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소식[인사이드 시민] 제10편 _ 조철민 이사님을 소개합니다.

관리자
2025-05-11
조회수 143

[인사이드 시민] #제10편 _ 조철민 이사


2024년 (사)시민 제6기 임원분들이 구성되어 작년 6월부터 한 분 한 분 회원님들께 이사님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해야 할 본연의 역할을 상기하면서 또 새롭게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일지, 새롭게 함께 하시게 된 이사님들은 (사)시민을 어떤 마음으로 바라보고 계시는지 회원님들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인사이드 시민'은 시민의 사람(人사이드)을 소개하는 의미와 시민 속으로(inside) 좀 더 깊게 들어가보자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


열번째 인터뷰이는 조철민 이사(성공회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 연구위원)입니다. 조철민 이사님은 사단법인 시민이 12년 전에 창립할 때부터 직간접적으로 사단법인 시민과 함께 활동을 해 오셨습니다. 당시 활동가 역량강화 수요 조사, 관련 교육 등의 경험도 있으시고, 사단법인 시민 정책위원, 운영위원도 역임해 오신 만큼 사단법인 시민의 서사와 변화 과정을 누구보다 직접 목격해 오신 분이기도 합니다. 조철민 이사님이 바라보는 지금의 사단법인 시민은 어떤 모습이며 그리고 조철민 이사님 개인적으로 지향하는 삶의 모습은 어떠한지 4월 마지막 날, 함께 나누었습니다.


조철민 이사님은 연구자이기 전에 단체에서도 오랜 시간 활동을 하셨는데요, 처음 활동을 시작하신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대학교 1학년 때부터 기독교 학생운동(KSCF)을 하며 자연스럽게 사회운동에 발을 들였습니다. 졸업 후에는 선배들 손에 이끌려 자연스럽게 서울YMCA(이하, YMCA)에서 활동을 시작했어요. 꼭 YMCA를 가야겠다고 생각한 건 아니고 선배가 오라고 해서 가게 되었는데, 당시만 해도 면접 개념도 없고 그냥 가게 되어 바로 다음 날부터 활동을 시작했어요. (하하) 


당시에 주로 어떤 활동을 하셨어요?

저는 2000년부터 2007년까지 활동했어요. 2000년대 초반에 주로 유권자 운동과 관련된 총선시민연대 활동을 하면서 여기 저기 많이 다녔어요. 총선시민연대 활동이 끝나고, 당시 저를 YMCA로 데리고 온 선배가 그만 두었어요. 그래서 조직에서 다른 분이 '넌 앞으로 뭘 하고 싶냐?'고 물어서 서울시정 감시활동이나 의정감시 활동, 예산감시 활동 등을 해 보겠다고 해서 그런 활동들도 했어요. 그때 많은 단체들과 연대해서 활동했어요. 


YMCA활동을 그만 두시고, 이후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에서도 활동하신 것으로 아는데, 어떤 계기가 있으셨나요? 특히 민주시민교육에 대해서도 오랜 기간 연구해 오셨는데, 연결되는 맥락이 있으실까요?

