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력향연 인터뷰: 활동가 강홍구활동가의 눈으로 본 갈등의 재구성: :가습기살균제 조정위 국면과 환경현안을 중심으로
연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2016년 가습기살균제 사건으로 여의도 옥시 본사 앞에 농성장이 꾸려지던 시기, 청년부채운동단체에서 일하고 있던 강홍구 활동가는 농성장을 방문하고, 피해자 인터뷰 기사를 쓰는 등 연대활동에 참여하게 되었다. 2017년 가습기살균제 특별법이 시행되고, 사회적참사특별위원회가 출범 후 군입대를 했던 강홍구 활동가는 제대 후에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이 문제를 계기로 환경단체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가습기살균제 참사 사건 피해자들을 만나면서 가장 큰 아쉬움 중 하나는 첨예한 갈등과 소통의 어려움이었어요. 기업을 상대로 힘을 합쳐 대응해야 하는 국면에서도 피해자 모임 간 갈등이 반복적으로 일어나기도 했거든요. 2021년 10월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조정위원회가 출범되었지만, 내부 갈등으로 인해 위원 선임 문제도 쉽지 않았어요. 그 상황에서 단체 활동가로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점에서 무기력함을 느끼기도 했고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갈등의 원인을 자세히 들여다 보고 해결방법을 찾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갈등을 촉발한 계기와 갈등의 변화 양상을 통해서 조정위 출범 국면의 의미를 정리해 보고 싶어요."
활동가에게 연구란?"내가 연구라는 것을 할 일이 있을까? 연구활동에 대한 특별한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에요. 과거에 누군가 만들어 놓은 결과물 위에 일부를 추가하여 탑을 쌓아가는 것이 과학적 연구방법이라는 표현을 본 적이 있어요. 어쩌면 제가 지금 하고 있는 활동도 이렇게 탑을 쌓는 일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내가 고민하는 주제가 나 혼자 하는 고민은 아니고, 또 혼자 힘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잖아요. 이 연구를 계기로 고민을 나누고 다른 사람의 생각을 확인하면서 새로운 해법을 찾기 위해 연구에 도전하게 된 것 같아요. 가습기살균제 사례 뿐 아니라 여러 복잡한 사안들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해결하는 과정에 동료 활동가들의 노력과 수고를 바탕으로 저도 같이 벽돌 하나 쌓아 올리고 질문을 던지고 싶습니다."
기대하는 변화"어떤 사회적 문제가 발생했을 때 시민사회단체는 문제 해결을 위해 돌격대처럼 접근하는 경우가 있어요. 사안의 해결이 정말 시급하고 중요하기 때문에 그런 접근을 할 수밖에 없다는 점은 이해하지만 가습기살균제 참사 문제를 보면서 아쉬운 마음이 들거든요. 빠르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속도를 중시하는 시민단체의 문제 해결 방식이나 피해자가 무조건 옳다는 피해자 중심주의 모두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좋은 방법은 아닌 것 같아요. 시민사회단체가 다수의 피해자가 있는 문제에 관여하게 될 때 피해자들과 또는 단체들 내에서 공감대를 만드는 시간을 충분히 가졌다면 어땠을까? 그런 면에서 볼 때 이 연구는 새로운 운동방식을 찾아가는 여정이라고 생각해요. 혼자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동료 활동가 또 사건의 당사자들에게 질문을 통해서 그 길을 찾아가고 싶어요."
마지막으로...'똑똑한 애가 먼저 포기하고 노력만 하는 애가 그 다음이다. 문제가 안 풀리면 화를 내거나 포기하는 대신 문제가 참 어렵네, 내일 다시 풀어봐야겠다고 여유로운 마음을 갖는 것, 그것이 용기다.' / "최근에 본 영화대사에서 기분이 얼얼했어요. 제 이야기 같았거든요. 일도 마음처럼 잘 안되고, 용기도 없고, 마음의 여유도 없었어요. 풀리지 않은 문제를 바라보며 포기하는 심정으로 화만 내고 있었던 것 같아요. 이번 연구는 일종의 홀로서기입니다.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나씩 차근차근 해 보려고 해요. 지금 제게 필요한 건 다시 질문을 시작하는 일이에요. 마음의 여유와 용기를 잃지 않고 사람들 사이에서 답을 찾아 보겠습니다."