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선생님들의 용기 있는 이야기, 아이즈”
#아이즈 #가해자로_인해_고통받는_피해자와_신고자
아동학대 신고 의무자는 의료인, 교사, 시설종사자 및 공무원 등 직무를 수행하면서 아동학대를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직업군의 사람들을 의미합니다. ‘아이즈’는 사각지대의 폭력에 시달리는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나선 아동학대 신고의무자들을 위한 비영리스타트업입니다. 아동학대 공익신고를 위한 교육과 법률 자문을 지원하며, 공익신고 제도 개선을 위한 활동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
Q. 안녕하세요, 먼저 아이즈 소개와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 (박경진) “안녕하세요. 아이즈 공동대표 박경진입니다. 보호치료 시설에서 상담사로 근무했고, 아동학대 신고의무자이자 공익 보호자에요. 아이즈는 ‘아동학대 현장을 직접 목격하는 사람들’이라는 의미로, 아동학대 오인·과잉·보복 신고 문제를 다루는 단체에요. 진실된 눈과 전문적인 지식으로 직업적 소명을 지키는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죠.”
- (강민철) “안녕하세요. 공동대표 강민철입니다. 저는 청소년 지도 상담을 해왔고, 마찬가지로 아동학대 신고의무자이면서 공익 신고자에요.”
- (장선진) “안녕하세요. 아동보육 시설에서 임상심리를 담당하고 있는 공익신고자장선진이에요.”
- (한일영) “안녕하세요. 아이즈와 연대하여 함께 활동 중인 선감학원 아동 인권유린 진상규명 추진위원회 대표 한일영입니다. 선감학원은 일제시제부터 만들어져서 1982년도까지 있었던 시설이에요. 그곳에서 몇 백 명이 죽어나가는 국내 최초의 아동학대 인권유린 사건이 일어났는데, 2021년 10월 20일에서야 공식적으로 인정을 받을 수 있었죠. 시설에서 일어나는 아동학대 중 가장 오래된 사건이자, 국가 차원에서 아동학대 인권유린을 인정한 대표적인 사건이에요.”
Q. ‘아이즈’가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는 무엇인가요?
- (한일영) “의무만 있고, 보호받지 못하는 아동학대 신고의무자들을 둘러싼 법과 제도를 개선하고, 아동복지나 보호치료 시설에서 발생되는 학대에 대한 신고 방안을 마련하는 게 목표에요. 신고의무자들은 아동학대를 목격할 수 있는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인데, 정작 아동학대 신고 시 보호 받을 수 있는 장치가 미비한 상황이거든요. 아이들을 위해 나선 신고자들이 역으로 구속을 당하고, 가정이 풍비박산 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어요. 실질적으로 공익신고를 할 수 있어야 하는데, 탁상공론에 그친 법으로 인해 현장에서는 정작 신고를 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한 거죠. 그러다보니 올바른 아동학대 신고 방법 교육을 통해 아동학대에 대한 오인과 과잉 신고를 바로 잡는 일도 중요하게 다루고 있어요. 선감학원의 사례에서도 빅경진 선생님 같은 분들이 계셨다면, 수백 명이 죽지 않았을 거라 생각해요. 선감학원에는 고아들도 있었지만 70%가 집이 있는 아이들이었어요. 강제 할당량 때문에 경찰에 납치되어 섬으로 보내졌고, 국가에서 잡아간 거라 찾기도 힘들었죠. 죄를 짓고 가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부모가 선감학원에 아이가 있다는 걸 알기만 하면 내보내게 되어 있었어요. 가정이 있는 아이들은 주소를 알 수 있었으니, 익명으로라도 주소지로 편지를 보내서 찾아가라 했다면 적어도 집이 있는 아이들은 다 나올 수 있었겠죠. 그곳의 선생님들 중 한 명만이라도 양심으로 행동할 수 있었다면 그 아이들이 바다로 도망치다가 죽지 않아도 됐을 거예요. 그곳의 사람들이 다 나쁜 사람이라 생각하진 않아요. 직장을 잃게 될 수 있기 때문에 타협을 한 거라 생각해요. 예나 지금이나 공익제보에는 큰 결단과 용기가 필요해요. 공익제보자 분들은 생계를 잃을 각오를 하면서까지 정의를 위해 나선 분들이잖아요. 선감학원에도 그런 선생님이 한 명이라도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고, 아이들을 위해 자신의 삶을 걸고 나섰다는 점이 존경스러워요. 그래서 아이즈와 함께 하게 되었어요.”