YMCA에서 했던 권력을 감시하는 운동도 제 나름대로는 당시에 멋있어 보였고, 그때는 또 그런 운동이 시민운동의 대명사이기도 했잖아요. 그래서 그런 활동들이 의미있고 재미있었는데, 나중에는 뭔가 좀 더 시민의 피부에 와 닿는 이런 활동에 눈이 가더라고요. 그때 민주시민교육이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어요. 그때 선거연수원에서 활동가들을 위한 민주시민교육을 소개해 주는 것을 우연히 들었는데, 독일은 민주시민교육을 정치교육이라고 부르잖아요. 그 내용을 들으면서 너무 깜짝 놀랐어요. 당시에 민주시민교육을 가르쳐주는 사람도 없는데 혼자 공부하면서 교수님들 붙잡고 물어보러 다니고 하던 과정 중에 독일 아데나워재단 한국사무소에서 활동가들에게 민주시민교육을 알려주던 분을 알게 되기도 했어요. 이후 혼자 대학생들을 위한 민주시민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었어요. 그런 게 되게 재미있었어요. 그 무렵 서울YMCA에서 여성 회원 참정권을 안 주는 문제로 2002년에 내부개혁운동이 일어났어요. 제가 YMCA에서 2년 정도 일하고 나머지 기간은 농성을 하느라 상당 시간을 보내기도 했어요. 제가 애니어그램 성격유형이 9번 평화주의자 유형이라서 갈등을 보는 것 자체를 힘들어해요. 그래서 YMCA 내부개혁운동이 있던 해에 대학원에 들어가면서 낮에는 농성하고 밤에는 공부하는 삶을 살았죠. 그때,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에 계신 선배님이 사업회에서 민주시민교육 사업을 새로 시작한다고 해서 이동하게 되었죠.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에서는 얼마 동안 계셨어요? 이 때 연구활동가의 삶을 본격적으로 시작하신 건가요?
5년 정도 있었어요. 사업회는 단체와 다르게 돈 쓰는 맛은 있었지만 저와는 좀 안 맞더라고요. 관료적 구조라서 약간 답답한 느낌이 있었어요. 그러던 중에 당시 동료 중에 성공회대 출신이 있었는데, 성공회대에서 박사과정을 해 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하더라고요. 사업회에서 성공회대 사회학과 교수님들을 많이 만나왔던 터라서 조희연 교수님이나 김동춘 교수님을 보고 한번 가보고 싶더라고요. 제가 흥미를 느낀 게, 운동 현장에서 만들어진 것들을 글로 옮기고 이것을 체계화하시키는 걸 해보고 싶었어요. 외국은 그런 게 많잖아요. 예를 들면, 알린스키의 지역조직론 같은 책이 우리나라에 되게 많이 읽히거든요. 읽어보면 별 게 아닐 수 있지만, 체계화를 잘 해 놓은 거죠. 그래서 그런 일을 해 보고 싶었고, 그걸 할 수 있는 곳이 성공회대처럼 보였어요. 그래서 대학원을 다니기 위해서 당시 국장님에게 호기롭게 주 3일 근무를 요청하고, 수용이 안 되면 그만두겠다고 했어요. 그랬더니 국장님이 놀라시더니 허용을 해 주었는데, 너무 웃긴 건 제가 대학원에 떨어진 거예요.(하하) 대기순번이었는데 당시 어떤 분이 진학을 포기해서 저에게 순번이 와서 바로 당장 등록했죠. (하하) 그러면서 주 3일 근무를 하면서 재미있게 다녔는데, 논문을 쓸 때가 되니까 더 이상 이런 구조를 유지하기 어렵겠더라고요. 그래서 2012년에 사업회를 그만두고 전업주부 생활과 동시에 논문을 쓰면서 지냈어요. 그러다가 2014년 2월에 졸업을 했어요.


"시민사회와 공익활동 분야 연구는 더 넓은 시야에서 사회의 장과 판을 다룰 수 있어서 매력적인 것 같아요."


지금처럼 시민사회 관련 연구들을 하시게 된 계기는 이 시기 이후 부터인가요?

제일 처음은 2006년 민주시민교육 연구였어요. 초대 서울시NPO지원센터 센터장이었던 정선애 선배가 센터에 있기 전에는 민주시민교육을 오랫동안 했었거든요. 그래서 정선애 선배 제안으로 그 연구를 했어요. 이후 자원봉사 쪽 연구도 했고요. 아내가 예전 볼런티어21(현, 한국자원봉사문화)에서 활동해서 자연스럽게 저도 그 분야 분들과 가깝게 지내다 보니 제가 일도 도와드리고, 교육 프로그램도 같이 기획하면서 연구도 진행했었어요. 그리고 2013년 말 서울시NPO지원센터가 생기면서 활동가 교육 수요조사 연구를 했어요. 그게 학위를 받고 나서 공식적으로 진행한 첫 연구였어요. 제가 그 시기에 졸업을 하였는데, 졸업 할 때가 되니까 겁이 나더라고요. 재미있게 공부는 잘 했지만 이제부터 내가 가족을 먹여 살려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될 지 걱정이 되었어요. 그런데 이 시기 이후 중간지원조직들이 생기면서 관련 연구의 필요성이 증가하면서 연구제안들이 많이 들어오더라고요. 지금도 감사하게 생각해요. 제가 YMCA에서 활동할 때, 위원들의 전문성을 보면서 나도 저런 역할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당시에 저는 제가 강의같은 형태를 잘 못 할 줄 알았어요. 지금은 제가 글과 강의로 주로 활동을 하지만요. (하하) 그때의 경험들로 인하여 단체에서 위원이나 이사를 요청하면 잘 거절하지 못 하겠더라고요. 


