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이 삶을 속일지라도 멈추지 않을 행복”
#아미다해 #암 환우는_암 환우가_돕는다
아미다해는 암 환우들이 함께 모여 서로의 건강하고 행복할 일상을 지지하는 비영리스타트업입니다. 항암을 위한 다양한 지식과 정보를 나누며, 사회활동에서 소외된 암 환우들을 위한 모임과 프로그램을 만들고, 곁을 지키는 암 경험자들의 마음과 이해를 보듬기 위한 활동도 이어오고 있습니다. |
Q. 안녕하세요, 아미다해 소개와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 (조진희) “안녕하세요, 아미다해 이사장을 맡고 있는 조진희입니다. 2019년에 설립한 암 환우들을 위한 출판사 아미북스 대표도 겸하고 있어요. 아미북스의 저자 분들과 아미다해 운영진 분들도 암 환우이시고, 저도 유방암 환우에요. 환우 분들을 만나보니 단순히 치료 목적이 아니라 눈치가 보여서 회사를 그만 두신 분들도 꽤 계시더라고요. 다양한 직업군에서 활약하시던 분들이 일을 그만두고 집에만 계신 걸 보고, 이렇게 재능 많은 사람들이 기여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들면 어떨까 고민하다가, 2022년에 암 환우 분들을 위한 비영리단체인 아미다해를 설립하게 되었어요. ‘암’을 발음대로 적은 ‘아미’를 암 환우를 부르는 애칭으로 사용하고 있고, 아미다해는 ‘아미들이 다할 수 있는, 아미들의 바다’라는 뜻이에요. 문자 그대로 ‘암 환우가 하고 싶은 것 다해’라는 거죠.”
- (윤은정) “저는 사무국장 윤은정이고요, 아미다해의 전반적인 사무를 비롯해 갖가지 잡다한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웃음) 한국의 약초를 활용해 건강을 디자인하는 국제 허벌리스트(International Herbalist)가 되고 싶어서 대학을 다니고 있고, 아미다해에서도 환우 분들의 건강한 식단을 돕기 위해 활동하고 있어요.”
- (손연경) “안녕하세요, 감사 손연경입니다. 저는 아직까지 현재 4기 암환우로 항암치료 중인 환우입니다. 앞을 알 수 없는 상황이지만 환우들을 위해 일하고 있다는 것에 자부심을 갖고 있어요. 비록 아프지만, 원한다면 누구나 다른 이들을 위해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희망을 드리는 게 제 일이 아닌가 싶어요.”
- (조영란) “안녕하세요, 조영란 이사입니다. 있는 자리에서 묵묵히 필요한 일들을 조력하고 있어요.”
- (윤은정) “한 분 더, 정선우 이사님이 계세요. 영어 레크리에이션 강사이신데, 아미다해에서는 즐거움을 맡고 계세요. 암 환우들이 모이면 자기 병이나 아픔 때문에 우울하거나 심각해지는 분위기가 있을 수 있는데, 그런 분위기를 반전 시키고, 모임이 즐겁고 유쾌하도록 만들어 주세요.”
- 함께 오신 귀여운 분에 대해서도 소개 부탁드려요.
- (조진희) “아미다해의 마스코트 ‘솜이’ 이사님이에요. 손연경 감사님의 반려견이기도 하고요. 저희가 촬영할 때마다 늘 함께하고 있어요. 암 환우 분들께 가족이 큰 힘이 되어주기도 하지만, 가장 치유가 되어주는 존재가 제일 많이 마음을 알아주는 반려견·반려묘 더라고요. 치료과정이 힘들 때 곁을 지켜주는 솜이처럼 아미다해도 환우들과 함께하겠다는 의미로 마스코트 일러스트도 만들었어요.”
