집. https://simin.or.kr/Team/?q=YToxOntzOjEyOiJrZXl3b3JkX3R5cGUiO3M6MzoiYWxsIjt9&bmode=view&idx=166461501&t=board
9) 김소연·조철민 (2024).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지방자치단체 시민사회 제도정책 현황 조사. 시민·시민정치포럼. https://simin.or.kr/126/?bmode=view&idx=144815861
10) [성명서] 대전시 시민사회 활성화 정책을 퇴행시키는 대전시와 대전시의회 행정자치위원회를 규탄한다 (2025.7.17.) https://simin.or.kr/Team/?idx=144815861&bmode=view
11) UK Government, Civil Society Covenant 2025 – Summary of Engagement Findings, GOV.UK, https://www.gov.uk/government/publications/civil-society-covenant/civil-society-covenant-summary-of-engagement-findin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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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소 연 | 사단법인 시민 정책위원장
지난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시민사회는 정책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는 △국민이 직접 참여해 정부 정책을 논의하는 ‘국민공회’ △시민사회의 공익활동을 지원할 ‘시민사회위원회’와 ‘시민사회기본법’ △주권 의식과 시민성을 높이기 위한 ‘민주시민교육지원법’ 제정 등이 담겼다.1) 윤석열 정부에서 무너진 제도적 기반을 복원하고, 한국 민주주의의 기틀을 다시 세우겠다는 다짐이었다.
그러나 지난 8월 13일 국정기획위원회가 국민보고대회에서 발표한 123개 국정과제 어디에서도 그 약속은 찾아볼 수 없었다.2) 시민사회기본법도, 시민사회위원회도 빠져 있었다. “세부 실천과제 564개에 포함돼 있다”는 말이 있지만, 그 과제들은 비공개였다. 실제로 반영됐는지, 어떤 수준인지 확인할 방법조차 없다. 발표 직전, 인쇄된 책자가 회수·폐기됐다는 보도도 있었다.3)
8월 13일 국민보고대회에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안)이 발표되었다. @국정기획위원회 발표자료
국정기획위의 구상, 기대와 우려
알려진 바에 따르면 국정기획위에서는 ‘국민주권과 민주주의 확립’ 전략과제 아래 국무총리 소속 합의제 행정위원회로서 ‘국가시민참여위원회’ 설치를 검토했다.4) 시민참여·공론화·민주시민교육·시민사회활성화 정책을 통합적으로 추진하고, ‘시민참여기본법’을 제정해 그 위상을 뒷받침하는 구상이었다.
우리가 흔히 아는 자문기구가 아니라 국가인권위원회처럼 합의제 행정위원회로 두어 독립성과 집행력을 갖춘다는 계획이다. 정권 교체 때마다 흔들려온 시민사회 정책에 안정성을 부여하고, 부처별로 흩어진 업무의 중복과 비효율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실제로 시민사회 정책은 정권 교체 때마다 크게 흔들렸다. 법적 기반이 약해 안정적 실행체계를 마련하지 못했고, 업무는 40여 개 부처에 흩어져 중복과 사각지대를 낳았다. 전담 위원회가 설치된다면 이러한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호주의 자선·비영리위원회(ACNC)처럼 “한 번 보고, 여러 번 활용(report once, use often)”하는 체계도 가능하다.5)
그러나 우려도 있다. ‘국가시민참여위원회’라는 이름은 자칫 국가가 시민사회를 관리하는 듯한 인상을 줄 수 있다. 참여·공론화·교육·활성화를 병렬적으로 묶는 것이 적절한지, 지방정부와 지역 지원센터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 여전히 알 수 없다. 지금 가진 정보만으로는 충분한 토론을 이어가기 어렵다.
경청과 소통이 빠진 정책 설계
정책 설계 과정은 사실상 비공개로 진행됐다. 정책협약을 체결했던 시민사회는 “약속이 반영되고 있는지”, “왜 이런 구상을 하는지” 묻고 싶었지만 공식 간담회는 거의 없었다.