주로 요청에 의한 연구를 하시는 경우가 많으실 텐데, 어떤 분야의 연구를 많이 하시나요? 

공익활동 분야도 있고, 마을공동체, 자원봉사, 민주시민교육, 혁신교육지구 사업, 협치 사업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를 그동안 해 왔어요. 그 당시만 해도 맨 땅에서 기본계획 수립 연구를 하고 그랬어요. 좌충우돌 하면서 해 왔어요. 한 두건을 하다보니 전문가라고 또 저를 부르는 거죠. '내가 무슨 전문가냐?'라는 생각도 했어요. 그런데 당시 어느 센터장님이 저에게 했던 얘기가 '너가 제일 많이 연구해 왔으니 제일 잘하지 않겠냐?'고 하더라고요. 그러면서 지금까지 10년 간 관련 연구를 꾸준하게 이어오고 있어요. 제가 홍보를 하지 않아도 결국 그동안 만났던 인맥들 덕분에 연결이 되어서 이어지는 게 감사해요.


많은 연구를 해 오셨지만, 어떤 연구가 제일 재미있었어요?

시민사회 해외 정책동향 조사를 위해 OECD 국가별로 전부 조사(시민사회 정책과 연구 관련 국제 동향 종합조사)를 했는데요. 정말 눈알이 빠질 것 같았지만(하하) 너무 재미있더라고요. 시민사회 정책에 대해 유럽은 어떻다더라, 라트비아에 뭐가 있다더라, 에스토니아는 어떻다더라, 이런 전설같은 얘기들을 찾아보면서 직접 확인하니까 마치 고고학자가 된 것 마냥 혼자 막 흥분하고 그랬어요. 청년연구(한국 청년층의 시민사회 공익활동 현황 조사)도 재미있었어요. 이 세계는 뭘까 하는 두려움 반 설렘 반 이랬는데 실체를 구체적으로 알 수 있어서 재미있었어요.


보통 연구나 일을 하시는 과정에서 누군가의 제안에 거절을 하시기 보다는 왠만하면 포용하시려고 하는 것 같은데, 힘든 점은 없으신가요?

힘들죠. 거절을 못해서 포용하는 거죠. 스탠스를 맞추는 것을 힘들어하면서도 맞춰야 마음이 편하니까 그런 자세를 취하는 것 같아요. 사람은 좋은데, 리더십은 약한 것처럼 보여질 수 있겠죠. 그런데 저 같은 사람도 있는 건 괜찮잖아요? (하하) 가끔 스트레스를 받으면 집에 가서 술로 해소도 하고, 아내랑 같이 얘기하면서 위로받기도 해요. (하하)


새롭게 해 보고 싶은 연구나 관심있는 분야가 따로 있으신가요? 

아무래도 제일 관심있는 분야는 시민사회와 공익활동 분야예요. 아직 이 분야는 이론적으로 정립해야 할 부분도 많고, 지속적으로 연구하는 이도 드물기 때문에 더 흥미로운 것 같아요. 시민사회 분야는 특정 분야에 국한되지 않고 더 넓은 시야의 장에서 어떤 장이나 판에 대한 이야기를 하니까 좋아요. 사단법인 시민이 그런 얘기들을 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해요. 가장 그런 얘기가 많이 이루어지고 정보도 많이 모이는 공간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언젠가는 시민사회를 주제로 한 개론서, 특히 활동가들이 이해하기 쉽게 쓴 책을 써 보고 싶어요. 하지만 현재는 바쁜 연구 일정과 육아로 인하여 엄두를 못 내고 있어요. 그저 주어진 임무를 무사히 마치는 것에 안도하고 있습니다. (하하)


사단법인 시민도 쓰시고 싶은 그런 책을 못 하게 만드는데 일조했네요. (하하) 사단법인 시민 이외에 시민사회의 판에 대해 연구자 시선으로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이 또 있나요?

시민사회 자체를 연구하는 분들이 소수인데, 이미 다 사단법인 시민에 엮여 있어요. (하하) 이 외에 몇몇 교수님들이 계시지만 현장이랑 그렇게 긴밀하게 호흡하고 있지는 않은 것 같아요. 그런데 사단법인 시민에 계신 연구자분들은 현장활동가 출신인 분들도 많고, 일단 현장에 대한 애정이 많으셔서 현장 기반으로 사고하시기 때문에 좋은 것 같아요.