- (손연경) “솜이는 제가 항상 힘들 때나 아플 때나 제 곁을 지켜주는 강아지에요. 아미다해 식구들이 서프라이즈 선물로 일러스트를 그려주셨는데 너무 감동해서 울었던 기억이 나요. 다른 환우들께도 반려견이 친구나 가족이 되어 곁을 지켜주는 소중한 존재이지 않을까 해요. 마스코트 솜이와 아미다해가 다른 분들께도 묵묵히 곁을 지키며 떠나지 않는 든든한 존재였으면 좋겠어요.”
- (윤은정) “이렇게 솜이까지 하면 운영진은 6명이고, 이외 회원 70명, 네이버 카페 200명, 인스타그램 팔로워 1150명이 함께 하고 계세요. 암환우 뿐만 아니라 가족과 지인을 포함한 암 경험자 분들, 순수하게 저희를 응원해주시는 분들도 함께하고 계세요.”
Q. 아미다해가 탄생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 (조진희) “출판사 아미북스의 SNS를 활용해서 원데이클래스 모임을 운영하다가 지금의 운영진들을 만나 아미다해를 만들게 되었어요. 아미북스는 암을 겪는 환우 분들을 위해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제일 잘 할 수 있는 게 책 만들기겠다 싶어서 설립하게 되었어요. 본래 제가 디자인 회사를 운영했거든요. 투병 중에 잘 살아가고 있는 암 환우의 희망적인 이야기가 보고 싶어서 서점에 갔더니 암 환우들에게 필요한 책은 없더라고요. 아미북스 저자 분들이 인세도 직접 기부해주셔서 수익금이 나오면 또 다른 책을 만드는데 사용하고 있어요. 암 환우 분들 중에도 투병으로 책을 읽지 못하시는 분들이 계시다보니, 저자 분들이 직접 녹음한 오디오북도 만들고 있어요.”
Q. 아미다해가 아미들과 함께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요?
- (조진희) “단순하게는 암을 치료 중인 환우 분들께 할 수 있다는 응원을 전하며 곁에 있어드리는 일이에요. 초기 슬로건도 ‘암환우가 암환우를 돕습니다.’였어요. 암을 겪으며 힘든 마음을 제일 잘 알아주는 건 아무래도 같이 암을 겪은 암 환우 분들이거든요. 그러니까 우리가 서로 도와주자는 거예요. 컨디션이 좋은 암 환우가 컨디션이 좋지 않은 암 환우를 돕고, 재능 있는 암 환우가 재능을 나누고, 암을 먼저 경험한 환우가 이제 막 진단을 받은 환우에게 괜찮다고 이야기해주는 거죠. 암 경험자이신 보호자와 지인 분들께서 암 환우를 보다 이해하실 수 있도록 돕는 일도 중요할 테고요.”
- (손연경) “사람이 큰일을 겪으면 제2의 인생을 산다고 하잖아요. 아프고 나서야 건강에 눈을 뜨게 되고, 어떻게 살아야 할까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는데, 그때 아미다해가 도움을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암 진단을 받으면, 처음에는 굉장히 불안해서 받아들이는 시간이 필요하고, 항암치료를 지나 다시 회복하는 단계를 거치게 될 거에요. 처음 암 환우가 되었을 때 아미다해를 통하면 필요한 정보를 나눌 수 있어요. 자조모임이나 단톡방을 통해 암 환우들끼리 ‘제가 오늘 이걸 먹었는데, 열이 나는데 어떤 게 잘못된 걸까요?’라는 식의 소통도 많이 주고받거든요. 자조모임을 통해 건강 스터디도 하고 전문가 포럼을 통해 정보제공도 하고 있고요. 치료 과정에서도, 치료가 끝난 이후에도 암 환우 분들이 방향을 잃을 때 아미다해가 등대 같은 단체가 되면 좋겠어요.”