- (강민철) “아동은 어떤 이유에서든 보호받아야 하고 어떤 환경에서건 지켜줘야 하는데, 보호와 선도라는 명분으로 묵인되는 경향도 있어요. 선감학원이 죄를 짓고 가는 곳이 아닌데도 ‘부랑아’라는 주홍글씨를 씌워 놓으니까 그 억울함을 밝히기 어려웠어요. 몇 십 년이 지나서야 겨우 인정받게 되었고, 아직도 그 진상을 밝히는 과정 중이에요. 과거에서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온 문제들을 명확히 드러내서, 그 시대에 피해를 본 아동들이나 종사자들의 진실이 밝혀져야 추후에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발판이 될 거라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한일영 선생님이 더욱 존경스러워요. 낙인 속의 생존자라 말씀하시고, 활동을 이어오시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 (박경진) “국회에서 열린 선감학원 아동학대 피해토론회에 참석했었어요. 저도 6호 보호치료 시설에서 종사했던 근무자로서 절박했거든요. 그런데 토론회를 가보니, 6호 보호치료 시설에 대해 얘기해도 아시는 분들이 많이 안계시고 아동 복지 시설이나 시스템을 설명하는 것 자체가 설명하는 게 너무 힘들었어요. 그 때 한일영 선생님을 만났어요. 분명히 과거의 사건이었음에도, 제가 있던 시설에서 일어난 일들과 너무나 비슷하더라고요. 과거의 일들이 지금까지 개선되지 않고 일어났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고, 도움을 청하게 되었어요.”
- (한일영) “선감학원은 죄짓지 않았는데 국가에 납치되어서 강제로 가는 곳이었고, 결국은 내보낼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죠. 그렇지만 부랑아라는 낙인이 있었어요. 지금도 비슷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어요. 6호 보호치료 시설은 죄 짓고 들어갔다는 주홍글씨가 따라붙어요. 죄와 상관없이 아무리 사형수라해도 인권유린을 당하면 안 된다는 기본권이 있잖아요. 그런데 인권유린을 당해도 싸다, 그런 애들을 왜 나서서 보호하냐는 선입견들이 더욱 상황을 어렵게 만들고 있어요. 제 경우보다 박경진 선생님의 경우가 더 힘든 이유죠.”
- (강민철) “아이즈가 주목하는 사회적 약자는 한부모나 미혼모 가정 등을 둘러싼 편견과 선입견으로 인해 부당함을 알리기 어려운 상황에 처한 경우도 많아요. 아동학대가 발생할 때 사회적 낙인들과 연관되어 목소리를 낼 수 없었기 때문에 쉽게 해결하지 못해온 거 같아요.”
Q. 그럼 이유들이 모여 ‘아이즈’가 탄생했군요?
- (박경진) “아동학대는 과거 선감학원이나 복지원에서 뿐만 아니라 오늘날 아동복지시설, 보호치료시설, 유치원, 학교에서도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어요. 개선을 위한 아동학대 신고 의무자들의 역할이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그 목소리들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 현실로 인해 모이게 되었어요. 교사, 임상심리사, 청소년상담사, 청소년지도사, 사회복지사 등 다양한 직업에 종사하는 50명이 함께하고 있고, 한일영 선생님처럼 시민단체에서 활동하시는 활동가들과도 연대하고 있어요. 관심을 갖고 도와주는 언론사 기자도 있고요. 대부분 공익제보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에요. 비하인드 스토리지만 제가 구속된 것이 많은 분들이 모인 결정적인 계기였고요.”
- (장선진) “여기 있는 모두가 박경진 선생님의 구속이 불합리하고 부당하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죠.”
- (강민철) “보통 아동학대가 발생할 때 가해자 한 명과 피해자 한 명이 있는 경우도 잇지만, 한 명의 가해자로 인해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거든요. 보호자가 자녀의 아동학대 피해를 다른 아동들의 피해 사실로 인해 발견할 때도 많아요. 그럴 때 보호자가 그 사실에 대해 신고를 하게 되고, 그런 보호자들이 공익신고자로서 저희를 지지하고 계시기도 해요. 더구나 공익신고자들은 아동학대의 부당함을 알리고 학대가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신고를 하지만, 명예훼손 등으로 역고소를 당하는 사례가 많이 발생하고 있잖아요. 이런 상황에서 누가 양심을 걸고 신고를 할 수 있겠어요. 어른들은 고초를 감내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신고를 당한 당사자들은 아동이잖아요. 아동학대자가 아닌 공익신고자도, 공익신고자의 자녀도 경찰조사를 받으면서 복잡한 절차에 힘든 증명 과정을 거치게 돼요. 다른 자녀를 지키고자 신고했는데, 내 자녀까지 고통 받는 상황에 처하게 되는 거예요. 이런 상황에 대한 보호 장치가 현재로선 없다보니 법이 악용되고 있는 거죠. 각 개개인으로 대응하기보다 함께 모여 의논할 필요가 있었고, 아동과 공익신고자들이 보호받을 수 있는 체계를 만들고자 아이즈가 탄생하게 되었어요.”