"저는 연구를 하면서 현장에 개입하는 사람이예요."


저희가 올해 다시 '2025 현장지식 컨퍼런스'를 준비하면서 연구활동가, 현장연구자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해 왔잖아요. 이사님은 스스로의 정체성을 어디에 가깝다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명칭은 크게 상관하지 않아요. 연구로 활동하는 사람, 연구를 하는데 현장에 개입하는 사람이라고 제 자신을 설명해요. 제 자신의 능력은 부족하지만 시민사회에 흥미를 갖는 그 잡채(!)라고 생각해요. 시민사회 정립을 위한 무한한 도전의식을 가지고 있어요. 유독 애정이 가고 해야겠다는 생각이 샘솟는 것 같아요.  


그런데 막상 시민사회 연구분야는 왜 다른 영역과 다르게 그 잡채(!)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지 않은 걸까요?

저도 후배 박사들한테 시민사회 영역에서 해야 하는 일이 많아 질 것이기 때문에 같이 해보자고는 하는데, 여전히 실체나 길이 잘 안 보이나봐요. 사회적경제, 국제개발 영역 연구분야에 비해, 시민사회, 마을 영역, 자원봉사 영역은 늘 연구자가 없다고 많이 얘기해요. 자원봉사 영역의 경우에도 사회복지학 차원에서 관련 연구를 하는데, 저처럼 사회학 관점에서는 다루는 사람은 거의 없어요.


공익활동과 관련한 내용을 이론화, 체계화하는 것에 관심이 있다고 하셨는데, 이사님께서 하신 연구를 보면 그런 것들을 구조화하는 것을 잘 하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 재능이 늘어난 것도 연구들을 많이 한 덕분인 것 같아요. 저는 원래 성격상 두루뭉술하게 포괄하는 것을 좋아해서 학회 쪽에서는 가끔 비판을 받곤 해요. 제도권 학계에서는 그런 구조와 의미에 대한 공감이 없지만, 반면 시민사회 현장에서는 그런 공감을 많이 해 주시는 것 같아요.


사단법인 시민과 몇 년 전부터 연구위원으로 결합하시면서 많은 연구활동들을 하시고 계신데요, 그 이전에는 사단법인 시민과 어떤 활동들을 해 오셨나요?

작년 말 사단법인 시민 후원행사 때, 저 회원 감사패 주실 때도 말씀드렸는데, 초창기에 사단법인 시민이 서울시NPO지원센터 위탁운영을 하면서 활동가 교육사업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것을 같이 한 적도 있어요. 예비 활동가 과정을 만들기도 했어요. 이후 사단법인 시민 정책위원도 했었어요. 그러면서 2016년에 강한시민사회포럼도 같이 기획하고 운영한 적도 있어요.


당시 '강한시민사회포럼'을 이사님께서 명칭을 붙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벤자민 바버의 '강한 시민사회 강한 민주주의'를 소개시켜주시면서 그 맥락을 설명해주셨던 기억이 나요. 사단법인 시민의 기존 비전이었던 '강한 시민사회를 위한 공동체의 발전'이라는 비전으로 연결되기도 했고요.

그 책이 나온 지 꽤 오래되었지만 여전히 지금 보아도 의미가 커요. 그 책에서는 '강한 시민사회 없이 강한 민주주의는 없다'는 것을 말하고 있어요. 그 책의 저자인 벤자민 바버가 당시 클린턴 책사였고, 앤서니 기든스가 토니 블레어 책사였어요. 시민사회 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양대산맥이었죠. 지금은 그런 흐름을 만들어내는 학자들이 많이 없는 것 같아요. 지금은 유럽연합 정도가 시민사회 관련 정책에 대해 적극적인 것 같은데, 영국이나 미국처럼 섹시한 언어로 내세우는 건 하지 않아요. 영국의 경우, 2010년대에 보수당 정부가 들어서면서 빅소사이어티를 표방하면서 시민사회 역할을 부각하였지만 실제 시민사회 정책은 후퇴했어요. 그런데도 되게 있어 보이게 만들었어요. 


"시민사회를 지원하는 정책 교두보가 필요해요."