Q. 아미다해의 자조모임은 어떻게 운영되고 있나요?
- (조진희) “각 모임의 환우 분들이 자발적으로 이끌고 계세요. 걷기 모임, 독서모임, 2030 또래 모임 등 5가지의 자조모임이 있고, 오프라인 공간도 제공해요. 치유밥상 같은 야외 프로그램은 주로 경기도 양주의 ‘충현재’를 이용하고, 서울에서 모일 때는 성수동에 위치한 아미북스 건물을 활용해요.”
- (손연경) “독서모임은 비대면으로도 운영해서 전국적으로 많은 분들이 참여하고 계세요. 독서모임과 걷기모임은 연령대 별로도 나뉘는데, 젊은 환우 분들도 모이니까 보기 좋았어요. 결혼 등의 미래를 상상하기 어려운 상황일지라도 서로 모여서 힘을 얻고, 또 다른 삶을 배우고 자신만의 삶을 개척하는 그들만의 세계가 따로 있더라고요.”
- (윤은정) “젊은 암 환우 분들이시니까 안타까워서 더 잘해드리고 싶고, 위해드리고 싶은 마음이 들잖아요. 그런데 2030모임에 몇 번 가보니, 그 모임에서는 가엽게 여기는 시혜적인 시선을 부담스러워 하시더라고요. 아무래도 또래끼리 모였을 때 이야기도 편하게 할 수 있다 보니 또래모임이 중요한 것 같아요.”
- (조진희) “암 진단 받는 연령이 점점 낮아지고 있고, 2030 환우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데, 그들이 모일 수 있는 단체와 공간이 없어요. 그래서 저희가 2030 모임을 따로 많이 만들기도 하고 장려하고 있어요.”
Q. 아미다해가 메이크오버 프로그램을 운영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 (손연경) “항암치료로 인한 외모변화를 겪으면 전체적으로 자신감이 많이 떨어지거든요. 그래서 회복 후에도 세상에 나가는 것 자체를 두려워하게 돼요. 아미다해가 자조모임을 운영하는 이유기도 하고요. 그래서 메이크오버 프로그램 ‘암티플’로 외모 변신을 통해 자신감을 선물해 드리고자 했어요. 환우 분들의 사진을 남겨드리는 ‘나담음 프로젝트’는 영정사진을 위한 접근도 있긴 하지만, 내가 사람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기억이 될지 고민하면서 소중한 사람들을 위한 모습을 남겨두게 목적이에요. 이번에는 환우 분들이 리더가 되어 프로젝트를 주도하며 컨셉을 정하고, 사전 채팅방에서 환우 분끼리 모여서 서로를 돕는 방식으로 운영했어요. 프로젝트를 도와주시는 코디와 스타일리스트 분들도 암 환우이시다보니 분위기가 굉장히 좋았어요. 서로를 아끼고 지지하고 있다는 감정이 고스란히 사진으로 전해지는 것 같더라고요. 다른 사람들의 응원의 목소리가 표정에 담기고 사진으로 나타나는 것 같아요. 그래서 행복했던 프로젝트에요.”
Q. 활동하시면서 겪은 고충이나 보람, 기억에 남는 순간 있나요?
- (윤은정) “저희도 처음이다 보니 막막할 때도 있고, 힘들고 어려워도 이어가던 순간이 있었는데, 항상 마지막은 행복했던 거 같아요. 익명으로 설문조사를 할 때도 참여하셨던 분들이 행복했다고 해주시고, 프로젝트가 끝나면 운영진 분들끼리도 서로 웃으며 격려하고, 돈독해지는 모습들이 늘 기억에 남아있어요.”
- (손연경) “저희가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마다 계획도 엄청 짜고, 빈틈없이 하려고 고민을 굉장히 많이 해요. 그런데 막상 프로젝트를 진행하면 다들 정말 선수에요. 이렇게 잘할 수 가 없어요.(웃음) 약속이나 한 듯이 각자의 자리에서 착착 일을 진행하는데, 마치고 나면 정말 행복해서 서로 보면서 펑펑 울곤 해요. 힘든 과정을 겪고 난 다음의 전우애가 느껴지는 것 같아요. 숨어있던 환우 분들도 주저하시다가 저희가 독려해서 겨우겨우 나오시는데, 언제 또 하냐며 다시 해달라는 이야기들을 많이 해주시거든요. 힘들어도 프로그램을 한 번 더 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되는 순간들이죠.”