Q. 그렇다면 아이즈는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요?
- (박경진) “아동학대 신고를 준비하고 있거나, 신고 후 2차 피해를 겪는 분들이 주로 찾아오세요. 아이즈는 이 분들이 공익 제보자로서 보호 받을 수 있도록 행정적 지원부터 전반적인 아동학대 신고에 관한 자문을 제공하고 있어요. 아동복지시설에서 발생하는 아동학대를 신고하는 일도 하고 있고요. 아동학대 신고의무자가 지자체나 아동보호전문기관, 구청에 신고를 했을 때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도 굉장히 많거든요. 목격한 학대 상황과 과정을 설명해도, 개인으로 접근했을 때는 그 절차가 복잡하고 까다롭기 떄문에 좌절하는 경우가 생기는 거죠. 그래서 아이즈가 함께 아동보호 전문기관이나 경찰, 지자체를 만나서 학대신고의 배경과 취지를 설명하고, 자문하는 역할을 하고 있어요. 실제로 아동학대로 인정된 케이스도 있고, 과잉이나 오인으로 확인된 경우도 있어요. 이외에는 직군별 아동학대 신고의무자 자조모임, 신고의무자를 위한 콘텐츠 개발 및 교육, 아동학대 조사기관 실무자교육과 정책제안, 아동학대 사회인식 개선 캠페인을 운영하고 있어요.”
Q. 직군별 아동학대 신고의무자 자조모임은 어떻게 운영되고 있나요?
- (박경진) “서로의 사례와 정보를 교류하는 모임도 있고, 아동학대 신고를 위해 알아야 할 형사법이나 개인정보보호법 등의 관련법을 함께 공부하고 자문을 구하는 스터디도 있어요. 무거운 주제임에도 선생님들이 너무 밝다는 게 항상 감사해요. 그 밖에 제도적 개선을 위해 국회와 이어드리는 등 현실적인 지원을 돕는 모임을 하기도 하고요. 피해 받은 아이들을 위해 전화나 Zoom으로 정서적 지지 모임을 운영하기도 해요. 자조모임의 결과는 책으로 엮어서 매뉴얼로 발행할 예정이에요.”
- (강민철) “간단하게 알아야 할 기본적인 사항과 현실 사례를 엮은 소책자 형태로 만들고, 이를 더 풍부하게 만들어서 교육 콘텐츠로 발전을 시킬 예정이고요. 과거 사건을 현재까지 끌고 오는 과정 속에 해야 할 것들이 있는데, 이를 위한 경험들을 모임을 통해 나누면서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에 대해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Q. 아이즈가 제공하는 교육 콘텐츠는 어떤 내용인가요?
- (강민철) “기존에도 의무적으로 제공되는 아동학대 신고자 교육이 있는데, 내용을 보면 아동학대에 대한 기본사항과 공익신고자니까 보호받을 수 있다는 정도라 불충분해요. 몇 가지 조항이 있지만, 이 법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사례가 더 많기도 하고요. 신고의무자들도 기본 교육을 받았으니 법에 대해 알고 있어서 믿고 신고를 했는데 막상 실제로는 보호받지 못하는 거죠. 결국은 법에서 부족한 부분들에 대한 것들까지도 해결해나가야 하니까 대처하는 노하우들을 교육에 담으려고 해요. 그래야 제도가 미흡하더라도 신고를 할 때 무엇을 조심해야하는지, 과정상에서 주의할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서 알 수 있어요. 또 실수나 착오로 인해서 본인이 신고자였다가 역으로 신고당하지 않는 방법들에 대해서도 알려드리고 있고요. 처음에는 신고자들이나 관련 경험이 있는 시민들이 고민을 가지고 모여서 얘기를 나누며 시작했는데, 차츰 서로의 정보들을 모으고 취합하게 되고,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자문위원으로 함께 도와주시고 있어요. 깊은 정보가 필요할 땐 지식이 많은 분들께 허락을 받고 연결해서 자문을 받을 수 있게 도와드리고도 있어요.”