대선 국면 속에서 사단법인 시민도 지금 시민사회 기본법 관련 연구도 하고, 여러 정책과제를 제안하는 활동을 하고 있는데요. 위와 같은 해외 시민사회 제도정책 사례를 비교해 볼 때, 이번 정부에서 우선적으로 이루어졌으면 하는 개인적 바람은 무엇인가요?

결국 '시민사회를 담당하는 전담 조직'이 아닐 까 해요. 조직에 관한 법 하나를 일단 먼저 만들면 의회에서 쉽게 바뀌어지지는 않잖아요. 정부가 바뀌었을 때, 예산이 줄어들 수는 있지만 조직이 쉽게 없어지기는 어렵잖아요. 그런데 조례에 기반한 센터들이 너무 쉽게 없어지는 것을 보면서 시민사회기본법 제정이 요원할 경우, 차라리 기구법을 하나 만들어 놓는 게 더 나은 건 아닌가 싶어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같은 위상은 아니어도 사업회가 관료화되긴 했어도 어찌되었든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도 버텨 오면서 뭐라도 하고 있는 것은 그러한 기구법이 존재하기 때문이거든요. 그동안 시민사회와 공익활동에 관심없던 국회의원들도 이번 계엄사태를 겪으면서 민주시민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거든요. 그래서 시민사회나 민주시민교육을 지원하는 조직을 빨리 교두보로 만드는 것이 중요해 진 것 같아요.


이런 정책활동들을 좀 더 적극적으로 하기 위해 작년에 '공익활동 활성화를 위한 정책플랫폼'을 새로운 미션으로 정했는데요. 이에 대한 다양한 시선이 있는데, 사단법인 시민 역할이 명확하게 들어오시나요? 이를 더 잘 하기 위해서 사단법인 시민이 해야 할 건 뭘까요?

명확하게 와 닿아요. 다만, 작년에 비전미션 논의할 때, 외부에서 주어진 것 중심으로 생각하지 말고 사단법인 시민이라는 틀을 계속 유지하고 싶은 의지가 있는 사람들이 하고 싶은 것 중심으로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하지만 여건 상 하고 싶은 것 중심으로만 하기가 어려운 것 같아요. 인력을 더 늘리지 않으면 쉽지는 않은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싱크탱크 같은 역할을 계속 하면 좋겠어요. 


늘 이사님들께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비영리조직 거버넌스에 대한 질문을 드리곤 하는데요. 현재 사단법인 시민의 이사회 거버넌스는 어떤 모습으로 다가오시나요? 
거버넌스에 대해 잘 모르긴 하는데요. 지금의 운영 구조가 최선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어요. 이전 이사회 분위기를 잘 모르겠지만, 일단 지금 이사회가 라포(rapport, 신뢰) 형성이 잘 되어 있는 것 같아요. 이사님들도 좋은 분들이 많으시고 열심히 하시려는 분위기가 좋아요. 몇몇 이사님들의 공이 크시지만 당분간은 이런 분위기를 잘 유지하고 키워가는 게 과제일 것 같아요.


사단법인 시민과 함께 하고 싶으신 일이 있으시다면요?

연구자 네트워크는 사단법인 시민 만이 할 수 있는 일인 것 같아요. 다른 곳도 유사한 네트워크가 있지만 폐쇄성이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이런 역할이 소중하다고 생각해요. 그런 면에서 '2025 현장지식 컨퍼런스 기획위원회'가 중요해요. 그런데 전 기획위원회를 그만 해야 할 것 같아요. (하하) 좀 더 신선한 분들이 오셔서 아이디어도 막 내고 해야 하는데, 제가 연구사업을 동시에 하다 보니 기획위원회에 집중을 잘 못하더라고요. 


지금은 컨퍼런스라는 공간을 통해서만 연구자들을 연결하는 고민을 하고 있는데요, 연구자 네트워킹을 위해 좀 더 구체적으로 생각하는 상이 있으실까요? 연구활동가로서 이사님 욕구와도 맞닿아 있을 것 같은데요.

저도 아직 구체적인 상은 없는데요. 자원이 생길 때마다 명맥을 유지하는 방식 밖에 못 되더라도 그래도 계속 연결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저도 계속 새로운 젊은 연구자들을 연결하고, 또 연결되고 싶은데 동년배 중심으로만 만나게 되더라고요.


아무래도 연구활동을 하시니까 책을 많이 보실 텐데요. 항상 책 인용을 많이 하신 것이 인상에 남아요. 요즘 즐겨보시는 책은 어떤 건가요? 