- (조영란) “참석할 마음을 먹었던 당시를 돌이키면, 내가 새 삶을 얻고 누군가를 돕고 베풀 수 있는 곳이 생겼다는 게 너무 행복했거든요. 주체가 되어서 직접 프로그램을 만들고 운영을 돕다보니 온전히 참여하시는 분들의 마음만 생각하면서 일을 하게 되더라고요. 오셨을 때 얼마나 행복할까, 얼마나 즐기다 가실 수 있을까만 생각해요. 프로젝트가 끝났을 때 고맙다는 말 한마디, 밖으로 나올 수 있게 되었다는 말 한마디가 큰 의미로 다가와요. 서로 이름은 다르지만 하나의 가족이 되어가고 있어요. 서로에게 그저 감사할 수 있는 게 아미다해의 존재 이유 같아요.”
- (조진희) “저는 19년이라는 꽤 오랜 시간 동안 회사 대표로 있어서, 혼자 결정하고 방향을 빠르게 잡아가는 게 익숙한 사람이에요. 그런데 아미다해를 만든 이후로는 작은 것 하나부터 큰 것까지 함께 회의하며 결정해야 하다 보니 굉장히 힘들었거든요. 그런데 많은 프로그램들을 함께 하며 환우 분들을 만나보면, ‘아, 빨리 가는 게 중요한 게 아니구나. 우리가 천천히 다 같이 제대로 된 길을 가는 게 중요한 거구나’라는 걸 매일 느끼게 돼요. 한편으로 이사장이다 보니, ‘운영진 분들이 힘들다고 떠나시면 어떡하지, 그러면 혼자 남을 텐데’하는 불안감도 항상 마음속에 있는 거 같아요. 함께하기 때문에 힘든 일도 분명 있겠지만, 함께 하기 때문에 행복할 수 있는 거니까요. 감동을 받았던 순간으로는, 한 환우가 남편과 어머니를 비롯한 가족 분들과 함께 자리하신 적이 있어요. 그런데 남편 분께 소감을 부탁드리니까, 말씀하시면서 엉엉 우셨어요. 너무나 고맙다고요. 아내인 환우도 놀라시더라고요. ‘제가 남편이지만 아내에게 어떻게 해줘야 할지 방법을 몰랐어요. 아내가 여기서 웃고 행복할 수 있는 이런 공간, 이런 단체가 있어서 너무 감사합니다.’라고 말씀하시는데, 그때 굉장히 보람이 있었어요. 이런 보호자분들과도 함께하는 프로그램을 빨리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Q. 아미다해의 활동을 통해 어떤 변화를 이루고 싶으신가요?
- (윤은정) “저는 암 투병을 시작하면서 인터넷으로 암에 좋은 식단을 검색해보고 체험 활동들을 혼자 따라하다가 건강을 해친 적이 있어요. 인터넷에 잘못된 정보들이 굉장히 많더라고요. 병원에서도 치료에 방점이 있지 일상적인 것들은 상세하게 안내해주시지는 않고요. 제가 건강과 관련한 공부를 시작하게 된 계기였어요. 정답까지는 아니지만, 제가 3년 넘게 공부해온 것들을 활용해서 암 환우 분들께 식단과 관련한 부분에서만이라도 정확한 도움을 드리고 싶어요. 아미다해 활동 중 건강한 음식을 어떻게 드셔야 하는지 이야기를 나누는 ‘치유밥상’ 프로그램이 있어요. 사실 하루 한 시간만으로는 부족하거든요. 치유밥상을 통해 암 환우들과 함께 공부해가면서 올바른 정보들이 전파될 수 있으면 좋겠어요.”