유일하다시피 했던 8월 5일 ‘시민참여 현장 당사자 간담회’에서도 국정기획위는 국정과제 설계과정과 쟁점, 주요 내용에 대한 충분한 자료를 제공하지 않았다.6) “대통령 보고 전이라 공개가 어렵다”는 말을 반복했고, 자료마저 회수했다. 보름 뒤 국민보고대회에서도 공개된 것은 123개 과제뿐, 564개 세부 실천과제는 여전히 비공개였다. 뒤늦게 8월 20일 공개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안)에 '국가시민참여위원회 설치'가 포함됐지만, 대통령은 국민보고대회에서 "이후 변경될 수 있다"는 말을 네 차례나 반복했다. 구상이 사라지거나, 이행될 수 있을지 걱정이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국정기획위 운영 과정에서 흘러나온 전언들이다. “대통령이 시민사회 활성화 관련 정책을 직접 언급한 적이 없다”, “시민사회와의 협약은 당과의 협약이지 국정과제 반영을 위한 공약의 우선순위는 아니었다”, “시민사회 정책이란 시민단체 돈 준다는 오해가 있다”는 이유로 과제를 넣기 어렵다는 이야기가 들려왔었다. 물론 대통령의 의지가 중요하다. 모든 협약을 국정과제에 그대로 반영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협약은 그 자체로 공적 약속이다. 배제할 수밖에 없다면 이유를 설명하고, 어떤 대안을 준비할지 논의하는 것이 책임 있는 태도다.
타인과 공동체에 시간과 헌신을 바친 시민사회
지난 7월 17일, 영국 정부는 「시민사회 협약(Civil Society Covenant 2025)」을 발표하며 이렇게 선언했다.7)
2025년 발표된 영국 시민사회 협약을 설명하는 온라인 페이지 @www.gov.uk
짧지만 울림이 크다. 시민사회를 관리 대상이 아닌 민주주의의 동반자로 존중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영국 시민사회도 보수당 집권기 동안 무너진 신뢰를 복원하기 위해 새 협약을 맺었다.
윤석열 정권은 시민단체를 ‘부패 카르텔’, ‘괴담 유포자’, ‘불법시위 주체’로 낙인찍었다. 6월 설문조사(응답자 615명)에서 시민사회 활동가들은 예산 삭감보다 이러한 낙인이 더 큰 타격이었다고 말했다.8) "공익 활동에 정치적 색깔을 덧씌워 왜곡하는 것을 정부가 앞장서 한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는 현장의 분노는 깊었다.
제도적 기반도 무너졌다. 「시민사회 활성화와 공익활동 증진에 관한 규정」은 2022년 10월 폐지됐고, 노무현 정부 때부터 존립해온 시민사회위원회는 해산됐다. 지방정부로도 퇴행이 번졌다. 조례는 폐지됐고, 예산은 삭감됐으며, 지원조직은 문을 닫았다.9) 지난달에도 시민사회 관련 조례 3건이 시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폐지됐다.10)
활동가들이 공격받고, 공익 활동의 터전이 이렇게 사라지는 현실 속에서 “타인과 공동체에 헌신한 시민사회를 존중한다”는 영국 협약의 문장은 더 절실하게 다가온다.
더 부러운 점: 공개와 참여
영국 협약이 부러운 것은 정부의 태도만이 아니다. 그들은 협약의 초안을 먼저 공개하고 대규모 의견수렴을 거쳤다. 1,200여 개 기관이 참여한 설문과 라운드테이블, 인터뷰를 통해 목소리를 모았다.11) 이후 정부와 시민사회가 함께 운영하는 공동위원회를 설립해 실행을 감독하는 구조까지 마련했다.