- (장선진) “2023년이 ‘토끼해’니까, 올해 발행하는 아동학대 신고 사례 매뉴얼의 슬로건을 ‘토끼지마! 아동학대, 아이즈가 보고 있다’로 정했어요. 후년에도 그 해에 맞춰서 슬로건을 만들 예정이에요.”
- (박경진) “아동학대 신고와 아동학대 신고 의무자의 인권을 지키기 위한 정보를 담은 콘텐츠에요. 실제로 경찰서에서만 신고할 수 있는 건 아니거든요. 신고 의무자분들의 종사 직종 별로 신고가 가능하고, 보호가 가능한 기관들을 알리는 역할을 하고자 해요.”
- (한일영) “아이즈가 하는 일이 역사박물관과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해요. 인권 교육의 장을 만들어가는 것도 중요하거든요.”
Q. ‘아이즈’의 아동학대 사회 인식 개선 캠페인을 소개해주세요.
- (박경진) “예전에 아동보호 전문기관에 전문성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한 적이 있어요. 많은 아동보호 전문기관을 돌아보니 아동학대에 대한 전문지식도 부족한 상황이고, 충분한 경험 사례들이 없이 조사가 이뤄지다 보니까 실제로 오인이나 과잉신고 된 사례도 더러 있었거든요. 캠페인 중에 가장 충격이었던 건, 미혼모인 어머니가 차량의 뒷좌석에 카시트를 설치하지 않은 것으로 인해 아이가 피해를 보는 일이 발생했는데, 이 어머니가 아동학대 신고를 받아서 아이와 분리조치가 되는 일이 있어요. 아동보호기관이 전문기관임에도 불구하고 올바르지 못한 판단을 한 거죠. 아동학대 신고의무자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 아동학대를 조사하는 지자체나 아동보호전문기관들이 보다 전문적인 시선을 가질 수 있도록 사회인식개선 캠페인도 하고 있어요.”
Q. 아이즈의 제도 개선 및 정책 제안 활동은 어떻게 진행하고 계시나요?
- (박경진) “한 번은 성범죄가 일어난 보호치료시설을 조사해봤는데, 교사를 채용하기 전에 범죄조회를 하지 않아서 적발된 적이 있어요. 관리감독은 지자체가 하고 있는데 촉구해도 움직이지 않더라고요. 어떤 방법이 있을까 모색하다가 서울시의 시민감사 옴부즈만 제도를 활용해서 관련된 모든 시설에 과태료를 처벌하게 했던 적이 있어요. 지금은 옴부즈만 제도가 어떻게 바뀌었을지 모르겠는데, 당시에는 시장 직속의 독립된 조사기관이였어요. 발생한 문제를 신고하면 직권 감사나 중재 등으로 조사해서 검토하고 처리하는 부서였죠. 지자체 선에서 해결되지 않을 때 별도로 조직된 감사로 확인하고, 행정처리를 수행하는 기관 중 하나에요. 형사처벌도 아니니까 도움이 필요하실 때 행정 제도를 많이 활용하시기를 권해요.”
- (강민철) “잘 알려진 기구 중에서도 국가권익위원회와 국가인권위원회의 역할이 달라요. 이곳과 진행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릴 때가 있고, 지자체나 국회, 국가인권위원회, 권익위원회에서 진행해야 할 것이 구분되는데, 일반시민인 신고 의무자 분들은 알기 어렵죠. 각 사이트에 정보가 있긴 하지만, 당사자는 어디에 요청해야 할지부터 모른다는 거예요. 그런데 또 중복되면 안 되는 부분도 있고, 안내가 공지되지 않는 부분도 있어요. 이런 정보를 나누어 진행하는 것도 아이즈가 같이 해야 하는 일들인 거죠.”
- (박경진) “아동학대 신고는 공익제보인데, 이 사실조차 모르시는 분들도 계세요. 아동학대신고의무자를 보호할 책임이 있는 지자체가 회피하기도 하고, 특히 시설에서 모른척하는 경우가 많아요. 보호조치 조례가 없는 지자체도 많고요. 저희가 6년째 보호조치 없이 버티는 지자체들을 알고 있었는데, 아동학대 사건으로 2차 피해를 많이 겪으신 선생님이 보호를 요청하시면서 관련 조례를 만들어달라 요청하셨거든요. 해당 지자체의 구의원을 찾아갔는데, 조례가 만들어 지기까지 몇 년씩 걸릴 줄 알았는데 한 달 만에 통과되더라고요. 허무하기도 하고, 부럽기도 했죠. 모범 사례라고 생각해요.”