- (조영란) “한편으로 암 투병을 하면 어딘가에 참여하는 걸 두려워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요. 그분들이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밖으로 나오실 수 있도록 소통창구가 되어드리고 싶어요. 저 스스로에게도 아미다해는 탈출구라는 느낌이 커요. 특히 여성 암 환우로서도 육아나 가정을 먼저 생각하다보니 나를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흔치 않거든요. 아픔을 겪을 때 나의 마음과 건강을 돌아볼 수 있어야 가정도 다시 돌볼 수 있잖아요. 제 경우에는 사실 아이가 많이 느려요. 발달장애를 갖고 있는데요, 아이치료센터에 다니면서 보니까 아픈 아이를 돌보다가 암 환우가 된 어머니들이 주변에도 많으시거든요. 본인도 아프지만 아이가 어떻게 하면 보다 건강해지고, 잘 자랄 수 있을지가 우선이 되다보니 스스로를 돌보지 못하는 어머니들이 정말 많아요. 그렇기 때문에 더욱 같은 마음을 가진 분들과 소통할 수 있는 창구가 절실하더라고요. 아미다해에 참여하는 날 만큼은 온전히 스스로만을 위한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되니까 정말 소중하다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더 많은 환우 분들이, 특히 육아와 가정을 지키시는 여성분들이 스스로를 돌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지실 수 있도록 용기 내어 많이 나오셨으면 좋겠어요.”
- (윤은정) “궁극적으로 암 환우 분들이 치료가 끝나서 사회로 복귀할 때 ‘잘 버텼어, 고생했어, 잘 돌아왔어’하고 안아줄 수 있는, 모두가 이웃이 되는 사회를 만들고 싶어요. 그래서 단체지원을 받고나서는 ‘암 환우가 세상 밖으로 나와 함께 살기 좋은 세상으로 만들자’라는 슬로건으로 확장되었어요. 환우 분들이 아미다해와 함께 치료받으며 웃을 수 있게 되고, 슬픔과 아픔 안에 갇히지 않고 세상 밖으로 나와 언제든 재능을 발휘하실 수 있도록 돕는 일이 아미다해의 역할이라 생각해요. 그렇게 사회에 복귀하고 경제활동을 하실 수 있게 되길 바라요.”
Q. 비영리스타트업 성장지원 사업을 통해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 (윤은정) “아미다해가 비영리단체로서 나아가야 할 방향성이 보다 명확해질 수 있었어요. 전문가도 아니고 처음 하는 일이다보니 일을 해나가는 과정에서 어려움이 많았는데, 성장지원 사업에서 교육을 비롯해 여러 지원을 해주셔서 공부도 많이 되고, 역량도 업그레이드 할 수 있었고요. 사무국장이라 회계 처리를 해야 하다 보니 실무적으로도 도움이 되었거든요.”
- (조진희) “1년 동안의 계획을 보다 체계적으로 잡고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도, 향후 사업을 그려나가는 점에서도 큰 도움이 되었어요. 사단법인 시민에서 도움을 주셔서 운영진들과의 관계에 대한 컨설팅도 받을 수 있던 것도 좋았어요.”
- (손연경) "저희 말고도 다양한 활동을 해나가시는 팀들을 보면서 ‘내가 알지 못했던 사회의 뒤편에서 움직이시는 분들이 굉장히 많구나, 우리만 있는 게 아니라 자신만의 비전으로 사회의 빛이 되려는 존재가 이렇게 많구나’라는 걸 느껴서 이 시간 자체가 행복해요. 물론 서류 작업이 많아서 국장님이 많이 고생해주셨지만, 이게 쉬운 일이 아니고 잘 알아야 하는 일이라는 걸 더 실감할 수 있던 거 같아요.”