우리는 “아직 미완이라서” 감추지만, 그들은 “아직 미완이라서” 드러낸다. 우리는 정보가 없지만, 그들에게는 참여의 경로가 있다. 물론 공개한다고 해서 언제나 합의가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반대가 더 거세질 수도 있다. 그러나 합의의 실패보다 더 위험한 것은, 논의 자체가 없는 상황이다.
지금 필요한 것: 시민사회 활동가들의 목소리를 경청할 때
대통령은 국민보고대회에서 말했다.
그 말이 진심이라면, 지금 필요한 것은 공개와 논의의 시작이다. 조각난 정보만 던져주는 정책은 국민의 것이 될 수 없고, 논의 없는 정책은 민주주의의 힘을 얻을 수 없다.
시민사회기본법 제정은 30년 넘게 후보들이 반복해온 약속이지만, 집권 후에는 “합의 부족”을 이유로 번번이 미뤄졌다. 그 사이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책은 뒤집혔고, 활동가들이 쌓아온 기반은 쉽게 무너졌다. 기대와 자부심보다 자괴감과 분노가 쌓이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이제는 더 미룰 수 없다. 합의든 이견이든, 공론의 장을 여는 것 자체가 민주주의의 출발점이다.
정부가 내세운 기조가 ‘경청과 통합’이라면, 그 시작은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듣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국정기획위의 논의 결과를 상세히 공개하고, 어떻게 더 정교하게 이행할 것인지, 제외된 부분이 있다면 왜 제외됐는지 설명해야 한다. 그리고 현장의 요구를 어떤 방식으로 반영할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
활동가들은 시민사회기본법 제정을 정부와 시민사회 간 무너진 신뢰를 복원하는 첫걸음으로 보고 있다. 그 신뢰를 되살리지 못한다면, ‘국민이 주인인 나라’라는 말은 끝내 공허한 수사로만 남게 될 것이다.
1) 더불어민주당, 시민사회와 정책협약 체결...‘시민사회기본법’ 입법화 추진. 오마이뉴스 2025.05.18.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3131808
2) 5대 국정목표 123대 국정과제 추진. 대한민국정책브리핑. 2025.08.19. https://www.korea.kr/news/policyNewsView.do?newsId=148947749
3) 국정과제 세부계획 담긴 책자, 국정위 공개 직전 폐기. 조선일보, 2025.08.18. https://www.chosun.com/politics/blue_house/2025/08/15/QCTZA6LIF5HYLB6MQCZOCPHR7M/
4) 윤정부가 없앴던 총리 산하 ‘시민사회위원회’ 다시 만든다. 한국일보. 2025.08.03.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80115440005014
5) Australian Charities and Not-for-profits Commission (ACNC), Official Website, https://www.acnc.gov.au
6) ‘새로운 민주주의를 위해’ 국정위, 시민참여 현장당사자 간담회 개최 https://n.news.naver.com/article/629/0000413846?sid=102
7) UK Government, Civil Society Covenant – UK Government Official Publication, GOV.UK, https://www.gov.uk/government/publications/civil-society-covenant
8) 김소연(2025). 새 정부에 대한 시민사회 현장의 요구. 2025공익활동가주간 기념 심포지엄 자료집. https://simin.or.kr/Team/?q=YToxOntzOjEyOiJrZXl3b3JkX3R5cGUiO3M6MzoiYWxsIjt9&bmode=view&idx=166461501&t=board
9) 김소연·조철민 (2024).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지방자치단체 시민사회 제도정책 현황 조사. 시민·시민정치포럼. https://simin.or.kr/126/?bmode=view&idx=144815861
10) [성명서] 대전시 시민사회 활성화 정책을 퇴행시키는 대전시와 대전시의회 행정자치위원회를 규탄한다 (2025.7.17.) https://simin.or.kr/Team/?idx=144815861&bmode=view
11) UK Government, Civil Society Covenant 2025 – Summary of Engagement Findings, GOV.UK, https://www.gov.uk/government/publications/civil-society-covenant/civil-society-covenant-summary-of-engagement-findin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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