- (장선진) “아동친화도시는 이곳저곳 조성되고 있지만, 아동신고의무자에 대한 보호조치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아동친화도시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해요. 아동학대 신고의무자와 공익제보자 보호 조례가 전국적으로 시행되길 바라요.”
Q. 활동하시면서 겪은 고충이나 보람, 기억에 남는 순간 있나요?
- (장선진) “아동학대 신고 했을 때 기관에 가장 먼저 얘기를 했었거든요. 그런데 제가 제일 처음 들은 얘기가 ‘무엇을 원하냐, 왜 문제를 만들려하냐’였어요. 절망했죠. 내가 배운 것대로 하는 게 그렇게 물의를 일으키는 일인가 하며 굉장히 힘들었거든요. 그런데 아이즈 덕분에 ‘잘 했다’라고 지지해주시는 분들을 만날 수 있었어요. 그래서 아이즈를 만난 순간이 기억에 남아요.”
- (박경진) “아동학대 신고의 2차 피해를 극복하기 위한 5년 동안의 과정에서 많은 분들이 도와주셨는데 그 중에 특별한 사연을 말씀드릴게요. 마찬가지로 비영리스타트업인 ‘온기’라는 단체에다가 편지를 썼었어요. 제가 하는 이 활동을 이어가는 과정이 너무 힘들었거든요. 제게 털어놓았던 아이들이 저에게 죄책감을 느끼고 자살시도를 하는 경우도 있었어요. 그걸 보고 지쳐서 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을 때 ‘온기’에 아무 생각 없이, 엄청 고민 끝에 편지를 보냈어요. 누군지도 모르는 선생님이 많은 편지를 써주셨는데, 이분도 임상심리사이신거에요. 저희 하는 일을 지지한다고 응원한다고 써주셨어요. 그 선생님도 저희와 똑같더라고요. 많은 고통도 있었고, 양심에 대한 고민도 하셨고요. 저는 그 선생님과의 편지가 제일 기억에 남아요.”
Q. 아이즈의 활동을 통해 어떤 변화를 이루고 싶으신가요?
- (한일영) “오랜 시간 동안 많은 고초를 겪어오다보니 후발주자 분들이 아이즈를 통해 고초를 겪지 않을 수 있게 되면 좋겠어요. 궁극적으로는 시설에 대한 여러 잘못된 인식에 대해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단체가 되었으면 좋겠고요. 최종적으로는 공익제보자가 생기지 않도록 만들어가는 것이 목표라 생각합니다.”
- (강민철) “아이즈를 통해 모든 걸 다 해낼 수는 없는데, 그에 비해 해결해야 할 문제가 너무 많죠. 이런 문제에 관심을 갖는 분들이 많아져서, 함께 목소리를 내서 하루빨리 개선됐으면 좋겠어요. 지금까지 공익신고자를 보호하는 단체들은 있긴 하지만 아동학대 신고 의무자를 보호하는 단체는 본적이 없거든요. 그래서 아이즈와 작은 부분에서부터 출발했는데, 이외에도 다른 많은 시민사회 단체와 시민 분들이 함께 목소리내고 해결할 때도, 저희가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면 좋겠어요. 최종적으로는 한일영 선생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신고자가 없어지고 아동학대가 없어지는 세상이 만들어졌으면 좋겠습니다.”
- (장선진) “저는 신고의무자보다는 아동학대에 초점을 맞춰서 말씀을 드리면요. 아이들이 시설에 있다 보면 뭐가 인권침해이고 뭐가 학대인지 잘 몰라요. 힘 쎈 어른들이 하는 말이니까 그냥 그대로 받아들여요. 그렇게 똑같이 자라면 똑같이 비겁한 어른이 되는 거잖아요. 신고의무자들이 제대로 알고, 아이들에게 잘 가르쳐서 모두가 행복한 세상이 되는데 아이즈가 보탬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박경진) “2023년 트랜드 코리아에서 한국 어린이·청소년의 행복지수가 22위로 꼴찌래요. 아동학대가 근본적으로 개선되려면 아동학대 근절에 나아가 아동의 행복지수가 높아져야 해요. 아동학대 신고의무자들이 어린 아이들을 위해 적절히 고려해야 하는 부분들과 경계의 중요성들을 알려나가는 일이 아이즈가 해야 할 일이라 생각이 들어요.”