제가 유일하게 박사임을 확인하는 시간이 박사들의 모임인 '미식세미나'라는 모임인데, 느슨한 네트워크예요. 사실 이 바닥의 모임들은 대부분 너무 비장하잖아요. 그래서 이런 느슨한 모임이 좋은 것 같아요. 돌아가면서 책을 하나씩 정해서 읽고 있는데,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누군가가 추천한 책을 같이 읽어요. 요즘 거기에서 읽고 있는 책이 에릭올린 라이트의 '리얼 유토피아'예요. 그리고 로베르토 웅거의 '민주주의를 넘어'도 보고 있고, 악셀호네트의 '사회주의 재발명'도 보고 있고요. 세 책이 되게 유사한데 변화하지 않는 세상 안에 교두보를 만드는 아이디어에 대한 이야기인데, 뜬구름 잡는 것이 아닌 실제 무언가를 하고 있는 것을 보고 흥미롭게 보고 있어요. 실은 우리 사회의 진보 진영이 해야 할 일 중 하나가 사회 기획에 대한 것인데, 어느 순간 그걸 못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여전히 저항, 비판에 머물고, 정책제안을 하지만 아직 부족한 것 같아요. 운동의 영역은 달라도 함께 할 수 있는 깃발을 드는 것이 필요한 것 같아요. 추가로 요즘은 물리학에도 빠져서 양자역학에 대해서도 동영상으로 관심있게 보고 있어요. 


책 보시는 것 말고 취미활동이나 여가활동이 있으세요?

야구 보는 것을 좋아하는데, 집에서는 아이들 때문에 TV를 보기 어려워요. 그리고 전자기타에 관심있어요. 엑스재펜의 ‘엔들리스 레인(Endless Rain)’을 좋아해요. 기타 솔로 부분이 저의 힐링 포인트예요. (하하) '눈의 꽃' 원곡도 너무 좋아해요. 이를 테면, 하루에 회의를 3개 이상 하거나 연구용역 착수보고회를 마치고 집에 갈 때 멘탈이 내려 앉거든요. 그럴 때 그런 음악들을 듣거나 연주하곤 해요. 그럼 다시 차오르는 느낌이 생겨요.

10년, 혹은 20년 뒤의 조철민 이사님은 뭘 하고 계실까요?

10년 뒤에도 이 일을 하고 있을 것 같아요. 20년 뒤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뭔가 활동이 있는 건 너무 중요한 것 같아요. 저희 아버지가 지금 80대이신데도 왕성하게 활동을 하고 계세요. 동영상 강의도 하시고요. 자기를 필요로 하는게 있다는 게 좋은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시민사회에서 계속 역할을 하는 사람'으로 남고 싶어요. 근데 꼰대가 설 자리가 없는 이 세상에서 나의 역할이 뭐여야 할까에 대한 고민이 있어요. 그래서 젊은 사람들이랑 연결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는데, 제자까지는 아니어도 내가 경험했던 노하우를 알려줄 수 있는 관계가 생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그게 있어야 내가 활동할 게 있잖아요. 우리 앞 세대는 어떤 걸로 역할을 찾았냐면 시민사회 원로, 시국 선언 대표로 찾았는데, 구글이나 AI로 찾을 수 없는 노하우를 전해주거나 밥도 사 주고, 힘들 때 위로도 해 주고, 서로 이런 사람으로 남으면 좋겠으나 그것은 욕심과 복의 영역인 것 같아요. 


10년이 지나도, 20년이 지나도 '시민사회라는 공간 안에서 역할을 계속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조철민 이사님의 말씀 속에서 시민사회에 대한 애정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활동가로서의 삶을 살다가 현장연구자로서의 삶으로 전환했지만, 여전히 '연구로 활동하는 사람'임에는 변함이 없어 보입니다. 그래서 누구보다 활동가의 실무 고충을 잘 헤아려 주시고, 누구보다 연구 일정과 과업을 엄격하게 관리하는 모습 속에서 애니어그램 평화주의자 9번 유형 다운 배려심이 돋보이기도 합니다. 조철민 이사님이 사단법인 시민이라는 공간 안에서 '역할을 계속하는 사람'으로 남을 수 있도록 오랜 관계가 이어지기를 기대합니다. ❤ 

📢 인터뷰어 : 사무처 김유리&김승순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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