Q. 3년 뒤 아미다해는 어떤 모습일까요?
- (조진희) “저희가 필요할 때마다 공간을 빌려 쓰고 있거든요. 은정님이 건강하고 맛있는 요리를 할 수 있는 주방이 있고, 환우들이 모일 수 있는 아미다해의 진짜 공간을 마련하고 싶네요.”
- (윤은정) “제가 약초 관련 공부와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보니까 텃밭도 가꾸고 있거든요. 아미다해의 텃밭에서 같이 키운 식재료를 수확해서 건강 음식도 만들고, 꽃도 키우고, 허브 향도 맡을 수 있으면 좋겠네요. 자연친화적인 공간이 있으면 좋겠어요. 또 제가 역량을 더 업그레이드해서 ‘아미다해에 가면 식단은 건강하게 만들 수 있대, 다 같이 모여서 밥도 먹을 수 있대’하는 소문이 나서 더 많은 암 환우 분들이 아미다해로 오셨으면 좋겠어요.”
- (손연경) “누군가가 요즘 세 명 중에 한 명이 암 환우라잖아요. 누군가가 암에 걸렸을 때 주변의 모두가 ‘아미다해에 연락해봐’ 라고 말할 수 있을 만한 단체가 되면 좋겠어요. 암 환우 분들이 언제든 연락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희망을 전할 수 있는 단체가 되면 좋겠어요.”
Q. 아미다해는 여러분들께 어떤 의미인가요?
- (조진희) “암 환우는 몸과 마음을 치유해야 하는데, 개인적으로 제게 아미다해는 치유의 공간인 것 같아요.”
- (손연경) “가족들도 제가 아미다해 덕분에 더 밝아지고 건강해진 느낌이라고 하더라고요. 계속 치료하고 있고 맨날 빌빌거리지만, 환우들을 만나면 그렇게 행복해보인대요. 저희 딸이 환우들을 만나면 엄마가 더 많이 웃는데 너무 행복해 보인다는 거예요. 제가 살아 있는 이유, 꼭 나아야 하는 이유인 거 같아요.”
- (조진희) “처음에 이사진을 꾸릴 때 모든 가족들이 반대했었거든요. 연경님의 남편 분도 ‘그거 꼭 해야 하냐’하셨고, 모두가 반대 속에서 활동을 시작했어요. 이런 이야기를 들으니까 기분이 좋네요.”
- (윤은정) “조금 오글거릴 수 있지만, 아미다해는 저의 삶을 바른 길로 인도해주는 등대 같아요.(웃음) 제가 대표님처럼 암 환우에 공감하고 모든 걸 감싸며 도울 수 있는 역량은 안 된다 생각해요. 그런데 아미다해를 통해 만난 분들이 제가 하는 조그마한 재능 기부나 활동을 제 역량보다 높게 평가해주시는 부분들이 있어요.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더 바르고 가치 있게 살아야겠다는 걸 느끼게 되더라고요. 아미다해에 있음으로서 삶의 가치와 선한 방향을 잃지 않고 나아갈 수 있는 거 같아요. 운영진 분들이 저보다 인생 선배님들이신데, 제가 많이 흔들리고, 문제를 일으킬 때마다 바른 길로 나아갈 수 있게 도와주세요. 제게는 그런 선생님 같은 존재가 아미다해인 거 같아요.”