Q. 비영리스타트업 성장지원 사업을 통해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 (강민철) “아무래도 그간은 조직화 된 단체이기보다 개별적인 네트워크에 가까웠어요. 단체를 만들겠다는 의지들은 있었지만, 특정하게 어떤 형태와 모습으로 가야할지 혼란스러웠거든요. 각자의 싸움도 있었기 때문이죠. 비영리 스타트업을 신청하게 되면서, 다양한 생각들을 정리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어요. 아이즈라는 단체로의 출범을 준비하게 된 과정이 가장 큰 소득이라 생각해요. 이 기회가 아니였으면 한동안 느슨한 연대의 네트워크로 나뉘었을 수 있었을텐데, 단체로서 형식을 갖춰가고 거기에 대한 조언을 안정적으로 받고, 활동할 수 있는 인프라도 제공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 (박경진) “저희 같은 직업군은 전체보다 개인을 상대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맞닥뜨리는 문제들은 저희끼리 고민하는 것을 넘어서, 굉장히 다양한 사람들을 설득하고 싸워야 하는 일이 있거든요. 저희가 그걸 잘 못하는 사람인 걸 알게 되었어요. 비영리스타트업 팀 활동 소개 발표를 준비를 할 때, 멘토님이 정말 많은 걸 알려주셨고, 전문적이고 호소력 있게 대화하는 법 등을 알려주셔서 큰 도움이 되었어요. 그리고 함께 활동했던 다른 비영리스타트업 대표님들을 옆에서 보면서 더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Q. 새롭게 다가온 2023년, 앞으로 어떤 목표를 이루고 싶으신가요?
- (한일영) “우선은 아이즈가 하는 활동들을 많이 알려나가는 거예요. 아이즈와의 만남을 필요로 하지만 모르시는 분들이 많을 거라 생각해요.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단체를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의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잖아요. 모르면 갈등하게 되고 현실에 타협하게 되고 마니까요. 아무 정보도 없는 상태에서 의협심과 정의감만으로는 되는 게 아니잖아요. 공익제보를 나섰을 때 뒤에서 버팀목이 되는 존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더 많은 공익제보자들이 나설 수 있게 될 거라 생각해요. 물론 근본적으로 제도가 중요한 상황이니까 미흡한 공익제보자 관련 법률들을 보완해 나갈 수 있도록 협력하는 게 첫 목표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 (장선진) “저는 아동양육시설에서 근무하고 있는데요. 헌법에는 종교의 자유가 보장되어있는데, 시설에는 종교의 자유가 없어요. 억지로 종교행사에 참여해야 하거든요. 올해는 종교 강요로 고통 받는 아이들이 없으면 좋겠어요. 또 3년 뒤 아이즈는 백 만 유튜버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이런 일을 피하기 위해서도 준비가 필요하잖아요. 일어날 수 있는 일에 대해 대비하는 것이 덜 상처받는 방법일 수 있지 않을까 해요. 아이즈가 많이 유명해지고 유튜버로도 성공해서 더 많은 아이들과 부모님, 신고의무자분들과 닿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 (박경진) “저희가 이걸 시작할 때 멤버가 5명도 안되었어요. 지금 10명이 되고 15명이 되고 하는데, 저희가 만화 원피스를 좋아하거든요. 원피스 루피처럼 보호왕이 될 거에요.(웃음) 다양한 동료들과 연대하면서 함께하고 싶어요.
- (강민철) “저도 앞에 말씀해 주신 분들과 똑같은 꿈을 꾸고 있고요. 현실적으로 얘기를 하면, 이런 활동들을 이어가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데, 후원사가 나타나서 단체를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대한민국 현실상 공익신고자들이 직장생활을 하면서 사건을 병행한다는 게 어려워요. 미래에는 신고해도 다닐 수 있는 회사가 되면 좋겠어요. 어려움을 겪은 분들이 모여서 단체에 상주하면서 일을 하며, 전문적으로 서로 도움을 주고 하는 역할을 해나갈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 있고요. 아이즈의 꿈이 이루어져서 법과 관련 제도들이 마련된다면, 그 다음에 남아있는건 ‘치유’거든요. 아동과 신고자들의 치유를 지원할 수 있어야 해요. 사실 한일영 선생님도 아동학대는 잠깐 잊혀질 뿐 평생 치유되지 않는다고 하셨어요. 이미 겪은 사람들이기 때문에 평생 살아가는데 있어서 삶의 의지를 가지고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센터가 만들어져야 한다 생각해요. 다른 것들이 다 해결되고, 진짜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가칭 아동학대트라우마치유센터 같은 시설이 만들어져서 함께 치유하고 웃으면서 행복하게 할 수 있게 되는 것이 개인적인 꿈입니다.”
- (한일영) “후원 말씀하신 부분이 특히 공감이 가요. 선감학원의 경우에는 다들 사정이 어렵다보니 회비도 안 받고 활동해야 했거든요. 한두 달에 한 번 일주일을 대전에서 왕복하면 돈 십 만원씩은 깨지는데, 그걸 10년 동안 하니까 힘들었죠. 처음에는 10년 동안 주택보험 들어갔던 1200만원을 끌어 썼어요. 처는 콩나물 값까지 100원이라도 더 깎으려 하는데 집이 아니라 활동비로 써야 했으니 많이 힘들었죠. 처가 많이 양보해서 진행은 했는데, 오래 못쓰잖아요. 4~5년이 지나니 그 돈 조차도 떨어졌고, 그럼에도 경비는 필요했어요. 결국에는 기초수급을 받으려고 가정법원에 이혼하러 갔어요. 서로 마음이 중요한 거지 법적 관계가 중요한 게 아니라고 설득해서 서류상으로 이혼했는데, 화장실가서 많이 울었어요. 남들은 사업하다가 돈 빼돌리기 위해서 이혼한다 하는데, 기초수급으로라도 경비를 쓰기 위해서 이혼한다는 것이 가슴 아프고 눈물이 나오더라고요. 후원 얘기를 들으니 후원을 해주시겠다고 나서주시는 단체가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창피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반드시 필요한 목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야 하지 않을까요. 결국 20대 국회에서도 간호사법이 통과되고, 선감학원과 삼청교육대 사건도 다 성공적으로 인정을 받았잖아요. 국가상대로 인정만 우선 받았는데, 하루라도 빨리 다음을 진행하기 위해 국회에서 간호사단체 등 나서주신 많은 분들과 함께하고 있는 상황이에요. 나름대로의 고생 끝에 결과가 좋게 나와서 보람이 생긴 거죠. 하지만 과정은 되게 힘들었거든요. 아이즈도 돈을 쌓아놓고 활동하는 게 아니고, 아무리 좋은 일이어도 부수적으로 경비는 필요하잖아요. 그런 점을 단체들이 나서서 도움을 주셨으면 좋겠어요.”
- (강민철) “경제적인 어려움은 모든 NPO가 다 겪는 일이기도 하죠. 그런데 아동학대 신고자들은 직장 해고까지 당하거든요. 너무 힘들어서 자발적 사직을 하는 경우도 많고요. 결국 생업을 포기하고, 직업을 바꾸거나 해외로 이민을 가셨다는 이야기를 종종 접해요. 아직도 안전장치가 마련되어있지 않다면, 최소한 같이 모여서 서로의 마음을 치유하고 도울 수 있어야하지 않을까 해서 아이즈를 만들게 되었고, 후원에 대해 말씀을 드렸어요. 지금도 서로 다른 중요한 활동들을 이어가는 많은 단체들이 있고, 다 같은 바람이지 않을까 해요.”
Q. ‘아이즈’는 여러분들께 어떤 의미인가요?
- (강민철) “아이즈는 나를 지키는 곳이자, 우리가 함께 인권을 지키는 곳이라 생각해요. 특정 아동이라고 얘기하지만 결국은 사회 구성원 모두를 지키는 단체라고 생각합니다.”