- (조영란) “종종 주변에서 제가 투병 중이란 사실을 잊는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어요. 생활 속에서 말 못할 외로움이 느껴질 때가 있는데, 아미다해와 함께하는 시간들에서 유독 많이 웃고 행복한 거 같아요. 아미다해 운영진분들처럼 좋은 사람들을 만다는 것도 인생에서 참 쉽지 않은 일이잖아요.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는 것이 즐겁고, 앞으로도 행복해지고 싶어요. 저처럼 장애를 가진 아이를 키우며 아픈 환우 분들을 보다 앞장서서 이끌어주고 싶기도 하고요. 정말 많이 외로울 거거든요. 집은 늘 지내던 장소고, 아이를 잘 컨트롤하면 되니까 투병 중인 엄마들에게는 집이 오히려 편해요. 그러다보니 아이를 데리고 외출하는 것에도 큰 용기가 필요해서 쉽지 않거든요. 그런데 바깥에 이렇게 아름답고 따뜻한 곳이 있다는 걸 정말 알려주고 싶어요. 마음은 큰데 시도를 못하시는 분들이 너무나 많거든요. 일일이 찾아가서 다 도와드릴 수 없을 만큼 그런 가정이 많은데, 저희 인터뷰를 보시고 용기 내셨으면 좋겠어요.”
Q.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말을 해주세요.
- (조진희) “제가 암 환우로서 죽음이라는 것을 만나보니 삶이 많이 바뀌었어요. 무엇이 소중한지 알게 되고, 평소에 별 것 아닌 것에 집착했다는 걸 느끼게 되었거든요. 암 환우뿐만 아니라 많은 분들께 이야기 해보고 싶은 건, 지금 현재를 소중히 잘 살았으면 좋겠다는 거예요. 특히 주변에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그런 삶을 살아보는 게 어떨까, 그런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어요.”
- (손연경) “궁극적인 것은 사랑인 것 같아요. 나를 사랑하고, 주변을 사랑하고, 누군가를 도움으로써 내게 오는 사랑이요. 암 환자 분들이던, 그렇지 않은 사람이던 다 마찬가지인 듯해요. 삶은 혼자 살아가는 것이 아니며, 우리는 같이 사랑하고 살아가는 지구의 단 하나의 존재라는 거죠. 그걸 실천하고 있는 아미다해가 자랑스러워요.”
- (조진희) “마지막으로, 암 환우를 위한 일은 암 환우가 제일 잘 한다고 생각해요. 이사장 입장에서 많은 곳에서 후원이 많이 들어왔으면 좋겠습니다.(웃음)”
- (윤은정) “이번에는 암 환우를 위한 말이 아닌 제가 하고 싶은 말을 할게요. 운영진 여러분 1년 동안 너무 고생하셨고, 사랑합니다.(웃음) 일주일에 한 번씩 회의를 하는데 일 얘기 밖에 못해서, 이런 시간이 너무 좋은 거 같아요.”
- (조진희) "이런 시간을 일주일에 한 번 씩 가지면 어떨까요.(웃음) 항상 고맙게 생각해요, 우리가. 알죠?”
- (손연경) "저도 사랑합니다! 이런 시간 마련해주셔서 감사해요.”
생사를 넘나드는 투병 생활 중에도 서로의 문을 두드리며 삶을 나누는 아미다해를 마주하니 대수롭게 흘려오던 일상이 공연히 부끄러워집니다. 가느다란 실 한 올 한 올이 모여 끈끈한 실타래가 되듯, 서로의 순간순간을 다채로운 빛깔로 물들여가는 암 환우들은 여느 누구보다 활력과 생기가 넘치는 모습이었습니다. 세상 밖으로 함께 손 내밀 서로가 있기에 살아갈 내일이 행복하다는 아미들의 이야기는 어쩌면 사랑을 주고받는 기쁨을 잊은 삶이야말로 진정 고통스러운 삶이 아닐까 하는 감상마저 떠오르게 합니다. 아미다해는 링크트리(https://linktr.ee/amidahae_official)를 통해 만나볼 수 있습니다. 아미를 응원하시는 누구나 회원으로 활동하실 수 있다고 하니, 아미다해와 함께 살아가보시는 건 어떨까요? 아미다해와 사랑에 빠질 모든 분들이 기다려지는 내일을 품게 될 날을 고대하며, 아미들의 영원토록 아름다울 삶을 응원합니다.
*2022년 12월, 인터뷰 진행 및 정리: 김동희_협동조합 거버넌스리빙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