- (박경진) “사막 속의 우물 같은 존재죠. 제가 아동학대 신고를 하고나서 많은 허위 언론 보도가 있었고, 그걸 지우는 과정들도 지옥 같았어요. 정말 힘들 때 주변 사람들이 많이 떠나더라고요. 그때 끝까지 지켜주셨던 분들이 지금 계신 분들이고, 제가 가장 아플 때 함께 있던 곳이 아이즈에요. 저뿐만이 아니라, 저희가 항상 옆에 있다는 것을, 여기 삼백만 아동학대 신고자 인권지킴이가 있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 (한일영) “동떨어진 얘기일지 모르겠는데, 지난 연말 뉴스 보니 한국이 유엔 인권이사국에서 탈락이 되었더라고요. 2년 연속 연임하다가 말이에요. 개발도상국이 인권 이사국에 진입하고, 우리는 탈락 되었다는 의미를 고민해보아야 해요. 여기에 인권을 향상시키기 위한 모임인 아이즈가 토대가 되어서 훗날 한국이 다시 인권이사국으로 인정받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 (장선진) “인스타그램에서 ‘NPO아이즈’를 찾아주세요. 아동학대신고나 아동학대로 검색해도 NPO아이즈가 나올 거예요. 아동학대로 고통 받는 아이들과 신고의무자 분들이 이 기사를 보신다면 대표님께 연락을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박경진) “저요?”
- (장선진) “네!(웃음)”
Q.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말 해주세요!
- (장선진) “아동학대는 극단적인 폭력만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아동학대를 신고하라고만 하지 말고, 신고자도 좀 보호해주셨으면 좋겠다는 것도 얘기하고 싶어요.”
- (강민철) “한 때는 ‘공익신고 하지 맙시다’라는 얘기들이 많이 나왔어요. ‘신고자들은 보호 받지 못하는데’라는 얘기였거든요. 하루 빨리 신고자 분들이 보호받는 세상 왔으면 좋겠습니다. 무작정 신고하라고 광고 좀 안했으면 좋겠어요!”
- (박경진) “제가 못 다한 말이 있어요.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말은 ‘저한테 연락하지마세요’에요.(웃음) 농담이고요. 저희가 많은 분들께 감사를 전하고 있는데, 빠진 분이 있어요. 아이즈 로고가 디자인이 잘 나와서, 상품 개발하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많은 분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어요. 여기 디자인을 맡아주신 곳이 ‘디블러’라는 곳이에요. 처음부터 로고가 잘 나와준 덕에 피켓과 스티커제작 등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었고, 캠페인에서도 시각적인 이미지를 높일 수 있어서 더 효과를 볼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감사말씀을 전하고 싶어요.”
- (강민철) “사실 지금 여기 계시는 분들의 사건이 아직 해결이 안 되었거든요. 다들 겪고 있는 일들이 신속하게 해결되었으면 좋겠어요. 결국 시간이거든요. 이 자리에 함께하지 못했지만 아이즈를 지지해주시는 분들도 포기하지 마시고, 꼭 이기셨으면 하는 바람들이 있고요. 아이즈가 탄생하는 과정 속에서 뵈었던 멘토님들이나 관계자 분들께도, 저희가 욕심이 많았는데 잘 정리해서 이어갈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도와주고 계시거든요. 사단법인 시민 관계자 분들께도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을 꼭 하고 싶어요. 또, 같이 연대하고 있지 않지만 어디선가 아동 학대 피해자를 신고하고, 싸우고 계신 분들이 힘내셨으면 좋겠고요. 아이즈가 아직은 시작단계라 미약하지만, 그래도 함께 연대한다면 좋은 세상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요. 연락주시면 좋겠어요. 부족한 점이 있더라도 양해해주시고 이해해주시면 연대하겠습니다.”
쳇바퀴처럼 굴러가는 일상의 관성에 젖어 폭력에 무감각해지는 순간, 아동학대는 언제 어디서든 발생할 수 있습니다. 아이들과 양심을 지키기 위해 용기 낸 공익제보자들이 보복으로 인해 생계와 가정까지 위협받는 비극은 빛이 들지 않는 사각지대의 어두운 그림자를 보여줍니다. 아동학대의 위험성을 드러내는 일 못지않게, 피해 당사자와 당사자를 보호하기 위해 나선 이들 모두 무사히 고난을 극복할 수 있도록 지지하고 지원하는 작업이야 말로 모두가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첫번째 관제일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아동학대와 보복으로부터 이웃을 지키는 길잡이로써 횃불을 든 아이즈가 든든한 위안으로 다가오면서도, 국가가 미처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들을 개인의 삶으로 밝히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활동가들의 고초에 마음 한 켠이 무거워집니다. 가장 연약한 뿌리를 향한 폭력에 희생된 삶들이 더 이상 무너지지 않도록, 300만 아동학대 신고 의무자 인권지킴이 아이즈의 활동에 앞으로도 많은 관심과 연대 부탁드립니다.
*2022년 12월, 인터뷰 진행 및 정리: 김동희_협동조합 거버넌스리빙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